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들의 슬픈 날
최의상
슬퍼요
너무 슬퍼요
아름다운 꽃들
바다여
꽃들을 삼킨 바다여
슬프도록 아름답구나
울어도 다함없는
나의 슬픔을
저들이 다 울어주는구나
우리들의 슬픈 날도
이제는 안녕
꽃향기 은은하구나
오! 하나님
너무하십니다
불신자들이 욕합니다.
바다여
새살 돋아 아물 때
그리운 꽃으로 다시 보자
무슨 뜻이
있을 거야...
2.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최의상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든가
어느 바닷속 항거
짙푸른 바다는 바다여야 하지만
배를 삼키고
사람들을 인질로 할 수는 없다.
어이 할꼬
누가 이 원망에 대답할 것이며
어느 사람이 원성을 잔잔하게 하리오.
맹골 여울목의 물살
팽목항의 오열
안산과 대한민국의 아침이 무섭다.
우리는 당하면 슬퍼해야 했다.
우리는 당하면 원망해야 했다.
하지만
위기에서 더 단단해졌다는 것도 기억하자.
나도 세월호 소리만 나오면
울컥 치미는 슬픔으로 울었고
산 같은 사람도 흐느끼더라.
바람아 유족에게 조심스럽게 불어서
내 하기 어려운 말 전해다오
‘살아서 돌아올 것이라고’
3. 그곳은
최의상
그곳은
살기 힘들다는
말이 없을 거야
그곳은
공부라는
말도 없겠지
그곳은
웬수같은
돈, 돈 안 할 거야
그곳은
백옥보다 더
하얀 마음일거야
4. 메아리 없는 바다여
최의상
농사를 재촉하는 비가 오는데
마음은 바다에 가 있다.
초여름 들판에 작은 꽃들
말없이 순풍이 지나간다.
푸른 하늘이 좋아도
지금은 말 할 수 없네
눈물 사이 흔들리는 너희들
깊은 골짜기로 함몰함을 본다
울어도 다함없는
메아리 없는 바다여
5. 이것이 참이다
최의상
비극을 관람하면서
눈물 흘리며 슬퍼하고
불쌍하여 서로 보듬고
주검을 보며 공포에 떨고
28일을 관람하였다.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다시는 안 돌아볼 바다가
그 바다가 토해낸 애증을 먹고
애증은 정화의 순백으로 다가오리
차오름의 안식을
카타르시스하며
눈물 속의 낙원을 느낀다.
이것이 참이다.
카페 게시글
덕향문학 통권 12호방
덕향문학 12호 최의상 시인 원고
지온
추천 0
조회 13
23.05.06 21:25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