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예금・대출시장과 여러 가지 상품
예금과 대출은 금융의 기본이며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은행이나 신협 상호저축은행 등과 같은 금융기관이 예금을 받아 금융기관의 책임으로 대출을 한다. 예금과 대출은 예금자와 대출자가 직접 연결되지 않고 은행 등이 자금을 중개하기 때문에 간접금융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가까이 있거나 연고가 있고 믿을 만한 금융기관을 골라 예금을 해왔다. 금융기관도 오랜 거래관계가 있고 여러 면에서 믿을 만한 대상을 찾아 대출을 했다. 예금과 대출은 이렇게 금융기관과 예금자, 금융기관과 대출자간의 신뢰와 오랜 관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왔다. 즉 예금과 대출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관계형 금융의 형태로 발전된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금융혁신으로 인한 다양한 예금・대출상품이 출현하고, IT기술 발달로 인한 공간제약의 감소, 금리자율화와 정보접근성 강화, 경영효율화를 위한 인력감축 등으로 시장여건이 크게 바뀌었다. 이에 따라 예금・대출도 관계형 금융에서 시장형 금융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예금자는 예금상품의 금리와 거래 금융기관의 네트워크 등 편의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금융기관은 오랜 거래관계보다 담보제공 여부, 보유자산 규모, 다니는 직장 등 외형적 신용평가를 중심으로 대출자를 고르게 되었다. 대출에 필요한 신용평가를 계량화, 전산화하여 비전문가도 쉽게 대출여부와 가능금액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인력감축과 경비절감을 하고, 수익을 늘릴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예금・대출의 시장화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1997년 이전에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대부분 규제되어 있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다. 예금은 은행, 신협,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 종류별로 금리나 상품의 성격이 거의 동일했다. 대출은 수출지원금융과 같은 특정 분야의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과 기업대출이 대부분이고 은행별 차이가 없었다.
1998년부터 금리자율화, 개인대출에 대한 규제완화, 다양한 금융상품의 허용 등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금리와 조건이 다른 여러 금융기관의 예금상품 중에서 자신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은행, 신협 등 금융기관은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가계대출과 담보대출을 늘렸다. 개인들은 주택담보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카드론, 자동차 등의 할부금융 등 다양한 대출을 금융기관마다 다른 조건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가계가 예금주체에서 차입주체로 변한 듯하다. 가계의 금융부채는 2014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제 가계나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의심스러운 단계에 와있다. 개인들은 예금과 대출에 대한 지식이 많이 필요해졌다. 예금과 대출의 종류와 특징, 문제점 등을 알아보자.
(예금상품의 종류와 특징)
먼저 예금은 고전적인 분류방식으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과 정해진 기간 이후에 인출해야 이자 손실이 없는 저축성예금으로 나눌 수 있다. 요구불예금은 기업이 수표나 어음 결제에 사용하는 당좌예금과 일반자금 거래에 사용하는 보통예금이 대표적이다. 개인들이 급여계좌나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많이 쓰는 저축예금도 이름에 저축이 들어가 있지만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저축성예금은 3개월, 1년 등과 같이 일정기간 이후 찾을 수 있는 정기예금, 일정기간동안 여러 번 예금하여 목돈을 만드는 정기적금이 대표적이다. 금융기관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금리, 이자지급방식, 적립방식 등을 조금씩 바꾸어 다양한 예금상품을 만들고 있다. 정부가 세금우대를 해주거나 아파트 분양우선권을 주는 재형저축 또는 주택청약예금 등도 정기적금이나 정기예금의 한 형태이다.
예금금리는 일반적으로 수시입출금식보다는 저축성예금이, 저축성예금 중에서는 의무예치기간이 장기일수록 금리가 더 높다. 비슷한 예금이라도 비대면 무통장방식의 예금이 취급비용을 낮출 수 있어 금리가 조금 더 높다. 금융기관별로는 신용도가 낮아 보이거나 지점망이 적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높은 금리를 주는 경향이 있다. 상호저축은행이 대표적인 예로 상호저축은행의 거의 모든 예금금리가 은행보다 높다. 신협, 새마을금고, 지역농협 등은 지점망이 적고 신용도가 낮아 보이지만 예금에 대한 세금우대가 있어 정기예금의 경우 금리가 은행과 별 차이가 없다.
다음으로 예금을 비증권적 예금과 증권적 예금으로 나눌 수 있다. 비증권적 예금은 주변에 많이 있는 저축예금, 당좌예금,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이다. 일반적으로 예금증서나 예금통장으로 거래하지만 요즈음 무통장 방식도 생겨나고 있다. 증권적 예금은 어음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매매하는 형태의 예금이다. 환매조건부채권매매, 표지어음, 양도성예금증서 등이 있다. 은행채 등의 금융채도 법적으로 예금은 아니지만 자금의 조달이라는 면에서 예금과 성격이 비슷하다. 이러한 증권적 예금과 금융채도 고객의 편의를 위해 통장식으로 거래할 수 있다. 증권적 예금과 금융채는 일반 예금보다 금리가 조금 높지만 대부분 중도해지가 안되고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CMA(cash management account), MMF(money market fund), MMDA(money market deposit account) 등과 같이 펀드 형태이면서 실제는 예금과 거의 같은 금융상품이 있다. 이들 금융상품의 취급기관과 법적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고객의 자금을 단기 우량채권, CD, 콜론 등에 투자하여 단기시장금리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CMA, MMF, MMDA는 기업과 개인의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좋은 예금형태의 금융상품이다. 이중 CMA는 주로 증권사에서 취급하고 신용카드 발급 등 일부 지급결제기능도 수행하고 있어 은행의 예금계좌 대용으로 많이 쓰인다. MMF나 증권사 CMA는 예금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금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형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와 함께 유동성, 안전성이 중요하다. 요즈음은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의 확산으로 금융기관 점포망의 의미는 약해졌지만 그래도 지점이 많은 은행예금이 유동성과 결제 편의성 면에서 유리하다. 예금의 안전성은 예금자보호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예금자보호대상은 금융기관별, 예금상품별로 확인이 필요하다. 보호한도는 1인당 금융기관별로 이자 포함 5,000만 원이다. 5,000만 원이 넘거나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닌 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거래금융기관의 건전성 등 신용상태를 꼭 확인하여야 한다. 대형금융기관이고, 지금 건전성이 좋다고 해도 몇 년 후에도 현재의 신용상태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거액 장기예금은 금융기관별로 분산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