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영적 실상
[스 9장]
[내용개요]
방백들이 에스라에게 당시 이스라엘의 부패 상황을 보고하였다. 그 내용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레위 사람들, 심지어 제사장들까지도 이방인들과 결혼하여 이방인들이 가져 온 우상들을 섬기는 엄청난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었다(1-2절). 이런 보고를 받은 에스라는 옷을 찢고 머리와 수염을 뜯으며 간절한 회개의 기도를 올렸다(3-5절). 에스라의 회개의 기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6-15절). 열조들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스라엘은 하나님 앞에 죄악을 저질러 왔으나,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은혜와 사랑으로 이스라엘의 남은 자를 예루살렘으로 모으셨는데 다시금 이렇게 엄청난 우상 숭배의 죄악을 저지른 민족적 현실 앞에서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는 내용이다.
[강 해]
귀환한 에스라는 하나님의 전에서 계획된 사역을 잘 감당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예루살렘에 거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이스라엘 족속 가운데서 널리 행해지고 있던 이방인과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방 결혼은 가나안 입성 이전부터 금지되었던 것으로 이스라엘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이에 에스라는 그들의 죄악을 자신의 죄악인 듯이 여기고 회개의 기도를 드립니다.
1. 보고
1) 방백들의 보고
성전의 보수와 성전 사역자들의 보충 사역이 끝난 후에 몇몇 방백들이 에스라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에스라에게 유대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행에 대해 보고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과 제사장, 레위인들이 이방인들과 결혼하여 이스라엘의 거룩을 더럽히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에스라의 사역은 성전 보수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율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그러나 에스라는 이 부분에 있어서 소홀했습니다. 이것이 성전 보수에 치중하느라고 그랬는지, 그의 동족들이 그런 죄를 범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방백들의 보고를 통하여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a. 이스라엘의 거룩을 더럽힘(레l8:24)
b. 이방 결혼 금지 이유(신7:4)
2) 범죄의 으뜸
특별히 금지되어 있는 이방 결혼에 있어서 이스라엘의 방백들과 두목들이 더욱 앞장서서 그것을 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율법이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규례를 지키는 데 있어서 본이 되어야 할 지도자들이 오히려 범죄의 으뜸이 되었으니, 이것은 정말 소경이 소경을 인도해 온 꼴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들은 더욱더 모든 일에서 좋은 본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a. 이방 결혼 금지(신7:3)
b. 소경이 소경을 인도함(마15:14)
2. 에스라의 애통
1) 기가 막혀 앉음
방백들의 보고를 들은 에스라의 즉각적인 반응은 자신의 속옷과 겉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으며 기가 막혀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율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에스라로서는 이와 같은 범죄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앉아 있기를 저녁 제사를 드릴 때까지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이 금하신 일들을 태연히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에스라로 하여금 말문조차 열지 못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그의 마음은 하나님과 동족에 대한 불타는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a. 에스라의 반응(스9:3)
b. 범죄한 동족에 대한 안타까움(출32:31-32)
2) 사람들이 모임
에스라는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로서 그에게 주어진 사역을 이제까지 잘 감당해 왔습니다. 그는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옷을 찢고 참담한 모습으로 앉아 있자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성경은 이들에 대하여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인하여 떠는 자'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경건한 자 곁에는 경건한 자들이 오이게 마련인 것입니다. 이들은 에스라의 애통해 하는 모습에서 중대한 위기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들이 에스라 주변으로 모여든 것은 앞으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a. 말씀을 인하여 떠는 자들이 모임(스9:4)
b. 말씀에 떠는 자(사66:2)
3) 무릎 꿇고 손을 듦
저녁 제사 때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앓아 있던 에스라는 제사 드릴 때가 이르자 일어나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가 일어나 무릎을 꿇은 것은 기도하고자 함을 보여 줍니다. 그는 두 손을 들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그의 마음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하나님께 대한 죄송스러움과 백성들의 장래에 대한 염려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
a. 일어나 무릎을 꿇음(스9:5)
b. 손을 들고 기도함(출17:11)
3. 에스라의 기도
1) 죄의 인정
에스라는 범죄한 자기 백성들을 대표하여 기도합니다. 비록 에스라 자신은 범죄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스라엘의 죄를 자신의 죄인 것처럼 하나님 앞에 회개의 기도를 드립니다. 이러한 에스라의 태도는 느헤미야나 다니엘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에스라가 먼저 고한 것은 그들 자신의 죄악됨과 범죄하였음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부끄러워서 감히 얼굴도 들 수 없다고 말하며, 조상 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이 범죄하여 왔고 그 결과로 나라가 멸망하게 되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a. 회개 기도를 드리는 다니엘(단9:4)
b. 부끄러워함(스9:6)
2) 은혜의 역사
자신들의 죄악을 인정하고 역사 속에서의 이스라엘의 범죄와 멸망을 말한 에스라는 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제공되어진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언급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범죄로 인하여 그들의 나라를 멸망시키시고 그들이 포로로 잡혀가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이들을 향하여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 몇몇을 본토에 남겨 두셨으며, 70년이 지난 후임에도 불구하고 포로 되었던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셨던 것입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회복될 만큼 회개하고 선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이름과 영광을 위한 것으로서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로 되어진 사건입니다.
a. 회복의 은혜(렘29:10)
b. 자신을 위해 은혜 베푸심(겔36:22)
3) 죄의 자복
하나님의 은혜를 언급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죄악을 한층 더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에스라 자신의 말과 같이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하나님의 말씀을 배반한 것에 대하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던 것입니다. 에스라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말씀하셨던 이방 결혼 금지 명령을 다시 인용합니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에스라로서는 알고도 범한 죄에 대한 하나님의 형벌은 아무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악용하여 육체의 기회로 삼는 것은 너무도 극악하여 도저히 용서받을 길이 없는 범 죄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용서받을 수 없다는 생각은 에스라의 마음에 깊은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서 울고 기도하며 애통해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a. 말할 수 없는 죄악(스9:10)
b. 은혜를 악용함(벧전2:16)
결론
이스라엘 백성의 죄악에 대한 에스라의 태도와 기도는 우리를 감동시키고 도전하기에 충분합니다. 자기 백성의 죄악을 위하여 눈물로 기도하며 심히 애통해 하는 에스라의 모습은 오늘의 기독교인들이 민족과 국가를 위하여 어떻게 기도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형제, 동족들을 위하여 울며 부르짖어야 합니다. 또한 애통하면서 그들의 구원을 간구해야 합니다.
[단어해설]
2절. 섞이게 하는데. 원어 <Wbr][;t]hi:히트아레부>는 '혼합하다, 사귀다'라는 뜻으로 인간적인 이익 때문에 불의한 자들과 사귀거나 일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4절. 저녁 제사. 매일 아침 저녁으로 드리는 상번제 중에 오후 3시에 드리는 제사를 가리킨다.
6절. 정수리에 넘치고. 자신의 죄가 매우 심각하고 엄중함을 표현하는 관용구.
8절. 소성하게. 봄이 되어 식물들이 활기를 찾듯이 활력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9절. 버리지. 원어 <bz"[;:아자브>는 보호와 신뢰로 이루어진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말한다.
12절. 주지 말고. 이방인과의 통혼에 대한 금지 규정으로 모세의 율법에서부터 매우 강조되어 왔다. 이는 이방 문화의 유입을 통해 선민의 거룩성을 더럽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신학주제]
민족적 범죄. 본장에 나오는 유명한 에스라의 회개 기도의 주요 내용은 자신의 죄악의 문제가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의 범죄에 대한 내용이다. 또한 이스라엘 민족의 현재의 범죄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전역사를 통해 저질러진 범죄의 문제까지도 회개 기도의 내용에 포함된다. 여기서 민족적 범죄는 이스라엘 백성 개개인의 범죄들의 총합이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공동체로서의 민족이 하나님 앞에 저지른 범죄이다. 분명히 에스라는 이방 여인과 결혼하지도 않았고, 우상 숭배를 한 적도 없다. 하지만 에스라는 우리의 악한 행실과 죄로 인하여 이 모든 일을 당하였다고 기도한다. 민족적 범죄는 에스라에게 있어서는 에스라 자신의 개인적 죄와 일치한다. 한편 성경에 구체적 언급은 없으나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외 없이 이방 사람들과 결혼하고 우상 숭배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잡혼과 우상 숭배가 그 시대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나.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잡혼과 우상 숭배 등의 죄는 하나님 앞에서의 개인적인 죄악이다. 그러나 그러한 개개인의 죄악은 바로 민족적 범죄와 직결된다. 개인의 죄악은 개인의 죄악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죄악과 불가분리적으로 얽혀 있다는 뜻이다. 에스라의 회개 기도의 내용을 통해서 민족적 범죄 속에서 개인의 죄악을 발견해야 하고 개인의 죄악 속에서 민족적 범죄를 발견해야 함을 배울 수 있다. 한편 에스라의 기도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는 의롭다는 고백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언약을 어기고 범죄했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언약을 신실하게 지키사 이스라엘을 결국 구원하심으로써 의로움을 보여 주실 것이라는 언약적 신앙 고백이다.
[영적교훈]
에스라는 민족적 범죄를 짊어지려 했다. 민족의 범죄를 자신의 범죄로 생각했고 민족의 고난을 자신의 고난으로 삼았다. 이 같은 에스라의 태도는 책임적인 신앙인의 모범이다. 기독교 신앙은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야 어쨌든지 나 혼자만이 올바른 신앙 생활을 하고 잘 믿으면 된다는 생각은,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 '내가 예수를 믿는 것'과 우리가 예수를 믿는 것'은 조금 다르다. 오늘날에는 우리가 예수를 어떻게 믿는가에 대해서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민족적 죄악을 끌어안고 회개하는 에스라의 모습은 많은 도전을 던져 준다.
출처: 주님의 시선 글쓴이: 카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