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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내는 잔치 음식, 조선인이 차려 주는 잔치 음식] 그런데 17세기 중반 이후 농촌을 떠난 이주민들이 조카마치로 몰려들면서 조카마치는 무사 거주지에서 무사와 상인들이 거주하는 도시로 변화하였다. 도시의 발전은 소비 생활의 진전을 가져왔고, 막부는 소비에 대한 통제를 통해 도시를 통제하고자 하였다. 17세기 중반 이후 에도, 교토, 오사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검약령은 일본 모든 곳에서 시행되었다. 왜관의 일본인도 이 검약령을 지켜야 하지만 조선인과 함께하는 자리에는 예외 규정이 주어졌다. 조선인과 함께하는 향응 요리는 성대하게 차려지도록 하였다. 1671년(현종 12) 왜관 벽에 붙여진 지침서 어벽서공(御壁書控)에 “조선인이 참석하는 모임에는 각별히 할 것. 일본인들끼리 하는 잔치 요리에는 1즙 3채, 술 3색 이상은 절대 금지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즉 조선인이 참석하는 모임, 연회는 검약령에서 예외였다. 왜관의 관수와 재판의 요리사들은 온갖 솜씨를 뽐내어 혼젠 요리를 조선인에게 대접하였다. 왜관에 업무차 드나들던 조선인들은 일본의 요리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조선인들은 특히 일본의 아귀 요리와 스키야키를 좋아하였다고 한다. 스키야키는 조선인을 접대하는 향응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삼나무 상자에 일본 된장을 풀고 생선을 비롯한 온갖 해산물과 채소를 넣고 끓였다. 스키야키 한 번에 사용되는 재료는 9~12종류였다. 일본 국내에서 3~4종류가 들어가는 데 비해 3~4배나 되었다. 풍성한 재료를 사용한 왜관식 스키야키는 일본 요리가 조선 식문화를 만나 변형한 것이다. 일본 요리가 적은 양으로 다양한 종류를 아름답게 장식하여 내어 놓는 반면, 조선 요리는 한 그릇에 많은 양을 담아 풍성하게 보이도록 내어 놓는다. 스키야키가 조선인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가 하면 19세기 김해 지역에는 부호들을 상대로 스키야키를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가 등장하였을 정도였다. 왜관의 본격적인 향응 요리는 전형적인 일본 요리의 잔칫상이었다. 혼젠[本膳], 니노젠[二の膳], 히키데[引て], 고단[後段]으로 이루어져 있다. 혼젠은 주 요리로 밥·국·생선회·일본식 김치·조림이 나오고, 니노젠은 국·넓적한 접시·큼직한 대접으로 구성되는 국 두 가지와 반찬 다섯 가지의 곁들인 요리이다. 히키데는 한쪽에 따로 마련한 상에 요리를 올려놓고 음식을 나르는 사람이 손님에게 권하며 돌리는 요리이다. 고단은 후식으로 일본식 떡국이나 수제비, 우동 같은 가벼운 면 종류이다. 화려하게 차려진 향응 요리는 조선인에게는 싱거운 음식이었지만, 일본의 과자는 조선인들의 칭찬을 거듭 받았다. 일본인이 내놓은 과자는 구즈마키[葛卷]·시키사토[敷砂糖]·양갱·다식[大落雁]·오화당(五花糖)·얼음사탕[氷砂糖] 등 건과자(乾菓子), 증과자(蒸菓子), 사탕 과자 같은 부류와 과실류 등이었다. 일본의 과자는 남방에서 나는 사탕 중에서 가장 품질이 뛰어난 백사탕을 사용하였다. 엿에 익숙하고, 사탕이 매우 귀한 조선에서 일본 과자는 매우 호평을 받았다. 왜관의 일본인은 조선에서 베푸는 연회 때마다 조선의 요리를 접할 수 있었다. 조선의 향응 요리는 왜관에서는 젠부[膳部]라고 한다. 조선 요리는 하나의 큰 상에 여러 종류의 요리를 수북하게 담아서 내놓는다. 1736년(영조 12) 2월 2일의 한 연회에서 조선이 차린 향응 요리는 모두 15접시였다. 대구나 상어 말린 것을 수북이 쌓고 그 위에 꿩·소·가자미의 살 말린 것을 놓고 말린 문어와 전복을 꽃처럼 장식하여 놓았다. 돼지고기 편육, 돼지곱창 등 육류와 삶은 달걀, 전복, 해삼, 메밀국수, 김치, 식초, 톳나물 등의 요리와 유과, 강정, 호두, 잣, 대추, 감, 생밤 등 후식류가 상에 올려졌다. 당시 일본에서는 육류를 먹지 않았다. 멧돼지나 사슴고기를 먹는 일본인들이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짐승의 고기는 기피하였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육류 요리는 왜관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육고기를 자주 접하게 된 왜관의 일본인들은 육고기를 즐기게 되기도 하였다. 18세기 후반 통역관으로 왜관에 온 오다 이쿠고로는 육식을 즐겼으며, 조선인들이 독한 술을 잘 마시는 이유로 육식으로 비장과 위가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쇠고기를 즐겨 먹던 오다 이쿠고로는 당시 왜관 안에 들어선 호랑이를 잡아 고기를 나눠 먹던 현장에 있었고, 호랑이 고기를 맛본 감상을 남기기도 하였다. 조선에서는 고기를 말려서 먹는 조리법이 많았다. 쇠고기를 편을 떠서 참기름과 간장으로 양념하여 바른 다음 말린 육포와 같은 말린 고기를 왜관에서는 ‘히모노’라고 불렀다. 왜관의 일본인들은 이를 불에 슬쩍 구워서 즐겨 먹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