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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려도 안끊어져요. 프라이탁 가방의 내구성을 시험해 봤다. 몸무게 80㎏ 정도인 성인 남성이 약 10분가량 매달려 있었지만, 가방은 재봉선 하나 벌어지지 않았고 모양에도 변함이 없었다. / 매거진 B 제공
브랜드 가치의 본질은 희소성에 있다. 한정판 제품이 가격을 몇 배씩 높여 불러도 없어서 못 파는 것은 희소성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탁 제품은 폐방수천으로 만들기 때문에 똑같은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
이창양 KAIST 경영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경영 전략의 두 축은 제품 차별화와 비용 절감인데, 프라이탁은 제품 차별화 정도가 매우 높다.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되는 것은 물론 회사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도 각자 차별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방 등 패션 제품은 고객의 '자기표현 욕구'를 자극하는데, 프라이탁의 경우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차별성 때문에 소비자가 가격에 덜 민감해진다.
② 진정성 - 핵심가치에 집중
'스토리 브랜딩'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프라이탁은 재활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회사 철학을 지키기 위해 비용을 감수하면서 폐방수천만 활용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올리버와이만 코리아의 신우석 상무는 "진정성이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집요하고도 철저한 노력의 총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번거로울 뿐 아니라 진정성을 포기했을 때 도리어 수익과 매출이 늘어나는 등 이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그럼에도 기업이 진정성을 지켜야 장기적으로 성장하며 명품을 만들 수 있다"며 "세계적 브랜드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한 번 정한 브랜드 콘셉트를 계속 끌고 나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③ 모순 - 폐품 vs 명품
흔히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다. 그러나 프라이탁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서도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경제적인 성공을 이어오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JOH의 조수용 대표는 "친환경 업체는 재활용과 비영리라는 개념을 동일화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탁의 모순은 하나 더 있다. 보통 '더러움'과 '명품'은 상극의 개념이다. 그러나 프라이탁 가방은 때가 묻고 냄새가 지독한데도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 조수용 대표는 "보통 제품에 생긴 흠집은 '불량'이지만, 5년 이상 길거리를 누빈 트럭의 방수천으로 만든 프라이탁 가방의 흠집은 '스토리'가 돼 고객에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④ 기능 - 패션 위의 그 무엇
창업자 마르쿠스 프라이탁씨는 "제품은 패션보다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트럭의 방수천을 쓰게 된 것도 '방수'와 '튼튼함'이라는 기능성에 대한 필요에서 출발했다.
신우석 상무는 "패션 제품의 경우 기능성은 매우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이라며 "보온성과 방수성을 인정받아 1차대전에서 군인 제복으로 채택된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나, 견고한 내구성으로 유럽 귀족들의 사랑을 받은 루이뷔통 가방이 명품으로 발전한 사례를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혁신적 수용 창출에 성공한 제품의 공통점 중 하나는 치명적인(magnetic) 매력인데, 그것을 만들어 내는 공식은 'M=F·E' 즉 '탁월한 기능성(functionality)과 강력한 감성적 어필(emotional appeal)의 곱'이라고 말했다.
⑤ 狂팬 - 애호가만 3만명
프라이탁 가방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자 가방의 사진을 찍어 서로 자랑하거나 제품의 사용 후기를 올리고, 중고품 거래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프라이탁 애호가는 세계 곳곳에 3만명, 한국에만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동호회를 연상시킨다. 광팬을 끌어들이는 요소 중 하나는 '재활용'이라는 친환경 개념이다. 신우석 상무는 "제품의 진정성에 공감하는 고객은 높은 수준의 제품 충성도를 가지고 오랜 기간 제품을 사용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