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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역할과 교수의 품격 교수신문 / 승인 2018.04.23 12:13
[원로칼럼]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김치경: 충북대 명예교수-·미생물학] 지난 4월 초 각 대학에는 교육부 차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혼란이 벌어졌다. 내년 대입 전형계획의 제출 마감(3월 30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정시입학 비율을 확대하라’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지시 때문이었다. 지난 10년간 교육부에서는 ‘수시입학’ 정책을 권장해왔었는데, 갑자기 ‘정시입학 확대’라는 방향으로 전형계획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현 정부 들어 “대입 정책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교육부가 갑자기 전화 한 통으로 전형방법을 변경하라고 하니 대학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혼란이 생겼다.
대입제도는 중·고등학교의 교육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보통교육 과정은 국민들의 기본교육일뿐더러 국가의 장래 발전 방향과 직결되는 기간정책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자녀를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고 싶어 하고, 대학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유리한 제도를 채택하려는 것이 당연하다. 교육부는 양편의 요구를 조화시켜 국가 목표에 합당한 정책을 장기적으로 수립해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중·고교와 대학의 교육업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간 교육부는 대입 정책을 너무 자주 바꿔왔다. 물론 시대의 요구에 따라 정책도 변화돼야 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급선회하는 교육정책은 문제가 많다. 국민은 상황에 따라 각기 자기 관점에서 유리한 교육정책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여론이라는 명분만을 앞세워 대입제도를 수시로 바꾸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대입제도는 대학이 주관해 합당한 방법을 수립·시행하는 것이 옳은 길이고, 교육부는 국가 대계를 위해 원대한 대학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의 전화 한 통으로 대학은 좋든 나쁘든 그 지시를 수용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진정한 대학의 역할이 무엇이고 대학교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으로 고민스럽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학이란 최고의 지성인이 모인 곳이다. 그들은 국가장래를 위한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한 방법을 연구해왔다. 한때는 ‘상아탑’이란 별칭으로 세상의 물정을 외면한 채 자기가 좋아하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필요한 인재를 교육하고 나아가 국가발전을 위해 창조적으로 연구하는 책임과 의무가 주어졌다. 특히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시한 4차 산업혁명 등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국력을 지배하고 국부를 결정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대학이 그 역할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독자적이면서 자율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에 의해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적 압박을 받고 편의적인 대학평가 때문에 학사운영이나 행정적인 제재를 받는다면, 대학의 획기적인 발전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의 장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이 스스로 사회와 국가를 선도해나가기 위해서는 그 운영 방향이나 발전전략에 있어 하루빨리 정치적인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 그리고 행정담당자를 포함하는 ‘대학인’이 투철한 사명감으로 자기 역할에 열중해야 한다. 특히 대학교수는 시대요구에 맞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자기 전공영역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연구에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자기 위치에서 맡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진정한 교수의 품격이고 ‘대학인’의 표상이다.
오늘날 대부분 대학이 학생들의 취업교육을 우선시하고 많은 교수가 생업을 위한 직업인이 된 분위기지만, 교육부는 창의적인 연구를 주도하는 대학과 교수들의 열정적 노력을 높이 평가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그러한 교수야말로 국가발전에 공헌하고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대학의 참 주인이자 보배들이다.
대학에서 보직 업무도 교수의 역할 중의 하나이겠지만 그것이 우선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화란 명목으로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실시하는 대학 총장 직접선거도 적절하지 않지만, 교수들이 무리 지어 선거판에 뛰어다니는 행태는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또 각종 명목의 교수 칭호를 달고 연구실을 떠나 여기저기 정치 논리에 동조한다면 그들은 대학에 다리를 걸쳤을 뿐 ‘대학인의 정신’이 결여된 사이비 교수들이다.
교육이란 국가 발전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교육부는 인기에 영합해 입시정책을 수시로 바꾸지 말고 대학과 함께 대입제도를 연구하면서 대학이 독자적으로 교육목표를 설정해 그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후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대학교수는 자기품격을 지키면서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면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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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성교육에 전력을 쏟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