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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을 어린이 달’로, 더 푸르게, 더 크게! -
박영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194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계 영국 시인(詩人) T.S.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의 「황무지(荒蕪地) The Waste Land」라는 시(詩)의 일부이다. 첫 구절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시작해 433행에 이르는 긴 시가 「황무지」다. 시인은 봄을 대지의 환희로 노래했다.
‘계절의 여왕’ 5월이 시작되었다.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노천명(盧天命, 1911∼1957) 시인의 「푸른 오월」 시의 한 구절이다. 1945년에 발표된 그의 시집 『창변(窓邊)』에 실려 있다. 노천명은 이 시에서 향토색이 짙은 정감 어린 표현과 청색의 이미지로 젊은 꿈을 영글게 만드는 오월의 서정(抒情)을 그렸다. 시인이 푸른 오월을 노래한 이후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대지가 숨을 쉬면 우리의 생명도 쉼 없이 나아간다. 5월은 그 절정이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 날(21일), 15일은 ‘스승의 날’이지만, ‘세계 가정의 날’(International Day of Families)이기도 하다.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가정의 달’은 1993년 UN이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해 건강한 가정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취지로 제정했다.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이 5월 15일을 가정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가정의 날’은 우리나라도 1994년부터 ‘세계 가정의 날’ 기념행사를 하기 시작하였고, 2004년 2월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세계 가정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가정의 달’이며, ‘계절의 여왕’이라는 정감 어린 5월은 답답한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는 「무지개」라는 시를 통해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며 동심의 소중함을 노래했다. 어린아이에게서는 천사 같은 모습으로 활짝 웃으며 달려오던 아름다운 그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신록을 시샘하듯 숲과 거리에는 온통 초록빛으로 뒤덮였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바꾸어가는 자연의 향연이 아름답고 신비하다. 숲길에는 초록 물결이 출렁인다. 봄볕을 받은 나뭇잎은 약동하는 생명의 모습이다. 봄이 출렁인다. 생명체가 어김없이 발호하듯 일어나 세상을 뒤덮는다. 5월은 색의 파노라마이며 생명체는 제빛을 내는 시기이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노래」는 석동(石童) 윤석중(尹石重, 1911∼2003) 선생 작사, 반달 할아버지 윤극영(尹克榮, 1903∼1988) 선생이 작곡했다. 언제 어느 때 들어도 마음을 울린다. 사랑과 평화, 늘 푸른 꿈과 희망을 그리는 주옥같은 가사는 어린이와 함께 영원토록 가슴에 새겨지리라.
어린이들의 세상인 5월을 맞아 정도(正道)를 걷는 어른으로 더 나은 삶의 질을 물려주도록 노력하고 성찰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과 건강한 사회를 물려주어야 한다. 부정부패로 악취 나는 사회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물려주면 안 된다.
날이면 날마다 꼬리를 무는 소모적인 대안 없는 정쟁으로 얼룩져 국민은 스트레스가 는다. 비생산적인 일들은 지양하자. 국민을 위한 일을 하라고 뽑아 주니 자신의 잇속만 챙긴다. 피해는 늘 국민의 몫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의 도움 속에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어린이는 잠재력이 무한하지만 홀로 꿈을 펼쳐나가기는 어렵다. 양육을 위해 많은 이들이 희생하고 배려해 온 일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생존하기는 힘들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오늘의 모습은 어떤가? 온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에서 어떤 노력을 하는가? 온전히 사랑받고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자란 아이가 나날이 성장하여 아름다운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학대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위기 상황에서 즉시 분리, 심리치료구축과 같은 구제 대책 역시 꼼꼼하게 살펴 지원해주자. 어린이들의 꿈이 좌절되거나 짓눌리는 구김살이 반복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보자. 어린이는 어른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배려하고 격려하며 존중하자.
5월은 다른 날도 중요하지만 그중 어린이날이 으뜸이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요, 보배며, 기둥이고 가능성이다. ‘오월을 어린이 달’로 정해 우리 보배들이 더 푸르고, 더 크게 자라도록 공동 목표를 세워보자.
칼럼 -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 - 예향진도신문 (yhjin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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