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 전공. 문화예술경영학 석사, 학예사, 세계일보 기자를 거쳐 현재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저서로는 <문화가 예뻐졌어요>, <글로벌문화담론_크라토피아>, <우리는 왜 문화도시를 꿈꾸는가>, <미술관에서 박물관까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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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명 : 변광섭의 재미있는 공예 e야기 ⑧ |
한지작가 이종국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종국에게 벌랏마을은 모든 것이 작품의 재료이자 소재거리다.
이 마을의 황토를 천조각에 물들인 뒤 다시 감물로 염색하면 예쁜 손수건과 이불보가 탄생된다.
작가는 이곳에 들국화와 구절초는 물론이고 살아있는 들꽃들을 물들이거나 붙이는 등 자연의 숨결로 가득한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우리 주변에는 잊혀져가거나 버려지기 쉬운, 그렇지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다. 특히 전통문화의 경우는 당장에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무한경쟁 사회의 경제논리에 밀려 명맥이 끊기고 사장위기에 처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충북 청원군 문의면 소전리 벌랏마을. 첩첩산중의 오지마을이 요즘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닥나무를 생산하고 한지를 만들며 다양한 작품을 창작하는 전통문화체험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하늘만 빠끔히 보이는 산골짜기, 6·25 전쟁이 일어난 사실도 모르고 지내 올 정도로 외진 마을에 화가 이종국(48)이 터를 닦으면서부터 한지마을로 명성을 얻고 있다.
이종국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한지를 생산하고 해학적이며 익살스러운, 아름답고 정감 넘치는 시골풍경을 그려 넣는 등 독특한 한지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벌랏마을에서 자라는 닥나무와 대나무,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를 갖고 조명등, 부채, 손수건, 솟대 등 기예와 감성미 넘치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지는 씨앗을 심어 1년 동안 닥나무를 키운 뒤 가마솥에서 삶고 겉껍질을 베껴내야 하며, 닥풀과 함께 물에 풀고 뭉치며 두들기는 등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이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온전한 작품으로 탄생하기 때문에 닥나무 재배에서부터 생산과 작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하는 작가는 국내에 몇 명 되지 않는다. 그간의 노력 끝에 소전리가 농촌 전통 테마 마을로 지정됐으며 마을 입구에는 ‘벌랏 한지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지고 한지 체험장이 들어서게 됐다. 벌랏마을 주민들에게 한지의 복원은 새로운 희망이 된 것이다. 한지는 천년의 숨결과 찬란한 문화를 묵묵히 간직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가 1377년에 제작되고, 이에 앞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751년에 제작될 때 한지는 그 중심에서 한 장 한 장, 한 땀 한 땀 소중한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한지가 천년을 견딜 수 있고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종이의 원료로 닥나무를 사용했는데 중국과 일본의 그것보다 섬유의 조직방향이 서로 90도로 교차하면서 질기고 균일하며 섬세한 입자를 형성하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종국에게 벌랏마을은 모든 것이 작품의 재료이자 소재거리다. 이 마을의 황토를 천조각에 물들인 뒤 다시 감물로 염색하면 예쁜 손수건과 이불보가 탄생된다. 작가는 이곳에 들국화와 구절초는 물론이고 살아있는 들꽃들을 물들이거나 붙이는 등 자연의 숨결로 가득한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지난 봄에는 한국공예관에서 이종국의 작품세계를 엿보고 잊혀져 가고 있는 문화유산의 가치와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벌랏마을 이야기_이종국 한지전’을 개최했다. 벌랏마을의 청정 자연이 한국공예관을 가득 메웠다. 방문객들마다 벌랏마을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깊은 감흥을 느꼈으며, 한지문화의 다양성과 무한가치를 만날 수 있었다. 한지가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세계화 전략으로, 우리의 찬란한 문화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고 있는 것이다. 벌랏마을 이종국의 집 문지방에 앉아 있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온통 자연뿐이다. 빛과 바람이 통하는 우리 종이 한지로 창과 문을 냈다. 햇살을 가득 머금은 한지 창에는 하늬바람에 닥섬유의 고운 결이 춤을 춘다. 마당에는 낙엽이 되어 나뒹구는 잎새들로 처량하고, 가지만 앙상한 나무마다 빨갛게 익은 홍시가 주렁주렁 햇살을 머금고 있다.
우 리 말
■오달지다(허술한 데가 없이 야무지고 알차다)
■천세나다 (쓰이는 데가 많아 퍽 귀해지다)
■끌끌하다 (마음이 맑고 바르다)
■마뜩하다 (제법 마음에 들다)
첫댓글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한지를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