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바람을 꾸짖으시며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자 바람이 멎고 고요해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하고 말씀하십니다.(마르 4, 39-40 참조.) 오늘 복음은 우리를 깊은 묵상으로 인도합니다. 여기에 대해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에게 믿음이 있으면 그리스도께서 우리 마음 안에 머무십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가 “우리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에페 3,17)라고 말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리스도께서 배 안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배가 곧 난파될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주무시는 주님을 깨웠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일어나시어 명령하시자 곧 바람과 파도가 멎고 호수는 잠잠해졌습니다. 우리도 제자들처럼 그렇게 해야 합니다. (화가 치밀어 올라 마음의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돌풍이 불고 위험한 암초들이 널 부려져 있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이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우리 마음에 화가 치밀어)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고 우리의 배, 곧 우리의 마음은 심하게 흔들립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바람이란 우리가 다른 사람한테 받은 모욕과 상처를 말합니다. 파도는 우리의 분노입니다. 우리가 모욕당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우리의 배, 곧 우리의 마음은 좌초하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 안에 주무시고 계신 그리스도를 깨어나시게 해야 합니다. (왜 우리 마음속에 그리스도께서 주무시고 계신다고 말할까요?) 우리 마음속에 그리스도께서 주무시고 계시다는 말은 우리가 믿음을 잃고서 세상 사람들처럼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그리스도를 깨어나시게 하면, 다시 말해서 우리가 자신의 습관과 아집과 고집에서 벗어나 믿음에 호소하면, 깨어나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주님께 의지하지 않고, 주님께 맡겨드리지 않고, 복수하고 싶어 안달입니다. … 하지만 우리가 주님께 맡겨드리면, 우리 마음속에서 믿음의 목소리가 속삭이면서 마치 주님께서 바람과 파도에게 명령하셨을 때처럼 우리 마음은 곧 평온해집니다.(아우구스티누스,「요한 복음 강해」 49,19.)
참고로,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서방 교회의 4대 교부 가운데 한 사람.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가장 위대한 교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히포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도시입니다. 그의 어머니 모니카 성녀가 아우구스티누스가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세례를 받고 교회의 가장 훌륭한 교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히포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도시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모욕과 분노를 주님께 맡겨드리면, 우리는 우리를 불행에 빠트리는 모욕과 분노를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엄청난 특권을 가진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이 특권은 세상 그 어떤 것도 줄 수 없는, 하느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그리스도께서만 주실 수 있는 특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분노와 화에 굴복당하지 말고, 모욕과 분노를 주님께 맡겨드리고 참으로 행복한 삶을 살려고 노력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