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겨울호를 펴내면서
세종대왕 가라사대
백창희
타임머신 타고 21세기 우리 땅에
행차하신 세종대왕님
백성을 가르치려 만든 바른 소리
잘 쓰고 있나 궁금해
몰래 거리로 나오셨다
거친 말투와 욕설에
얼굴 찌푸리시다
오천만 백성들 손가락에 피어나는
핸드폰 문자꽃 보고
흐뭇한 미소 지으신다
“아래아(ㆍ)가 없어졌다 하여 슬퍼하였거늘
IT 강국 자랑하며 여러 문자를 만들고 있구나!”
전 세계 문자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 땄다는 소식 듣고
흡족한 미소로 긴 수염 쓸어내리신다
우리 한국인들의 민족시조는 단군이고, 그 다음, 우리 한국인들의 문화적 영웅은 세종대왕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개천절을 첫 번째 국경일로 삼고 ‘개천절 축제’를 일주일 동안 주재할 것이며, 그 다음, 한글절을 두 번째 국경일로 삼고, ‘한글절 축제’를 일주일 동안 주재할 것이다. 예수탄생일과 석가탄생일은 그 즉시 공휴일에서 제외할 것이며, 3.1절과 광복절과 제헌절은 일제 식민치욕과 관련이 있는 만큼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그런 기념일로 삼아버릴 것이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는 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의 탄생이고, 세계 역사상 최초로 문자를 만든 사람이 존재하는 ‘세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가 있다. 대부분의 문자의 역사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갈고 다듬어진 것이지만, 한글만은 세종대왕의 주재 아래, 몇몇의 집현전 학자(한글 학자)들이 단기간 동안 만들어 공포한 문자라고 할 수가 있다. 한글의 토양은 삼천리 금수강산이며, 한글의 생명은 우리 한국인들의 역사와 전통, 즉, 우리 한국인들의 붉디 붉은 피와 생명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한국어는 살아 숨 쉬는 언어이고, 한자를 비롯한 외국어는 죽은 언어이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해마다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전국민이 참여하는 ‘한글축제’를 열고, 전세계에 한국어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그 언젠가는 국제 공용어가 될 수 있도록 그 초석을 깔아볼 것이다. 한국문학, 한국철학, 한국역사, 한국예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며, 실제 생활 및 예술에서의 다양한 활용법을 찾아볼 것이다. 외국인 참여 한국어 경연대회, 초, 중고등학교 및 전국민 참여 글짓기 대회, 대한민국문학상과 대한민국학술상, 고대 그리스에서처럼 창작희극 및 연극경연대회, TV 프로그램 및 진행자 상 등을 시상하고, 전국민이 한글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삼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한국어 속에서만 한국인일 수가 있고, 한국어는 우리 한국인들의 붉디 붉은 피이며, 생명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꿈꾸고, 한국어로 밥을 먹는다. 한국어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며,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한국인들과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한글과 한국인과 대한민국은 셋이 아닌 하나이며, 이 민족정신이 삼천리 금수강산을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수 놓을 때, 우리 대한민국은 영원한 제국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다.
한글 사랑(모국어 사랑)은 나라 사랑이며, 나랑 사랑은 민족 사랑이고, 민족 사랑은 영원한 제국의 기초가 된다.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 치고 영어와 일본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를 남용하는 민족의 반역자와 패륜아는 있을 수가 없으며, 우리는 하루바삐 ‘한자문화’에 맞서서 ‘한글문화’를 창출해냈듯이, 이 민족의 반역자와 패륜아들을 대한민국의 정부와 학교와 언론 등에서 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종대왕 가라사대], “아래아(ㆍ)가 없어졌다 하여 슬퍼하였거늘/ IT 강국 자랑하며 여러 문자를 만들고 있구나!” “전 세계 문자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 땄다는 소식 듣고/ 흡족한 미소로 긴 수염 쓸어내리신다.”
‘기획특집: 논쟁문화의 장’은 일흔 네 번째로 [반경환 명시감상]을 내보낸다. [반경환 명시감상]은 철학과 예술의 행복한 만남이며, 철학은 시의 날개로, 시는 철학이라는 엔진으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게 그 비상의 날개를 펼쳐나가게 된다. 독창적인 명명의 힘과 가장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가장 날카롭고 예리한 문체는 문무 文武를 겸비한 낙천주의 사상의 진수와도 같다.
이번 호의 ‘애지의 초대석’에서는 장석주 시인과 최금녀 시인, 그리고 금기웅 시인을 초대했다. 장석주 시인의 시 [내 스무 살 때]와 오태환의 작품론 [토리노의 말과 자기 연민의 황량하고 지루한 행려行旅], 최금녀 시인의 신작시 [고양이털] 외 4편과 박성준의 작품론 [나와 사물의 관계가 미끄러질 때], 그리고 금기웅의 신작시 [달의 입구] 외 4편과 김석준의 작품론 [자기 아니마를 찾아서: 환상, 시 그리고 죽음]을 다 함께 읽고 감상해주기를 바란다.
‘애지의 초점: 이 시인을 주목한다’에서는 조영심 시인과 이돈형 시인, 그리고 김기형 시인의 신작시들을 내보낸다. 조영심 시인의 [오지의 여자] 외 4편과 이경수의 작품론 [숨, 생명의 무게]와 이돈형 시인의 [물때] 외 4편과 조동범의 작품론 [두 개의 음성과 불화의 상징], 그리고 김기형 시인의 [내가 춤을 추는 동안] 외 4편과장은석의 작품론 [이별의 서사와 변화무쌍한 마음의 춤]을 또한, 다 함께 읽고 감상해 주기를 바란다.
계간시전문지 {애지}와 애지문학회가 제정한 제16회 애지문학상 수상작에는 이경림의 [자정]이, 제5회 애지문학작품상에는 김지요의 [터미널 박]이 선정되었다. 본지는 이번 호에도 [달빛이 감전되다] 외 4편을 응모해온 정가을 씨와 [아무 것도 아닌] 외 4편을 응모해온 김상배 씨, 그리고 [강] 외 4편을 응모해온 조순희 씨를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자로 내보낸다. 애지문학상 상금은 5백만원, 애지문학회작품상은 3백만원이며, 시상식은 애지신인문학상과 함께, 2018년 12월 1일 오후 3시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에서 있을 예정이다.
비판만이 위대하고, 또, 위대하다.
비판은 당신의 존재증명이다. 당신은, 누구를, 무엇을 비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