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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있는 편액이나 판각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늘 거기에 있기에 평소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들입니다. 거실에는 나무판에 새긴 2개의 판각과 하나의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그 두 개의 판각은 「歲寒圖」,그리고 「惜福」의 한자 글귀가 새겨진 것입니다. 歲寒圖(세한도)는 나에게 서각(書刻)을 지도해 주시는 스승님께서 선사해 주신 것으로 추사(秋史) 김정희의 그림을 자작나무 판재에 새긴 것입니다. 惜福(석복)은 '검소하여 복을 아껴 누린다'는 뜻의 글귀로 내가 손수 새긴 것입니다. 주방의 벽에 걸린 편액 하나는 「富貴玉堂」이라는 화제(畫題)가 들어간 다소 화려한 채색의 모란이 그려진 동양화입니다. 35년 전 집들이 할 때 직장의 선후배들이 함께 마음을 담아 선물해준 것입니다.
서재의 벽에는 2개의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하나는 「山海崇深」이라는 글이 가로로 써진 편액입니다.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는 뜻으로 내가 47년 전 결혼할 때 고등학교 졸업 동기 몇몇이 함께 선사해 준 귀한 선물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 서예품에는「祝樺燭之典」이라는 발문(跋文)의 화제가 쓰여있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의 편액에는 아래와 같은 한시(漢詩)가 쓰여있습니다. 그것은 19세기 중국 청나라 후기의 임칙서(林則徐)라는 관료가 지은 시를 나의 대학 동기이자 문우이기도 한 친구 백강(白岡)이 묵필(墨筆)로 쓴 작품입니다. 내가 귀촌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연을 좋아하는 나를 생각하며 손수 써준 것입니다.
靑山不墨千秋畵(청산불묵천추화)
綠水無絃萬古琴(녹수무현만고금)
청산은 먹을 칠하지 않아도 천추의 그림이요
푸른 물은 줄이 없어도 만고의 거문고 가락이다
중국(中國). 워낙 큰 나라이기에 대국(大國)이라고도 말합니다. 중국인들은 중국이 세계 중심의 가장 문명화된 나라라는 자부심으로 자신의 나라를 중화(中華)라고도 부릅니다. 중국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 등 모든 것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오랜 역사를 통하여 중국은 우리에게 군림하면서 때로는 우리를 침탈하고 많은 괴롭힘을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넘보기 어려웠던 중국, 작고 약한 나라였던 우리는 스스로 그들의 아래에 서기도 하고 그들을 흠모하기도 했습니다. 한때 우리는 중국의 부마국이었으며, 실로 오랫동안 그들에게 조공(朝貢)을 바치고 국가의 연호(年號)와 시호(諡號)를 중국 황제로부터 받는 조공국(朝貢國)의 처지에 있기도 했습니다.
앞선 문명을 이룩했던 중국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문물을 받아들이며 그들의 학문을 익히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문자가 없던 조선의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한자는 우리의 글자였으며 한자와 한학이 우리 문화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앞선 문명과 유서 깊은 문화를 숭상하고 흠모하며 중국을 따르고 섬기는 이른바 모화사상(慕華思想)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기도 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영향은 바로 이 시대 내 일상의 공간에도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안의 편액 거의 모두가 한자의 작품인 것처럼이요. 이것은 중국의 문물과 사상을 숭상하는 이른바 모화(慕華)와는 달리 내가 자라온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625를 경험한 어머니는 중국을 ‘떼놈의 나라’라고 어린 내게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떼 지어 우리나라에 왔다고 했습니다. 625 당시 참전한 중공군은 북한 인민군과 비교해서 더 양순했다는 말도 하셨습니다. 그들이 대국 근성을 가졌다고도 했습니다. 중국과 중국 사람에 대한 나의 인식은 막연하게나마 우호적인 쪽에 자리해 있었습니다. 나름의 너그러움과 포용성을 가진 대국, 크게 서두르지 않고 가족과 친구를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형(大兄)이라는 이미지의 나라로 내게는 중국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전후의 한글세대로 교육을 받은 나는 중국은 그저 중국일 따름이었습니다. 중국은 625전쟁 시 북한을 도와줌으로써 궤멸로부터 북한을 구했습니다. 중국은 공산주의의 종주국이자 북한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서 우리가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나라로 알았습니다. 1985년 처음으로 내가 중화민국 대만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과 우리나라는 마치 적국이나 마찬가지의 관계였습니다. 이른바 ‘죽의 장막(Bamboo Curtain)’이라는 공산주의 이념으로 바깥 세계와는 담을 헐지 않은 적성국이었습니다. 1992년이 되어서야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중국이라는 나라가 현실적인 이웃 나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1985년 공무 출장의 기회에 처음으로 중국, 정확하게는 대만을 여행하면서는 자유 중화민국의 모습을 피상적으로나마 살펴보면서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타이베이(Taipei, 臺北)의 고궁박물관(古宮博物館)의 관람하고는 그들 역사의 깊이와 문화의 독특성 등에 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시물의 내용은 물론 그 규모에 압도되었습니다.
1992년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구축한 이후 나는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본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수도 베이징의 도심 지역은 물론 주변의 주요 역사 유적을 탐방하였으며 장가계(張家界), 장백산(長白山) 등지의 자연 유산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역사와 문화의 깊이, 그 스케일의 웅대함, 국토의 광활함, 다채로움과 아름다움 등에 매료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의 여행에서는 중국이 공산당 1당의 체제 아래에서 획일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대국이라는 중국 본연의 모습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기는 하지만 그들 특유의 여유와 관용이 있는 듯했고, 그렇게 각박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서서히 깨어나고 있으며 매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 중국의 여행에 관한 글은 Daum Cafe 「31구락부」에 2023.9.9.부터 2023.10.5. 일까지 5차례에 걸쳐 연재한 바 있으며, 2007년에 중국을 통해 탐사한 백두산 서녘에 대한 여행기인 『백두산식물탐사기』도 같은 해 4월부터 5월간 7차례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의 여행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 중국을 찾았던 게 2016년,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그때 이후로 아마도 더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것은 바로 이러한 중국의 급속한 변화, 새로운 모습에 대한 나름의 관심과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특히 중국이 과거 거대 문명국의 지위를 유지하던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성급한 몸부림이 노골화되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한편 과거 중국과 가장 특별한 관계에 있었던 한국에 대하여 그들의 그릇된 영향력을 북한을 넘어서 우리에게까지 행사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노출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최근에는 그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중국의 한국 일부 정치 세력과의 이념적 유착과 연대, 선거 개입과 선거 부정행위를 통한 대한민국 주권의 침탈 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런 의혹이 우리나라에서 뿐만이 아니라 인근의 대만과 캐나다, 여러 개발도상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그간 지난 50여 년의 반세기 동안 매우 역동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나 왔습니다. 1977년 모택동 사망 이후 실권을 장악한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과 개방의 실용주의 경제 노선을 채택하고 농업, 공업, 과학기술, 국방 등 4대 부문의 근대화 정책을 채택하며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것과 같은 국가 근대화 전략을 추진하였습니다.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나, 19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천안문 사태의 발생 이후 덩샤오핑은 국가 최고 실세의 권좌에서 내려왔습니다. 곧이어 중국의 최고통치권자인 주석의 자리에 오른 장쩌민(江澤民)은 덩샤오핑의 정책을 충실하게 이어 나갔습니다. ‘韜光養晦’(도광양회), 즉 ‘빛을 가리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덩샤오핑의 유언을 받들어 2000년대에 들어서기까지 1970년대 문화혁명 이후 가장 후진적인 수준에 있던 중국을 중진국의 수준으로 발전시켰습니다.
2003년 장쩌민의 배턴을 이어받은 후진타오(湖錦濤) 주석은 급속한 성장의 발판으로 마련된 새로운 정책으로 ‘중국이 평화롭게 우뚝 일어선다’는 의미의 이른바 ‘和平崛起’(화평굴기)의 기치를 들었습니다. 후진타오는 이어서 한층 더 도전적인 ‘큰 나라로 일어선다’는 의미의 ‘大國崛起’(대국굴기)의 기치를 내세웠습니다. 20세기 세계의 무대에서 초일류 패권국이 된 미국의 부상을 일컬어 ‘新國新夢’(신국신몽)이라고 말했던 중국, 이후 2013년 국가 주석 자리에 올라 현재 3번째의 임기 중에 있는 시진핑(習近平)은 이른바 미국의 ‘American Dream’(아메리칸 드림)에 버금가는 ‘中國夢’(중국몽)을 이야기하고, ‘중국인들이 꾸는 가장 위대한 꿈’의 실현을 위해서 진력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패권국이 되기 시작한 야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국제정치와 세계사적 시각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2012년 세계 G2 국가로 올라선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으로 부상하고자 하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데 기인합니다. 중국은 공산 사회주의 이념을 고수하며 자유, 민주, 국민주권, 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지 않으면서 세계 패권을 차지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방력을 증강하고 이른바 ‘一帶一路’(일대일로)라는 국제 전략을 통하여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하고 세계를 하나의 중국으로 연결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실천 중입니다. 중국은 이 작업에 여러 개발도상국을 끌어들여 이른바 신식민주의(新植民主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공산 사회주의의 팽창을 우려하는 서방 세계, 특히 미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대치하며 공산주의 좌파 세력의 준동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의 보수우파는 중국의 중국몽 실현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북 좌파 무리의 정권 탈취 음모와 기도가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대내외의 반국가 반체제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특별한 조치의 과정에서 빗어진 대통령 탄핵과 불법 체포의 사태에서도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암암리에 우리나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선거부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크게 증폭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 본연의 나라에 대해서라기보다는 공산 사회주의 일당 독재 체제를 이끌어가는 중국공산당(CPP: Chinese Communist Party)과 그 체제 속 중국의 국가 정책이 우리에게도 크게 위험합니다. 큰 힘을 키운 중국이 우리 자유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본연의 옛 모습으로 중국을 그리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중국을 순수한 마음에서 慕華(모화)라는 옛 추억의 자리로 되돌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중국을 무서워하고 미워하는 게 아니라, 중국공산당(CCP)과 그 무리를 무서워하고 미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옛 중국이 그립습니다. (... 2편에서 계속)*
(2025.2.15.)
* 2000년대 초 중국이 급속하게 변화되기 시작하던 시기의 모습에 관한 중국 여행기는 다음 주의 글에 담고자 합니다.
첫댓글 순우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중국과 정식외교 수립할 때만 해도 그들이 우리와 같은 한 편이라는 망상을 우리가 갖지 않았나 자성해봅니다. 곧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는 상상도 했었지요. 더욱이 시진핑이 권좌에 오르면 대북보다 대한관계가 더 좁혀질 거라는 예상도 했었지요. 그 좋은 예가 박근혜의 중국방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중국은 떡 줄 생각이 없는데 우리는 김치국부터 마셨던 꼴. 고대로부터 중국의 목표는 한반도를 점령하여 자기 땅으로 만드는 것이었지요. 수 당 한 원 명 청으로부터 근대의 중공산국의 지도자들은 한시도 이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비록 우리가 힘이 없어 일시적으로 항복하거나 굴종한 적은 있었지만... 저는 지난 해 중국에서 몇개월 체류하면서 이런 생각을 피부로 겪었지요. 1차 대만을 항복시킨 후 다음 차례는 한반도라는 사실. 근자에 문제시 되고있는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은 의혹으로만 끝낼 문제가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대외문제에 관한 한 국론통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상황은 그 반대로 가고 있으니 큰 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반도 주변에 공산주의 종주국
인 러시아외 중국ㆍ북한이 있
다는것은 비극입니다.
공산독재는 인류평화를 위협하는
악의축입니다.
22대 국회에 여ㆍ야 100여명
의원이 친중파라는것도 슬픈
현실입니다.
중국은 초한전이라는 전략으로
평시에도 한반도 공산화를 위해
공자학원과 부정선거개입등
모든 수단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정치체제가 자유민주로 변
하지 않은한 중국은 적국인바
중국은 망해야 세계평화가 정착
됩니다.
중국붕괴는 미국의 대중보복
과 중국내부문제로 인해 시
간문제 입니다.
순우고견에 동의하고 좋은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