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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등 대부분의 헤브라이즘 계통의 종교인들은 모세 5경을 가장 중요한 성경으로 꼽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1. 모세 5경은 다른 성경들과 비교해서 가장 오래된 성경이기 때문이다. 언제 쓰여 졌는지, 쓰여 지기 전에는 어떻게 구전 되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가장 오래 된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2. 모세 5경은 그 경전을 믿고 살았던 민족의 역사 속에서 항상 기준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도 기준을 중심으로 줄을 맞추고 기준에서 벗어나면 혼이 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역사책 이라는 것은(여호수아부터 느헤미야까지) 그 역사관이 분명하다. 모세 5경을 기준으로 삼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 맺은 계약을 잘 지켰느냐 안 지켰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성경 저자들의 역사관이다. 좋은 시대는 잘 지킨 시대고 어려운 시대는 지키지 않았던 시대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것은 복잡한 역사관이 아니라 매우 단순한 역사관이다. 마치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복잡한 것 같아도 0과 1 이라는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것과 같다.
나는 이스라엘의 선지자들이 레위기라는 기준을 가지고 역사를 평가하는 역사가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나라가 어려워지면 그들은 어김없이 나타나서 이렇게 된 것은 레위기의 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또 그렇게 역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레위기적인 기준을 가진 선지자들을 좋아하지 않고 죽여 왔던 것은 레위기를 법으로 해서 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헬레니즘 사람들처럼 신으로부터 독립해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고 싶었지만, 항상 레위기는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들은 항상 레위기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했다.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오고 또 오가고 그것이 반복 되면서 레위기는 그들에게 한 마디로 설명하기 복잡한 그 무엇이 되었던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든다면, 정말 아합이 악한 왕이었고 여로보암이 악한 왕이었는가? 그것은 레위기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볼 때 악한 것이다. 역사서 기자들에 의에서 그렇게 욕을 먹는 여로보암은 세상적으로 볼 때 북쪽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해 준 선구자였다. 그의 지도를 받아 북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유롭게 자기가 생각한 방법대로 하나님을 섬기거나 우상을 섬길 수 있었다. 굳이 예배를 드리러 예루살렘 성전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죄책감이 사라졌다.
3. 모세 5경은 전 세계 모든 민족들을 교화시킨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세 5경에 기록된 내용 중 의식적인 부분들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율법의 정신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나님과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의 정신이라고 가르치신 것이다. 안식일은 없어졌지만 안식일의 정신은 굳게 서 있고 십일조의 정신은 없어졌지만 십일조의 정신은 굳게 서 있고, 안식년이나 희년은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나는 율법은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하게 하러 왔다’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모세 5경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르침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셨다. 오래 된 것을 딛고 올라가야 새로운 것이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모세 5경이라 함은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말하는 것인데 다 같은 책이 아니라 각각 기능이 다른 책이다.
1. 레위기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광야로 들어갔을 때부터 하나님을 섬기는 새로운 공동체가 시작되었다.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가 독립 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인가? 그것은 법을 만드는 것이었다. 제헌절은 그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왕이 통치하는 나라도 왕이 제정하는 법이 있어서 그 법에 따라 통치되는 데, 하물며 민주주의에 법이 중요하지 않았겠는가?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로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히 하나님이 제정하신 법이 있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레위기이다.
국가나 단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법이 있어야 한다.
우리 교회가 종교 단체로 인정되는 법인등록을 했을 때 국가에서 요구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교회의 정관이었다. 교회의 정관이 있어야 법인으로 인정된다.
내가 고등학교 때 '명경'이라는 문학 써클에 가입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작은 문학 모임에도 정관이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 백석 교단도 처음에 교단을 세울 때 교단을 세운 목사님들이 무슨 호텔에 가서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헌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때 참가했던 교수 목사님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교단이라는 단체를 세우는 것도 가장 먼저 법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레위기는 모세가 하나님과 만나서 하나님께로부터 전해 들은 하나님 백성들의 법이다. 레위기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제정하신 정관이다.
레위기의 내용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시대는 현대처럼 복잡한 시대가 아니라서 정해 주신 법들이 매우 단순하고 적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대의 법들을 보라.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법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레위기가 하나님이 제정하신 법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당시 사람들의 생활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알 수 있다. 하나님이 제정하신 법은 지키기는 어려워도 그 내용은 별로 복잡하거나 많지 않다.
세월이 흘러서 구약 시대가 신약시대로 바뀌었어도 레위기의 정신만큼은 예수님으로 통해서 전해지고, 교회로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레위기의 근본 정신은 하나님을 모든 것을 다해서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2. 신명기
신명기는 레위기에 대한 설교, 경고, 격려사, 미래에 닥칠 일에 대한 예언이라고 할 수 있다.
신명기 1장 1절을 보면 신명기의 성격을 알 수 있다.
" 이는 모세가 요단 저쪽 숩 맞은편의 아라바 광야 곧 바란과 도벨과 라반과 하세롯과 디사합 사이에서 이스라엘 무리에게 선포한 말씀이니라."
신명기가 설교문이라고 했을 때, 신명기 3장까지는 모세가 율법을 다시 설교하기 위한 서론에 속한다.
4장에 가서 본격적인 율법 설교가 시작된다.
1. 이스라엘아 이제 내가 너희에게 가르치는 규례와 법도를 듣고 준행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살 것이요 너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에 들어가서 그것을 얻게 되리라
이때부터 모세가 선포한 말씀은 새로운 말씀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미 시내산에서 주신 레위기를 다시 강론하는 말씀이다. 그 때 레위기를 전해 들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 죽었다고 봐야 한다. 신명기를 설교하는 모세의 앞에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신세대들인 것이다. 그들에게 레위기 율법, 즉 하나님과의 언약을 다시 한 번 가르쳐 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신명기의 '신'자는 원숭이라는 의미의 신자가 아니라 '다시'라는 의미의 신자이다. 신신당부 할 때의 신자이다. '다시 거듭 당부한다.' 할 때의 다시 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주신 레위기 율법을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하며 가르치는 내용이 신명기이다.
이 신명기의 ‘헬라어 70 인 역 성경의 제목은 ‘엘레 하 드바림’, 그 뜻은 ‘두번째 율법’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율법을 주신 것이 아니라 이미 주신 율법을 재 강조 한다는 뜻이 있다. (70인역 성경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해야 겠다. 이것은 마치 불가타역 라틴어 성경이나 영어권에서 권위 있는 킹제임스 버젼 성경과 같은 중요한 성경이다. 우리 나라에서 공적으로 사용되는 개역 성경이 중요한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성경들이다. 왜냐하면 그 언어들의 사용권역이 넓기 때문이다.)
신명기 6장 4, 5절은 모세의 설교의 핵심이다.
4.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는 우리의 하나님이시요, 주는 오직 한 분뿐이시다.
5.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들으라는 히브리 발음으로 '쉐마'이다. 그리고 그 들은 말씀은 하나님을 목숨을 다해서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용을 이렇게 하라고 말한다.
6.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하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7.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언제든지 가르쳐라.
8. 또 너희는 그것을 손에 매어 표로 삼고, 이마에 붙여 기호로 삼아라.
9.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서 붙여라."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말 쉐마 말씀 (신명기 6장 4~9절)을 손과 이마에 달고 대문과 집문에 써서 붙여 놓는다. 아래 사진은 이마와 손목에 쉐마 성경 구절을 달고 있는 모습니다. 그 아래 사진은 문설주에 쉐마 성경 구절을 붙인 모습이다.
3. 창세기
창세기는 레위기를 법으로 따라는 이스라엘 나라, 그 민족의 기원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민족이 섬기는 하나님이 하신 일과 말씀하신 것에 대하여 선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분석이나 설명이 아니라 선포이다.
(창 1: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기에 창조를 시작할 수 있었느냐 같은 말은 아예 없다. 단지 하나님이 하신 일을 말하는 것이다.
창세기는 하나님에 대하여 증명하려는 책이 아니다. 창세기는 단지 선포할 뿐이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그 본질에 대하여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오늘 날 학문의 기본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세기는 하나님이 하신 일과 말씀에 대하여 선포하면서도 "하나님은 누구신가?"에 대하여 설명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교만에 속하는 일이다.
창세는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한 분이신가를 선포한다. 특히 이 세상 사람들의 죄가 만연했을 때 하나님은 심판자로 나타나신다. 이 세상을 충분히 심판하실 수 있는 적극적인 분, 인간 역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시는 분으로 선포된다.
창세기는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1장에서 11장까지의 내용과 12장부터 마지막장까지의 내용이다. 첫 번째 내용은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이 생겨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12장부터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데 이것이 본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창세기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책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 하면 어차피 창세기를 읽는 독자들은 예수님 오시기 전까지는 이스라엘 사람들이었다. 예수님 오시기 얼마전에 70인역 성경이 헬라어로 번역이 되어,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사람들도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들의 민족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인 12장부터의 이야기를 위해서 11장까지 필요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들 중에 창세기 처음 부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창세기는 가설-증명으로 이어지는 과학적인 순서를 따라 기록된 책이 아니다. 단지 선포할 뿐이다. 질문은 받지 않는다. 선포할 뿐이다.
그래서 창세기 1장 1절도 중요하지만 12장부터 나오는 아브라함에 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
창세기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족보 이야기로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어떻게 많아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선조 아브라함에게 후손과 땅의 약속을 하신다.
(창 15:5)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이르시되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창 15:6)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
(창 15:7) 또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이 땅을 네게 주어 소유를 삼게 하려고 너를 갈대아인의 우르에서 이끌어 낸 여호와니라
가나안 땅의 약속은 가나안에 쳐들어 가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창세기는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스라엘이 정복 전쟁을 하는 것은 오로지 신의 뜻이고, 가나안 땅은 이 세상을 존재하게 하신 주인이신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땅이라는 것이다.
창세기 9장에 보면 노아 때 홍수 뒤에 노아가 술 먹고 홀딱 벗고 자고 있으니까 함이 그 아버지의 하체를 보고 형제들에게 놀려 대었다. 그 일을 노아가 알았을 때 이상하게 함을 저주하지 않고 함의 아들인 손자 가나안을 저주하여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그의 형제의 종들의 종이 되기를 원하노라”라고 하였다. 이 부분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데 충분한 정당성을 제공했을 것이다.
창세기에는 열개의 족보가 나오는 데 아브라함을 중심으로 아브라함 전의 족보 5개와 아브라함 이후의 족보 5개가 나온다.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을 중심으로 족보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세기의 족보는 자연적인 가계도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진 족보이다.
17세기의 아일랜드 주교였던 제임스 어셔(James Ussher)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 천지가 만들어진 날을 계산해 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세계는 BC 4004년 10월 23일자정에 창조되었다.
그런데 세계 역사를 보면 BC 4004년 이전에 이미 신석기 시대를 거쳐서 이미 청동기 시대를 맞이한 지역도 있습니다.
“최근 이루어진 반 치앙(Ban Chiang) 유적의 고고학 조사 등의 연구에 따르면 BC 4000년에 이미 오늘날의 타이에 초기 청동기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이미 농사를 짓고 살았다는, 그런 있을 수 없는 말이 되는 거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갈 때는 어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그 목적을 중심으로 일을 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든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목적이 없이 하는 일은 나중에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했는지 후회하게 된다. 창세기 역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쓰여진 성경이다.
4. 출애굽기
출애굽기는 레위기를 중심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나라가 시작된 일에 대한 역사이다. 출애굽기 안에 레위기라는 이스라엘의 헌법이 생긴 정황이 다 들어가 있다. 모든 율법을 받은 후에(하나님과의 계약이 성립한 것이다.) 출애굽기가 끝나고, 그 율법대로 살아보고자 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시도가 민수기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출애굽기는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애굽기는 이렇게 끝난다.
(출 40:34) 구름이 회막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하매
(출 40:35) 모세가 회막에 들어갈 수 없었으니 이는 구름이 회막 위에 덮이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막에 충만함이었으며
(출 40:36) 구름이 성막 위에서 떠오를 때에는 이스라엘 자손이 그 모든 행진하는 길에 앞으로 나아갔고
(출 40:37) 구름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떠오르는 날까지 나아가지 아니하였으며
(출 40:38) 낮에는 여호와의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불이 그 구름 가운데에 있음을 이스라엘의 온 족속이 그 모든 행진하는 길에서 그들의 눈으로 보았더라
출애굽기의 끝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참 좋았다.
우리는 항상 어떤 것이든 ‘처음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 우리가 조선 시대 왕들은 거의 다 몰라도 처음 조선을 세웠던 왕과 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 안다. 또 우리나라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몰라도 곰이니 호랑이니 단군이니....... 하면서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도 그 욕구에서 시작된 일이다. 처음이 없으면 그 나중도 없기 때문에 항상 처음이 중요하고 사람들은 처음에 대하여 알려고 한다. 출애굽기는 레위기를 법으로 받아들인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있었고 어떻게 나라를 세우게 되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5. 민수기
민수기는 처음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 사람들의 족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족보와 계수(숫자를 세는 것)는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어진 소스라고 할 수 있다.
족보가 왜 필요한가? 겉으로 보면 민수기가 가지고 있는 족보이야기와 계수 이야기는 족속과 가문별로 새로운 땅을 분배하기 위함이고, 또한 정복 전쟁에서 싸울 수 있는 병사들을 계수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민수기가 후대에 수집, 편집 되어졌다고 생각할 때는 말이 달라진다. 민수기의 족보와 계수 이야기는 이스라엘 나라의 정통성과 정체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우리 가문의 족보를 만든다고 고생하시는 것을 기억한다. 그 족보는 지금 가지고 있지 않지만, 조선 왕조 임명 대군파의 후손으로서의 자존심을 살리려고 족보를 만드셨음에 틀림이 없다. 할아버지는 말씀하시기를 ‘천방지추마골피’ 성을 가진 사람들은 쌍놈들이라고 하셨다. 아마 그럴 듯한 관직에 한 사람도 오르지 못한 족적을 가진 성씨들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그리고 결혼을 해도 그런 성을 가진 여자하고는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청년 시절 피 씨 성을 가진 아가씨와 펜팔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도 영 찜찜했었다. 족보라는 것은 자랑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처음 나라를 세운 사람들에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뛰어 넘는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다.’라는 격려가 필요했을 것이다. 족보라는 것은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작성이 되는 것이다.
민수기의 인구 조사는 두 번 이루어 졌다. 이집트를 나온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이루어졌고, 약 40년 후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에 이루어졌다. 모든 사람을 다 계수한 것이 아니라 20세 이상 된 장정만 계수 되었기 때문에 병적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당시에는 가문과 가족 별로 관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특히 장자는 따로 계수 되었다.
이집트를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루어진 인구 조사에서 20세 이상 장정으로 계수된 사람들은 하나님이 광야에서 다 죽이셨다.
이렇게 인구를 계수한 내용을 소개하려는 저자의 목적은 무엇인가? 첫 계수 때는 인구가 레위지파 빼고 603,550명이었고 두 번째 계수 때는 인구가 레위지파 빼고 601,730명이다. 이 정도면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40년 광야 생활 중에 이스라엘 인구는 하나도 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조금 줄었다. 계수 대로라면 한 사람의 장정이 한 사람의 아들만 죽지 않게 잘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피임의 기술이 없었고 자녀를 많이 낳았던 시대에 있었던 일로서는 참 이해하기 힘든 숫자이다.
광야에서 40년을 살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20세 이상 장정만 60만이었는데 가족들까지 합치면 최소 2백만은 되었을 거라는 것이 맞다면, 200만이 어떻게 그 물도 없는 광야에서 살아 남았을가 하는 의문은 여지없이 다가오는 것이다. 먹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가 있다고 하더라도 식수 문제와 배설물 처리 문제가 오늘 날 우리가 생각하는 상하수도 시설과 화장실 시설을 생각하면 안된다. 40년 동안 주로 유다 남 쪽 오하시스 지역에서 살았다고 해도 200만은 정말 너무 많은 숫자이다. 그래서 고대 사람들의 숫자 개념에 대한 연구를 뒤져 봐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예로 구약성경에서 70이라는 숫자가 자주 나오는 데, 이것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완전한 숫자였다. 그래서 노아의 세 아들의 후손들을 창세기 10장을 통해 세어보면 정확히 70명이 되며, 이집트로 내려간 야곱의 자손의 수가 70명이고 기드온의 아들들의 수가 70명이다. 이 70이라는 수는 수의 개념이 아닐 수가 있다. 단지 완전하다, 많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2라는 숫자와 7이라는 숫자도 수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어떤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2라는 숫자는 '굳게 결속되다' 라는 뜻이 들어 있다. 히브리인들은 수를 수로 보지 않고 의미로 보았던 것이다. 아예 따로 사용하는 수라는 것이 없었고 알파벳이 숫자이기도 했다. 그것에 비하면 아라비아 상인들이 순수하게 계산의 목적으로 발명해 낸 아라비아 숫자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숫자이다.
오늘 날 과학적인 눈으로 볼 때 현대의 뛰어난 농경 기술로 농사를 지어도 그 지역에서 백만 이상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출애굽기 23:29,30(29. 그러나 그 땅이 황폐하게 됨으로 들짐승이 번성하여 너희를 해할까 하여 일 년 안에는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지 아니하고 30. 네가 번성하여 그 땅을 기업으로 얻을 때까지 내가 그들을 네 앞에서 조금씩 쫓아내리라)을 보면 2백만이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에 정착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가나안 땅은 그리 큰 땅이 아니다. 인구 2백만이 라면 정말로 그 땅 사람들을 다 쫓아내었다고 해도 충분히 땅을 잘 가꿀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민수기를 오늘 날의 주민등록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민수기는 결코 정확히 계수된 족보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계수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레위인의 족보에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성경의 족보는 어떤 한 부분으로 관심이 모아지게 기록되어 진다. 창세기에도 열개의 족보가 나오는 데 다섯개는 아브라함 이전의 족보이고 다섯개는 아브라함 이후의 족보이다. 이 족보들은 다 아브라함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민수기에 나오는 족보 이야기도 결국 레위지파로 초점이 모아진다. 레위지파는 하나님을 섬기는 직분을 가진 독특한 족속이다. 그들의 자리는 항상 모든 지파들 속에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어쩌면 이 모세 5경을 모은 사람들이 레위인들, 제사장들이기 때문에 5경 속에 자신들의 자리를 보장받으려는 시도를 해 놓았는지 모른다. 우리가 법조인, 역사가, 교수, 언론인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신분을 보장하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늘날의 신앙 공동체에서도 목회자의 위치가 약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수기는 하나님과 계약을 맺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다. 민수기 22장에서부터 24장에 나오는 꾀 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하나님이 발람이라는 이방 선지자에게 이스라엘 민족을 저주하지 못하도록 하시고 축복하시도록 하는 내용이 나온다.
민수기 22:12 “하나님이 발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그들과 함께 가지도 말고 그 백성을 저주하지도 말라 그들은 복을 받은 자들이니라.”
(정리)
모세 5경은 모세와 깊은 관련이 있지만, 모세 혼자 썼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증거로는 모세 5경 중 신명기의 마지막 34장 7, 8절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7.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8. 이스라엘 자손이 모압 평지에서 모세를 위하여 애곡하는 기간이 끝나도록 모세를 위하여 삼십 일을 애곡하니라
정리하자면 모세 5경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어진 것이 아니라 다 목적하는 바가 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각 책들이 다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모세 5경이 우리에게 어려운 이유는 정말 그 성경이 어렵게 쓰여 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과 우리와는 시간과 장소에 따른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약 3천 5백 년 전 사막 지대에서 살던 사람들이 작성했던 책의 내용을 그들과 지구 반대편에서 그들과 전혀 다른 세계관과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성지 순례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말로만 듣는 것 보다 보는 것이 백배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신비롭게만 볼 필요도 없다. 사람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고 거기나 여기나 똑 같다. 그래서 모세 5경은 매우 쉬운 책이자 매우 어려운 책이다.
아직까지 모세 5경은 언제 누가 지었거나 수집, 편집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성경 안의 내용을 통해 증거를 찾거나 외적인 증거를 통해서 추측할 뿐이다. 단지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역사의 기록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작성되어진 문서라는 점이다.
나는 모세 5경이 모세의 시대나 사사시대에 완벽하게 기록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세가 어떤 문서를 남겼거나 구전으로 어떤 역사적인 내용들이 전해졌다고 해도 모세 5경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때는 왕정시대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모세 5경이라는 걸작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물론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나라를 세웠을 때도 모세 5경이 필요했겠지만, 가나안 정복시기나 사사 시대를 살펴 볼 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완성된 형태의 모세 5경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사울로부터 시작되어 다윗, 솔로몬으로 이어져 내려가는 왕정시대는 이스라엘이 국가로서의 모습을 가지게 된 시대이다. 왕정 이전에는 모세 5경의 내용이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왔는지 어떤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모세 5경의 내용이 절실히 필요했던 때는 사울로 부터 시작된 왕정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감히 추측하건대 모세 5경이 자기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것은 왕정시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신명기 같은 경우는 바벨론 포로기의 사건을 암시하는 것 같은 구절이 있기 때문에 더 후대에 뭔가 첨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렇게 추측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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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Amen!!!^^
감사합니다. 계속 수정해 나가고 있는 글입니다. 잘 정리가 안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