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27>
한국인의 표정
심영희
노처녀들이 모여있느냐고요? 천만에요. 한국의 어머니들이지요.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강원도민속경연대회가 춘천에서 열렸다. 춘천시내 8개 초등학교 어머니들이 동원되었다. 식전행사로 강강술래를 하기로 되어있어 두 학교씩 짝을 맞춰 빨간 치마와 흰 저고리, 초록색치마에 흰 저고리, 남색치마에 흰 저고리, 노란 치마에 흰 저고리를 단체로 입었다.
아들이 다니는 중앙초등학교는 춘천초등학교와 짝을 맞춰 두 학교 어머니들은 노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었다. 수백 명의 어머니들은 한복을 입고 까만 실로 머리를 땋아 빨간 댕기를 드렸다. 이 모습은 전통적인 한국의 아가씨들이다. 사진 속 아씨들은 모두 노처녀처럼 보이지만 아주 즐거워하고 있다. 경기를 관람하느라 정신이 없는가 하면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함박웃음을 웃고 있다.
삼 개월 정도 연습했다. 지도 교사도 힘들었겠지만 굳어진 몸으로 무용을 다시 하는 어머니들도 힘들어했다. 강강술래는 뛰는 동작이 많아 나이든 어머니들은 숨을 헐떡거리기도 했다.
어쨌든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식전행사는 종합운동장을 아름답게 수놓았고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잊지 않고 사진을 찍어준 출사아주머니도 고맙다.
같은 학교 학부모인 출사아주머니는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 별로 애용하지도 못했는데도 필요한 곳에선 꼭 사진을 찍어주어 정말 고마웠다. 돈벌이를 위해서라지만 나는 그 가치 이상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이것은 내 추억의 앨범을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동창생 재옥이와 둘이서 운동장에 섰다. 친구 아들은 남춘천초등학교에 다녔기에 남색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있다. 지금도 친구와는 서울로 반창회를 하러 다니며 영원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2006년 출간 포토에세이 “감자꽃 추억”에 수록)
여고 졸업한지 60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같은 반 친구로 춘천에 살고 있는 재옥이와 나는 춘천으로 시집와서 지금까지 춘천에 살고 있는 유일한 3반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