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靈杏 신령한 은행나무
靈杏在杏村村後 村以杏得名 盖由此也. 俗傳此靈杏, 端宗妃 定順王后 宋氏 所手植 妃父礪良府院君 玹壽家曾在此 杏爲妃所植. 端宗遜位 于寧越 杏之枝幹 盡向寧越而頧. 盖妃之忠烈 所感云, ‘奇哉, 杏也!’ 此時 人不能守節義 而獨杏也顧其節 而不忘 故至可以人向不如乎!
영묘한 은행나무가 행촌(杏村)의 1) 마을 뒤에 있어서 마을이 은행나무로 인하여 이름을 얻었으니 대개 이로 말미암은 것이다. 세속에는 이것이 영험한 은행나무라 전하는데, 단종비(端宗妃) 정순왕후(定順王后) 송씨가 손수 심었다는 것이다. 왕후의 아버지 여량부원군(礪良府院君) 송현수(宋玹壽)의 집이 일찍이 여기에 있었으므로 은행나무를 왕비가 심었던 것이다. 단종이 영월에서 왕위를 넘겨주었는데 이 은행나무의 줄기와 가지가 모두 영월로 향하여 기울어져 추모했다. 대체로 이는 왕비의 지극한 충성에 감동한 바라며 사람들이 말했다, ‘기이하도다, 은행나무가!’ 이때에 사람들은 절의(節義)를 지킬 수가 없었지만 유독 은행나무는 그 절의 돌아보고 잊지 않았던 고로 그 지극함이 가히 사람이 따르지 못하였도다!
杏樹含悲盡向東
은행나무 슬픔을 머금고 온통 동쪽 향했으니
令人慕仰魯山風
노산군의 바람 불어 사모하는 마음 일으키네. 2)
春秋世講府君堂
세월에도 충신 후손의 친구 여량군의 집에는 3)
雨露恩澤定后宮
위로서 우로 은택이 정순왕후의 궁에 내렸네. 4)
朱實如顯多士淚
빨간 열매 달리듯이 많은 선비들의 눈물이요
長條欲寫怨臣忠
긴 가지는 원통한 충신들의 소망을 표시하네.
飆輪玉駕歸何日
빨리 달리는 임금님의 수레는 언제 돌아오나? 5)
永夜鵑聲聞越中
긴긴 밤 두견이 울음만 그 중에 더욱 들리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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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촌(杏村): 서울의 종로구 사직동 인근의 행촌동(杏村洞)을 말한다.
2) 노산(魯山): 단종(端宗)이 왕위를 찬탈 당하고 나서 강등된 지위가 노산군(魯山君)이어서 단종을 말한다.
3) 춘추세강(春秋世講): 춘추(春秋)는 1년이나 봄가을, 춘추시대나 공자가 썼다는 역사책의 이름 등인데 여기서는 세월이라고 함이 좋을 것 같다. 세강(世講)은 세교(世交)로 후손들이 또 친분 관계를 갖는 일.
4) 정후궁(定后宮): 단종비(端宗妃) 정순왕후(定順王后) 송씨(宋氏)이고, 궁(宮)은 왕비가 살던 집.
5) 표륜(飆輪): 표륜(猋輪)이라고도 쓰며 폭풍처럼 빨리 달리는 수레라는 말.
6) 영야견성(永夜鵑聲): 긴 밤 두견새 소리, 왕위를 빼앗기고 죽은 원혼(冤魂)이 화했다는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