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문화의 Collaboration
안창옥
텃밭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몇 분에게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다양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소망의 정원“ ”아기자기한 나만의 정원“ ”흙을 배우고, 계절을 배우고, 삶을 배우는 작은 공간“ 등 텃밭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표현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30여 년 동안 땀 흘리며 텃밭을 가꾸며 얻은 결론과 같다. 신문사 편집국장으로 일하는 기자가 ”땀으로 뿌린 씨앗, 행복을 수확하는 나만의 작은 정원“이란 말에 동감이 간다. 그렇다. 이제 텃밭도 새로운 문화로 Collaboration 하는 꿈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재작년에 천안시 성성동에서 업성동으로 텃밭을 이전했다. 농사를 짓지 않아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던 밭을 일구어 어느 정도 밭 모양으로 가꿔 놓느라 바빴다. 텃밭을 분양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 계속되어 많이 생각하다 금년에 행정구역이 천안시 목천읍 삼성리 도리티 고개에 새로운 텃밭을 조성했다. 텃밭이 두 곳이니 이름을 지어야 했기에 업성동을 1텃밭, 도리티 고개를 2텃밭이라 정했다. 2텃밭은 1,500여 평이나 되는데 땅 주인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5년 동안 임대 계약을 맺어 조성하고 있다.
이곳은 6.25 전쟁시 미군 마틴 대령이 남진하는 북한군과 처음으로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곳으로 천안삼거리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고개이다. 천안삼거리에서 호남지역으로 넘어가는 요충지로 선문대학교 천안캠퍼스 맞은편이다. 천안 야구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밭두렁에 상수리나무 등 큰 나무도 많고, 야트막한 산에 연결되어 있어 캠핑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나는 두 군데 텃밭을 특색 있게 가꾸려는 무지개 꿈을 갖고 있다.
텃밭을 가꾸면 여러 유익한 점이 많다. 땀 흘리며 흙과 자연의 섭리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으뜸이고, 다음으로 생명을 가꾸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사랑하게 되며, 셋째로 건강을 지키며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웃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흙과 자연의 섭리를 상징하는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하다가 해솔 텃밭으로 정했다. 해와 같이 밝고 따뜻하며 소나무와 같이 푸르고 의연하자는 깊은 뜻을 가진 이름이다.
씨를 뿌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거두게 되는데, 사랑과 정성이 있어야 한다. 내 자식같이 사랑과 정성으로 열심히 가꾸면 튼실한 열매를 거두게 되고, 그렇지 아니하면 잡초만 무성할 뿐 거둘 것이 거의 없다. 말 그대로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생을 사는 참모습을 본다. 거의 매일 텃밭에 나와 열심히 가꾸는 사람들은 삶도 열심인 것 같다. 그중에는 지나치리만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근하여 가꾸는 부부도 있고, 어린 자녀에게 교육을 시키며 작물대신 해바라기 꽃을 심는 젊은 엄마도 있다. 세 자매가 텃밭에서 만나 자매의 우애를 나누는 장소로 삼는 가족도 있고, 교회에서 교인들 여럿이 함께 가꾸며 소통하는 분들도 있다. 땀 흘린 만큼 알찬 열매를 거두며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새로 조성중인 해솔 2텃밭은 접근성과 자연 환경이 좋아 가족들이 캠핑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실제로 캠핑카를 오랫동안 주차시켜 놓고 농사는 별로 신경 안 쓰는 베짱이 같은 사람도 있다.
1텃밭과 2텃밭을 특화시켜 텃밭 문화의 콜라보레이션 Collarboration을 이루고 싶다. 그리하여 어르신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고, 젊은이에게는 새로운 전통을 체험하며 가족의 건강과 힐링을 돕고 싶다. 1텃밭은 봉숭아 등 여러 꽃과 포도, 유실수 나무를 활용한 도시농업의 체험교육장으로 가꾸고 있다. 전통을 살려 봉숭아물들이기, 봉숭아 노래 배우기, 포도 따기, 고구마 캐기 등 농사체험과 전원 음악캠프 등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30여 평의 비닐하우스도 새로 지었다. 특히 소음으로 인한 민원 때문에 음악동아리들이 마음 놓고 연습하고 교류할 공간과 엘피 LP 음반을 들을 수 있는 음악카페를 운영하려 한다.
2텃밭에는 맨발로 걸으며 사색하는 맨발 걷기 코스와 가족 캠핑장을 마련하고 있다. 멀리 가지 않고도 캠핑을 하며 맨발걷기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텃밭 그 이상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텃밭 문화의 콜라보레이션을 개척하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오랫동안 여행이나 교류가 어려운 현실에서 텃밭지기들과 천안시민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봉숭아꽃을 가꾸며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 우리민족의 설움을 체험하게 하려함이다.
“울 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첫댓글 해솔 텃밭의 collaboration !
추억과 향수와 꿈과 미래와 vision이 가득합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 따뜻한 情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공간이 되겠네요.
흙과 자연과 생명이 건강과 전통과 힐링과 어우러지네요.
해솔 텃밭에는 무궁무진한 사랑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꼭! 방문하고 싶습니다. 옥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