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며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최상의 노리갯감입니다. 글을 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슨 일이던 건성으로 보내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동문학가이며 시인이자 수필가인 윤수천 강사였다.
하얀 구름머리가 마치 아인슈타인을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는 그는 중앙도서관의 어르신 행복한 글쓰기 강의를 맡아 온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애 늙은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분께는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만년소년이니까.
3월에 개강하여 11월에 종강하는 이곳 글쓰기 교실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여 12시까지, 좋은 시와 수필을 감상하며 토론하고 수강생들 저마다 자신이 써온 작품을 발표하며 평가도 받는다.
27일은 그 대미를 장식하는 날이었다. 농부가 일 년 동안 땀흘려 지은 농사를 수확하듯 그동안 수강생들이 발표한 작품선집, '중앙텃밭' 제10집 발간기념 작품발표회와 올해 강의를 마무리하는 종강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 참여했던 수강생 사십 여명과 내빈으로 수원시도서관사업소장(홍사준) 선경도서관장(박정순) 중앙도서관장(김용갑)등 많은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도서관 여러 직원들이 함께하여 뜻 깊은 자리가 되었다.
'중앙텃밭' 올해도 주렁주렁 풍년농사 가슴 뿌듯 _1
특히 홍사준 도서관사업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여기 어르신들의 행복한 글쓰기 교실에 처음 와서 뵙고 보니 모두가 행복해하시는 것 같다"며, "우리 도서관도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버드내, 호매실, 홍재 도서관이 새로 문을 열게 되어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고 자기계발을 위한 시민들의 큰 재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곳 중앙도서관은 팔달산자락의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라며, 어르신들과 함께 이처럼 행복한 전당이 될 수 있는 것도 '노노(老老)의 인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당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원을 다하겠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도 다시 만나자고 하여 수강생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수강생들은 '중앙텃밭' 작품선집에 분신처럼 실린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때 내빈으로 참석한 도서관사업소장과 선경도서관장도 작품 선집 중 마음에 드는 글 한편씩을 골라 낭독해 주었다. 오랜 시간을 고르는 끝에 마침내 자신의 글이 뽑혀 낭독되자 이미숙 수강생의 활짝 웃으며 소녀처럼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이는 명실 공히 오늘의 장원이 아니었을까. 보는 이의 모두를 즐겁게 해주었다.
'중앙텃밭' 올해도 주렁주렁 풍년농사 가슴 뿌듯 _2 '중앙텃밭' 행복한 글쓰기 작품모음집 제10집은 250페이지 분량에 200여 작품이 실려 있었다. 잘 다듬어진 수준 높은 글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가 무엇인지, 수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처음 시작한 어르신들도 많았다. 그러나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처럼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들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자평들이다. 이미 발표된 작품들이었지만 활자화 되어 나온 책을 받아 보니, 더 멋지고 돋보인 다며 수강생들은 저마다 뿌듯한 마음으로 기뻐하는 모습들이었다.
수강생 회장(곽영호)은 인사말을 통해 "중앙도서관의 어르신 행복한 글쓰기강좌에서는 그동안 네 번에 걸쳐 길 위의 인문학기행을 다녀온 바 있다. 수강생들의 글쓰기 실력도 일취월장하여 국내 굴지의 백일장에 나가 뽑히는가 하면 실력을 인정받아 신인상에 오른 사람도 여럿 있다.그중에서도 이태학 수강생은 지난여름 대한민국 보훈처가 시행하는 보훈문학상 백일장대회에서, 시 부문 최우수상을 획득하여 가슴 뿌듯한 한해가 되었다"며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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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자리는 하릴없이 노후를 보내기 위해 나온 어르신들만의 만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백발의 어르신은 거대 돋보기를 손에 들고 비춰가며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강들 가운데는 일흔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방송통신대학을 다니거나 정규 대학교 문창과에 입학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도 몇 명 있었다.
또 손자를 보느라 얽매어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한 할머니 수강생은, 다음 학기부터는 아기를 등에 업고서라도 꼭 나와야 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사람의 배움은 끝이 없다고 하지만 문학 수업만큼 끝없는 도전도 어디 있으랴 싶었다.
3개월 동안의 긴 겨울방학이 두렵다며 수강생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글쓰기에서 손을 놓으면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에 병이 날 것만 같다고들 했다. 이는 담배를 끊는 것과 같은 금단현상인 것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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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4년도 중앙도서관의 어르신 행복한 글쓰기강좌의 종강식을 마치고 나오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만하는 이별의 심정이 그러했을까.
"당신이 시민기자이니 우리끼리라도 올 겨울 동안 모여서 수업할 수 있는 곳이 없는지, 어디 한번 물색해보라"는 전화가 쇄도했다. 그렇다! e수원뉴스 기자라면 까짓것 못하겠는가. 광교산 보리밥 집에라도 끌고 가야하지 않을까. '시발詩發'을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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