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2-01
새 해 아 침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어제는 교차로에서 만나 알게된 고등학교 동창 전도사님으로부터 “밝은 새해”라는 우편소인이 찍힌 연하장(年賀狀)을 받고 반가웠다. 그 안에는 왼편의 길옆으로 곧게 솟은 소나무 한 그루를 뒤로하고 나무들이 작아져 가며, 작은 화지(畵紙)인데도 먼 길을 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흰 눈으로 덮인 길, 끝 멀리서부터 이곳을 향하여 사람 둘이서 걸어오고 있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 분께서 볼 때에는 두 명의 길 위의 사람이 먼 곳으로부터 차츰 다가들 듯이, 그 분에게 다가드는 것이다. 올 한해를 그 분에게 걸음걸음으로 다다르고 싶다. 오늘은 한해가 시작되는 아침이다. 우리는 때로 아침이 동터오면 새아침이 왔다고 말한다. 새해 새아침, 어제의 지난해를 뒤로하고 새해아침을 맞이했다. 오늘 아침은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면서 밝은 햇살이 비춰온다. 올 한해에도 이 아침의 날씨만큼이나, 사람들을 찔러대는 예리한 바람보다는, 무던하고 온화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그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에게 멀리서 찾아드는 사람들은 종종 있더라도 내 주변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이따금 황당한 생각에 젖어본다. 나 혹은 내 집안에 대사(大事)를 만나게되면 찾아줄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선뜻 성황을 이루게 할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전화에 기대어 마음을 놓고 얘기할 벗이 주위에 있으니 어찌 행복이라 하지 않겠는가? 예수님은 제자들을 보내어 자기에 관하여 묻는 세례요한에게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고 말을 전해주어라 하였다(마태복음 11:5). 예수님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면서 가르치고, 전파하고, 약한 사람을 고치셨다(마태복음 4:23). 내 주변에는 누가 있는가?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은 카피(copy)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럿을 만들어내는 붕어빵을 만들 줄도 알게된 것 같다. 그리고 요즈음은 사람도 복사품을 만들어 보겠다고 들먹이는 시대가 되었다. 공동체(共同體)라는 말도 간간이 듣는다. 그렇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나와 같은 점을 찾기보다 서로 다른 점을 찾아 나와 다른 누구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다른 점들을 함께 라는 말로 소화해 가는 좋은 시간들이 되어야겠다. 사람들과 함께 할 수는 있어도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습이 같다는 쌍둥이마저도 다른 놀림일 것인데 각각의 사람들이 각각일 수밖에 없다. 나와 같은 점을 찾기보다 서로 다른 점을 찾으려면, 여행(旅行)을 같이하면 된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누구는 불러댔다. 가깝다는 부부사이에도 항상 마주보면서 살수만은 없을 것이다. 나그네처럼 앞을 보며 같이 걸으며 말도 건네고, 들어주기도 하며 그렇게 걷는 것 말이다.
공동체 이야기
과 용(過用)과 오 용(誤用)
추위가 뜨음하고 겨울 같지가 않다. 우리네 서민들이 지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들이다. 일월이 아닌 삼사월과도 같은 포근함이 여러 날 이어진다. 지난밤 사이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아침에까지 줄곧 내린다. 별 필요 없어 보이지만 앞으로의 메마를 봄날을 위하여서는 더할 나위 없는 비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거나, 당장 필요치 않으면 남의 일 여기듯 한다. 우리는 지난해에 최악의 가뭄을 겪어냈다. 벌써부터 항간에는 물 부족 이야기가 나돈다. 지금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일들이 남의 일들만이 아니고, 먼 미래의 일만도 아니다. 곧 나의 일로 다가올 것이다. 방송에서는 “사람들이 물을 물쓰듯한다”는 그럴싸한 말을 한다. 물이라고 해서 마구 흘려보낼 일이 아니다. 쉽게 내어놓아서도 안되겠지만, 굳이 흘러나온 물이라면 더 멀리 나아가지 않도록 잘 담아 두어야겠다.
몇 일전에는 온 가족이 문을 닫고, 이웃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수락(水落)에 가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갔다가, 가까이에 있는 전에 우리부부와 아이들이 살던 예수마을을 찾았다. 그곳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곳에 가면 유독 더 반기는 할아버지께서 계시는데, 그분의 검소함이 내가 그분에게 끌리게 된다. 어느 누가 오셔서 함께 생활을 하게되면, 전등불은 어느 곳에서 끄게되고, 화장실은 어떻게 사용해야되며, 물과 전기불을 아껴가면서 사용하자는 말씀을 하신다. 젊은 사람이 듣기에는 노파심의 말쯤으로 들려지는 말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 말씀은 지당하신 말씀일 것이다. 사람들은 전에부터 있는 것, 혹은 발명한 것들로 인하여 풍요(豊饒)의 극치 속에 살아들 가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흘려내는 배설물로 인하여 오히려 걱정거리가 될 지경이이다. 그것들이 세상에 축적되어져간다. 세상에는 쓰레기더미들이 쌓여간다. 그런 것들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로 세상이나 사람들이 몸서리를 앓는다. 무색무취(無色無臭)의 세상을 물들여져 가는 세상으로 만들어 간다. 전에는 못 듣던 바람물질이라는 말까지도 다 들어가면서 산다. 농담스럽게 말하는 도심 강남(江南)의 번잡스럽고, 불 밝은 곳이 “물 좋은 곳”이 아니라, 인적이 드문 곳인 두메와 같은 곳이 물이 좋은 곳이다. 사람들의 과용(過用)과 오용(誤用)이 세상을 병들어 가게 한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하였다(야고보서 1:15). 덜 쓰는 것이 요즈음의 세상에 미덕(美德)이 아니겠는가?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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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김정옥
김봉상
문창수
이유범
김귀숙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2002년 1월 7일에 금산 제원교회 조종국 목사님 부부와 논산의 대둔산 수락랜드의 도움으로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목욕을 하고, 점심식사를 같이하였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주식회사EG(이성철).신평교회성당리구역(김강성.최정오).왕지교회.경당교회2여전도회(신동성외8인).박종덕외3인.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8인).향림원.어귀녀.문창수.김귀숙.문희.통계청(임명선외5인).신평교회(이희옥.김명렬).김영창외2인.이광승(김미경).채윤기(박현실).성동교회(주재권.유창희).대덕교회(한도식)조종국외3인.용전교회(김종원외3인).영생교회(이승호).박종만.일불사.찬미교회금산제일신경정신과의원(남세희).박정도.인동교회1남선교회(나기도외4인).예수마을.삼광교회(서태식).대덕교회.대전서노회.김영창.옥천동부교회.임찬양.유계순.그리스도의집.이정애.추부면사무소.김기홍.조종국외2인.수락랜드.전수현강희영.삼호교회(길만호).한삼천교회.만나교회(전남홍외4인).이종국.유인숙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