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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의 시인’ 나태주가 추천하는 전국교육대학생의 필독서 !!
‘전국 공무원 문예대전’행정자치부장관상과‘사랑과 믿음의 교육 실천수기’교육부장관상 수상작가의 아름다운 첫 수필집!!
김용우 수필집 {청개구리 선생님} 보도자료
1966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서 경기도 용인에서 성장하고 경인교육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안산 관산초등학교 근무를 시작으로 성남 대일초, 양평 강하초, 양수초, 정배분교 서종초를 거쳐 지금은 성남 태평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양수리 전원주택에서 텃밭을 가꾸고 조각 작품을 만들며 바람소리 물소리 막걸리를 벗 삼아 수필을 쓴다. 한때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살아있는 청개구리를 삼켜 엽기적인 선생님으로 불리었던,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스스럼없이 던지는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임에 틀림없다. 또한 세월호 실종학생 엄마가 “배고프지? 엄마랑 밥 먹자!”라는 평범한 일상적인 말을 식탁에서 다시 할 수 있도록 기적을 달라고 기도하는 그의 행간마다 눈물어린 인간애가 물씬 풍긴다.
2003년 『문예한국』으로 등단했으며 제6회 ‘공무원 문예대전’ 수필부문에서 행정자치부장관상, ‘사랑과 믿음의 교육 실천수기 공모전’에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을 받았다.‘북한강 물빛 닮은 아이들’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방문객 백만 명을 넘긴 인기블로그이다.
수필을 쓰면서 참으로 많이 웃고 울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이 서른아홉에 선 주례’를 쓰고는 김용우 주연 ‘스물다섯 해 교직생활’이란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누이를 묻고 와 누이를 먹는다’란 글은 온점을 찍었는데, 누이 생각이란 짠물은 두 볼을 타고 온점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어머니께 드릴 ‘향나무 목침’을 만들 때는 향나무의 나이테가 내 종아리에 새겨져야 할 회초리 자국처럼 보였습니다.
샛노랑 ‘피나물꽃’을 보고는 자연의 수려함에 반했고, ‘꽃누르미창’은 글로 그림을 그리듯 썼습니다.
‘五德君子’가 나에게 농을 겁니다.
“자네가 나를 마시고 영감을 얻어 글을 썼으니 ‘청개구리 선생님’은 자네 수필집인가, 내 수필집인가?”
‘채소는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다’를 쓰며 텃밭에 핀 채소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쑥갓꽃이 마가렛 못지않고 호박꽃의 탐스러움이 백합을 앞섭니다. 채소들은 알뿌리 잎줄기 열매를 키워내고도 모자라 꽃을 피웁니다.
제 삶과 수필도 채소꽃을 닮았으면 합니다.
‘불도장으로 찍은 이름’을 쓰고 나서는 누군가의 이름을 함부로 허투루 적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또박또박 적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적는 그 사람 이름은 그 사람의 인생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용우 명숙 우람솔 우람찬 영복 상순 규환 영자 미선 대웅 우영 나균……
그리고 나는, 내 펜 끝에 불려나오는 누군가와 함께 아름다운 소풍을 떠날 것입니다.
----물빛 고운 양수리 사람 김용우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백 십여 편의 글 중 대부분은 그 길이가 길지 않은 매우 정갈하고 단출한 글들이다. 1부는 선생님. 아무래도 교직생활이 가장 중요했던가 보다. 제일 앞서 나와 있고 편수도 제일 많은 마흔 여섯이다. 2부는 가족. 3부는 전원일기. 4부는 막걸리 인생.
물론 가족 편은 직장 다음으로 마음이 가는 주제였을 것이고, 전원일기는 시골에 집을 짓고 사는 이야기요, 막걸리 인생은 취미생활이라든지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회를 담은 글들이 모였다. 글을 읽으면서 메모한 내용을 여기에 정리해보면 이렇다. (전편을 모두 살피는 일은 좀 너스레가 긴 것 같고, 1부의 아홉 편만 정리해보려고 한다.)
청개구리 소동― 30대 초반 교직 생활 중 완구란 이름의 제자와 있었던 그로테스크한 일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글이 동화적이고 재미있고 익살스럽다. 책을 펼치자마자 문장이 매우 맛깔스럽다는 느낌을 갖게 하여 독자의 마음을 책 속으로 끌어당기는 구실을 하고 있다.
빨간색 부츠― 짧지만 예쁜 내용이다. 은지란 아이의 일기장에서부터 번지는 감동은 아주 넓게 조용하게 은은하게 번진다. 파스텔 색감이다.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번지려고 그런다. 늦은 밤, 졸린 눈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아, 이런 세계가 있다니! 그렇다면 세상은 아주 망한 것이 아니고 아주 살맛 없는 곳도 아니란 생각을 갖게 한다.
팔자주름 캐리커처― 승훈이란 아이. 공부는 별로였지만 선생님의 칭찬으로 만화 그리는 사람이 된 학생의 이야기. 스승과 제자의 참된 교감을 보여주며 초등학교 교사가 매우 아름다운 직업이고 보람찬 사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 편의 글이 주는 위력이다. 이런 글이라면 전국 교육대학교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읽어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군 백군― 전통적으로 운동회 때면 전교생이 청군 백군으로 갈라져 겨룬다. 그걸 저자가 나서서 ‘반딧불이 팀’과 ‘물사랑이 팀’으로 바꾸었다 하는 게 아닌가. 더 나아가 다른 학교에서는 ‘남한강 팀’과 ‘북한강 팀’으로도 바꾸었다 하지 않는가. 새롭고도 대단한 발상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슬그머니 김우람솔, 김우람찬이란 자신의 아들들 이름을 보너스로 끼워 넣어 자랑하기도 한다. 귀엽다.
이런 문장은 저자만이 구사할 수 있는 참 아름답고도 맵시 있는 문장이다. <열 한 살 된 반딧불이 물사랑이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올해로 서종초등학교(서종초 정배분교 포함)에 십일 년째 근무하는 김 선생의 지나간 청춘이 다시 나부낀다.> 그렇다. 운동회 깃발이 나부낄 때 저자의 마음만 나부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도 따라서 나부낀다는 것! 매우 고무적인 세상이다.
스물두 번째 맞는 스승의 날― 스승의 날, 제자들이 주는 손편지가 사라진 세태를 섭섭해 하던 저자에게 전달된 아이들과 학부형들의 손으로 눌러 쓴 육필 책 한 권을 받아든 저자의 감회가 들어있다. 그 감회는 물론 독자의 감회이기도 하다. 그 선생님에 그 아이들에 그 학부형들이다.
오늘은 당신의 날이에요― 힘겨운 혁신학교 지정 실사면담 발표자로 나서는 남편(저자)에게 보내는 부인의 응원. <오늘은 당신의 날이에요. 믿어요.> 이 짧은 두 문장이 울컥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믿어요’란 말은 그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있는 말인가. 참으로 이 책은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브라보다.
분교의 동화 같은 입학식― 글이 쓸데없이 길어지고 아름다워지려고만 기를 쓰는 세태에 굳이 그러지 않아도 좋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글이다. 이런 선생님이 부럽다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된다. 이태준 선생이나 김기림 선생의 산문집을 읽어보면 한 편의 글이 너무나도 짧고도 완벽한 데에 놀라는데 오늘날 바로 김용우 작가의 글이 그렇다.
개뼉따귀 선생― <살이라고는 하나 없는 개뼉따귀 같이 생겨 가지고…>.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니. 돌직구도 여간한 돌직구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를 앞에 두고 교사가 이렇게 반응하기는 또 어렵다. <그런데 부탁하마. 그러지 않아도 말라 고민인데. 마른 것 가지고 또 폭언하면 그 땐 가만 안 있는다. 개뼉따귀 같은 막말 잘하는 개뼉따귀 선생 제자야.> 거기다가 이런 문장 표현은 개성적이고 옹골차다. <아이들을 모두 하교시켰는데 하은이의 말은 하교하지 않고 귓속을 맴돌았다.>
구부러진 숟가락― 급식시간에 숟가락을 구부리며 지네들한테 절한다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고 화가 난 선생님이 그 숟가락을 빼앗아 아이들 이마를 한 대씩 때린 날의 교단일기다. <아! 힘든 오후다. 속이 메스껍고 거북하다.> 솔직하면서도 힘 있는 자기 고백. 전직 교직자의 동병상련을 일으킨다. 왜 이런 일이 한 번만 있었을까. 여기서 ‘구부러진 숟가락’은 숟가락이면서 저자 자신이다. 중의를 지닌다는 것을 독자는 모르지 않는다.
3. 왜 사람이 보고 싶은가?
이분의 글은 끝까지 한 문장 한 문장 사람의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놀라운 마음의 힘이다. 그의 능력이요 덕성인 것이다. 가족에 대해서 쓴 2부에서도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가족 사랑을 쓰고 있다.
두 아들의 이름 짓기에 얽힌 사연. 소낙비 내리는 날, 아들들과 마당에 나가 발가벗고 목욕을 한 이야기. 그것을 못 이기는 듯 빙그레 웃으며 보아준 부인의 여유. 어버이날 먼 곳에서 학교 다니는 아들아이가 부모님 몰래 놓고 간 카네이션 화분. 글을 읽다가 이런 문장은 아무래도 밑줄을 치게 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 먼 일산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아들 목소리. “아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년 동안 듣고 싶었던 이 한 마디. 보고픈 아들이 거실 탁자 위에서 활짝 웃고 있다.>
가족들이 합심하여 오래된 향나무 그루터기를 다듬어 모친에게 향나무 목침을 해드린 이야기. 효도가 무엇인가 눈으로 보는 듯 보여준다. 목침을 선물로 받고 하시는 모친의 말씀 좀 들어보시게. <눈을 감으니 향기가 들리는구나.> 이보다 놀라운 고급의 시가 없다. 시란 눈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감정을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처럼 표현하는 글이다. 그 모친의 이 한 마디 언급이야말로 촌철살인이다.
그만 쓸까? 그래도 조금만 더 쓰자. 저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장모님에 대한 이야기도 내놓는다. 아예 사위를 아들이라고 부르는 장모님. 이런 장모님이 또 있을까? <아들 얼굴이 말이 아니네, 간에는 돌미나리가 좋다던데.> 그래서 장모님이 사위 먹이려고 봄 내내 들판에 나가 돌미나리(야생미나리)를 캐셨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 건너다보기만 해도 눈물 나는 세상이다.
처음엔 그저 그런 초등학교 선생님의 푸념 같은 글들을 모은 책인 줄 알았다가 내가 단단히 잡히고 말았다. 기가(약코가) 팍 줄고 말았다. 참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사람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책이다. 한 권의 책이지만 그대로가 묵직한 한 권의 자서전이다. 무릇 책 가운데서도 좋은 책은 자서전이다. 그래야 한다. 시이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그렇다.
그렇다면 이 책의 글들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구체적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첫째는 문장의 염결성이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참신성도 있다. 미학적 깊이도 당연히 거기에 따른다. 참으로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다음으로 내용의 순수성이다. 어떤 것 한 가지도 솔직하고 담백하지 않은 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아름답고 진실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진정성이다.
꾸밈없고 가득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이 세계. 참으로 인간이 살아 있는 이 세상. 살아 볼만 하지 않는가. 이렇게만 산다면 어떠한 삶도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최근 글다운 글을 만나지 못해 배가 고팠다. 그러나 이 한 권의 책으로 그만 배가 불렀다. 내 이러다가는 밤을 새우고 말지. 이만 써야겠다. 미처 쓰지 못한 그 뒷부분의 내용들은 독자들이 알아서 읽어보면 알 일이다. 내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검증해 볼 겸 말이다.
배고픈 인생 배고프지 않게 산 사람. 초라한 초등학교 선생 초라하지 않게 한 사람. 억울한 인생 억울하지 않게 산 사람.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 사람의 집과 이 사람이 기르는 꽃들과 이 사람과 함께 사는 사람들과 이 사람 주위에 맴도는 바람을 만나고 싶다. 그러나 가장 좋은 만남은 책으로 글로서 만나는 일이다.
나는 이 사람의 책이 나오면 그 책을 우선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볼 것이다. 그런 뒤, 책의 겉장을 헌 달력으로 쌀 것이다. 그리고는 내 책장의 가장 좋은 곳에 꽂아 둘 것이다. 그것은 그 책을 내가 끝까지 다 읽었다는 표시이고, 앞으로 생각나면 언제라도 다시 꺼내어 읽겠다는 마음의 다짐이기도 하다(나태주 시인의 해설 중에서).
“너희들은 지금까지 5년 동안 민철이를 손가락 병신이라고 놀렸잖아. 나도 이제부터 같이 놀릴 거다.”
놀란 아이들에게 한마디 더했다.
“색지로 오린 손에서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가위로 잘라라. 그동안 민철이 마음이 어땠는지 느껴보자.”
진짜 손가락을 자르는 것처럼 느꼈는지 무서워서 못 자르겠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어디선가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 민철이었다. 이내 흐느낌 소리는 여기저기로 번져갔다.
그 흐느낌은 무언의 약속이었다. 더 이상 검지손가락 없는 것으로 민철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 {검지손가락}에서
“승훈이는 공부는 못하지만 만화는 정말 잘 그려요. 이쪽으로 진로를 잡으면 꼭 성공할 겁니다.”
이후로 승훈이는 이름난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시도 때도 없이 만화를 그려 실력을 높여갔다. 나는 교실 뒤쪽 미술 작품 전시란에 승훈이만의 만화작품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승훈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 창작 만화를 펴냈고 우리반은 모두 승훈이 만화의 애독자가 되었다.
이후로 승훈이의 캐릭터는 ‘공부 못하는 아이’에서 ‘만화 잘 그리는 아이’로 바뀌었다.
─ {팔자주름 캐리커처}에서
은비의 이야기다.
“달맞이꽃은 달님처럼 노란색으로 펴요. 달이 뜰 때 달을 맞으러 가는 것처럼 피어나서 달맞이꽃 이래요.”
용준이의 이야기다.
“끈끈이주걱이라는 풀이 있는데 끈적끈적한 주걱모양의 잎으로 벌레를 잡아서 끈끈이주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충재의 이야기다.
“나팔꽃은 나팔처럼 소리는 내지 못하지만, 나팔 모양으로 피기 때문에 나팔꽃이라고 한 것 같아요.”
이외에도 해바라기, 수수꽃다리, 매발톱꽃 등 꽃의 특성과 이름이 잘 어울리는 이야기들이 속속 이어졌다. 꽃보다 예쁜 아이들이 우리말글의 빼어남을 살려 지은 수많은 꽃들을 교실 한가득 피우고 있다.
─ {우리말글 풀꽃 이름}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고 어린 것이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더라구요. 지 애미가 얼마나 보고플꼬.”
그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 고개를 숙이고 긴 한숨 깊게 쉬고 할머니를 보았다. 울고 있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나도 울었다.
‘앞으로 수찬이 얼굴이라도 자주 보듬어 주어야겠다.’
─ {할머니의 손자 사랑}에서
11월 26일 오늘은 혁신학교 지정의 마지막 단추를 꿰는 날이다. 3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의 현장 실사로 3:1 경쟁에서 본지정이 결정난다.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혁신학교 지정이라는 언덕을 오른 지 꼭 7개월 만의 일이다.
실사 면담실에 들어가기 전 부담이 백배가 되었다. 그리고 혹여 잘못되면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심도 있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나를 통하여 혁신학교 추진 의지를 파악하려고 할 텐데…….
그때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은 당신의 날이에요. 믿어요.’
당차게 면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마치 고구려 무사처럼.
─ {오늘은 당신의 날이에요}에서
정배분교 입학식이다. 올해 입학하는 어린이는 딱 두 명. 남자 아이 수오, 여자 아이 민아.
분교장으로서 두 명의 입학생을 앞에 세우고 입학 허가서를 낭독하는데 꼭 성혼선언문을 낭독하는 착각이 들었다.
입학 선물로 호미와 학교 텃밭 한 평을 주었다. 호미자루에 꼬마농부 수오, 꼬마농부 민아라 썼고, 학교 텃밭엔 수오네 농장, 민아네 농장이란 나무 팻말을 꽂아주었다.
학교 텃밭에 채소를 가꾸며 식물의 생장과 일의 소중함을 배우라는 뜻에서다.
‘수오야, 민아야. 한 쌍의 원앙이 되어 정배분교란 호수에서 행복한 여섯 해를 보내렴.’
─ {분교의 동화 같은 입학식}에서
혜원이는 학원을 네 곳이나 다닌다. 학교 옆에 사는 데 걸어서 5분 거리인 집을 6시간이나 걸려서야 간다. 이유는 학구에 있는 학원이란 학원은 죄다 들렀다 가기 때문이다. 하교하면 바로 수학학원, 다음엔 영어학원, 다음엔 미술학원, 다음엔 바이올린학원. 부모님의 퇴근 시간에 맞춰 7시에야 집에 간단다. 집에서도 학원숙제, 논술공부로 편치 않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숙제를 안 내주는 것 뿐이다.
바른생활 시간에 가장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발표하는데 혜원이의 발표에 숨이 턱 막혔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젤로 좋구요. 학원가는 건 진짜 싫어요.”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노는 꼴을 못 본다. 공부하는 꼴만 봐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 {진분수}에서
“골목에서 차를 긁었어. 수리비 걱정에 그냥 왔지. 그런데 아이들 보기도 민망하고 마음이 편치 않아.”
“당신은 죄 짓고는 못 살 사람이에요.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연락처 써 놓고와요. 그러다 속병 생기겠어요.”
아내는 내 마음을 헤아려주고 위로해 주었다. 아내는 연락처 남기고 오면 두부 한모 넣어 김치찌개를 끓이겠다며 농담을 한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아내의 배려다. 아내의 충고에 힘을 얻어 일어섰다. 종전까지만 해도 무엇에 쫓기다시피 들어왔던 현관문을 나서는 내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죄수가 형기를 마치고 감옥 문을 나설 때 이런 기분일까? 씩씩하게 골목길로 걸어 나갔다.
─ {양심 찾아 한 시간}에서
하지만 이제 매형은 게를 사 올 수 없고 누이도 게장 솜씨를 뽐내지 못한다. 두 분은 몇 년 전 피서지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한날한시에 떠났다. 아버지 같은 매형과 엄마 같은 누이는 그렇게 허망하게 갔다.
사대독자 조카 내외와 누이 내외의 장례를 모시고 돌아온 날, 질부가 게장 한 접시를 내어 놓았다.
“삼촌, 게장 드셔 보세요. 어머님이 삼촌 오시면 주신다고 담갔는데…….”
질부는 식탁에 게 접시와 눈물을 함께 차려놓았다. 누이가 나 주려고 담근 게장을 보니 누이 생각이 북받쳤다. 짭짤한 게장을 우물거리는데 짠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누이를 묻고 와 누이를 먹는다.
─ {누이를 묻고 와 누이를 먹는다}에서
나는 아버지에 대한 수많은 기억에서 이 기억을 떠올릴 때가 가장 좋다. 술주정에 신세한탄을 하거나 앓아누운 노쇠한 아버지의 기억이 아니다. 아내와 팔남매를 거뜬히 먹여 살리는 힘 있는 가장으로 기억되는 이 장면! 이후로 동네 사람들은 해마다 구정을 앞두고 돼지를 잡을 때마다 뒷다리 하나는 통뼈(아버지 별명)네 꺼라 했다.
─ {돼지 뒷다리와 아버지}에서
‘壽福’. 어설픈 서각 솜씨지만 어머니의 무병장수를 발원하는 마음으로 새겼다. 오목새김한 곳에 먹물로 색을 입히니 수복이란 글씨가 소원을 발하듯 도드라졌다. 마침내 목침은 매향의식으로 환생하신 미륵처럼 우리 앞에 형체를 드러냈다.
어버이날. 어머니를 찾아뵙고 아이의 손을 통해 목침을 드렸다. 아이가 목침을 만들 때의 일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자 고사리 손으로 험한 일을 어떻게 했냐고 하신다. 흡족한 손으로 목침을 쓸더니 베고 누우셔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작게 뇌인다.
“눈을 감으니 향기가 들리는구나.”
눈을 감고 향기에 흠뻑 취하신다.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다고 하신다. 아니 마음으로 느끼고 계신 것일 거다!
─ {향나무 목침}에서
꽃도둑. 도둑이지만 재물을 훔친 도둑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아는 도둑! 재물을 훔친 도둑이 험상궂은 얼굴을 한 남자라면 꽃도둑은 예쁜 얼굴을 한 여자일 것만 같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좀 전에 느꼈던 불안감과 분노가 마시멜로처럼 녹았다.
‘작약들아, 예쁘장한 얼굴을 한 꽃도둑 집에서 오월마다 찬란한 꽃을 피워주렴? 도둑을 맞은 게 아니라 애인 삼고 싶은 꽃도둑에게 너를 선물했다고 여기마.’
─ {꽃도둑}에서
----김용우, {청개구리 선생님}, 도서출판 지혜, 값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