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문무왕 12년(672)>에는 “당군이 한시성과 마읍성을 공격하여 이겼다. 부대를 백수성으로부터 5백 보쯤 떨어진 곳까지 전진시켜 진영을 설치했다. 우리(신라) 부대와 고구려 부대가 당군과 맞아 싸워 수천 명의 목을 베었다.”[1] <문무왕 13년(673)>에는 “겨울에 당군 부대가 고구려 우잠성을 공격하여 항복을 받았다.”[2] 금마저에 새로 건국된 고구려는 신라와 손잡고 당나라와 웅진도독부 연합군에 맞서 싸웠다.
<문무왕 14년(674) 정월>에는 “임금이 당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고구려 무리(유민)를 받아들이고, 또 백제 옛 땅을 차지하고서 사람을 시켜서 지키게 하니, 당나라 고종이 크게 화를 내어 조서를 내려 임금의 관작을 깎아 없앴다.”[3] <문무왕 14년(674) 9월>에는 “안승을 보덕왕에 책봉했다. [문무왕 10년(670)에 안승을 고구려왕으로 책봉했는데 지금 다시 책봉한 것이다. 보덕이란 말이 귀순한다는 말과 같은 뜻인지 혹은 지명인지 알 수 없다.]”[4]
금마저 고구려 유민은 신라에 있어서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존재였고, 당나라에 있어서는 매우 껄끄러운 존재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안승을 책봉한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고 한 것에 대하여 당나라가 강력하게 반발하므로 이름을 보덕국(報德國)으로 바꾸어 당나라를 조금은 달래어 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 유민의 전략적 가치를 증명하는 또 다른 증거가 안승에 대한 처우다. <문무왕 20년(680) 3월>에는 “금과 은으로 만든 그릇과 여러 가지 채색 비단 100단을 보덕왕 안승에게 내려주고 임금 여동생[혹은 잡찬 김의관의 딸이라고도 한다.]을 아내로 삼게 했다.”[5] 안승을 신라 왕실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웅진도독부가 없어지고 당나라와 다시 화친하여 전략적 가치가 사라진 보덕국을 멀리 떨어진 변방에 그대로 두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은 비록 힘이 약해 어쩔 수 없이 복속하지만, 세월이 흘러 힘을 비축하면 진짜로 독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문왕 3년(683) 10월>에는 “보덕왕 안승을 불러 소판으로 삼고, 김씨 성을 주어 서울에 머물게 하고 훌륭한 집과 좋은 밭을 주었다.”[6] 보덕국을 그대로 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없애버리면 고구려 유민이 들고일어날 것이므로, 안승을 영전(榮轉)시켜 서울로 데려가 볼모로 삼아 후환을 없애려고 했다.
<신문왕 4년(684) 11월>에는 “안승의 조카 장군 대문이 금마저에서 반역을 꾀하다가 발각되어 처형되었다. 남은 무리가 대문이 목이 베여 죽는 것을 보고는 관리들을 죽이고 읍(고구려 도성)을 차지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임금이 병사들에게 명하여 토벌했는데, 그들과 맞서 싸우던 당주 핍실이 전사했다. 성을 함락시키고 유민들을 남쪽 주와 군으로 옮기고, 그 땅을 금마군으로 삼았다.[대문을 혹은 실복이라고 한다.]” {영인}
대문이 반역을 꾀했다면 유민 봉기가 먼저고 대문 처형이 뒤이어야 한다. 신라는 안승이 떠난 자리를 대문이 이어받지 못하도록 반역죄로 몰아서 죽인 것이다. 금마저 정착 이후 고구려 유민에게 최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신라 조정은 많은 유민을 남쪽 지방으로 사민[7]했으므로 전라도 남쪽 지방을 관향(貫鄕)으로 하는 본관에 고구려 유민 후손이 많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당최는 전주가 본관이므로 당최조는 사민에서 제외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만약 당최조가 남쪽 지방으로 사민되었다면 당최조 후손은 완산최씨가 아니고 남쪽 지방을 관향(貫鄕)으로 할 것이다. 후에 검토하겠지만 화순최씨가 전주최씨에서 나누어졌다는데 근거는 없었다. 화순최씨는 당최조 형제나 사촌 후손일 가능성도 있겠으나 근거가 없으므로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각주 ------------------
[1] 攻韓始城馬邑城克之進兵距白水城五百許步作營我兵與高句麗兵逆戰斬首數千級.
[2] 冬唐兵攻高句麗牛岑城降之.
[3] 王納高句麗叛衆又據百濟故地使人守之唐高宗大怒詔削王官爵.
[4] 封安勝爲報德王[十年封安勝高句麗王今再封不知報德之言若歸命等耶或地名耶]
[5] 以金銀器及雜綵百段賜報德王安勝遂以王妹妻之[一云迊飡金義官之女也]
[6] 徵報德王安勝爲蘇判賜姓金氏留京都賜甲第良田.
[7] 徙民. 주민을 강제로 옮겨가서 살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