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광해폐위
왕이 황음무도하고 모후를 가두는 것과 어린 동생을 죽이고 장형을 유배하여 죽이고 소위 삼창(三昌)이라는 북인(北人) 일파가 나라를 주장하여 이 모든 죄악을 범하고 윤리가 없어지고 종사가 장차 멸망할지경이라. 이것을 분개하게 여기고 바로 잡기를 뜻하던 문무제인이 서로 결속하여 폐위를 경영하였다.
무신에 이서(李曙) 신경진(申景禛) 구굉(具宏) 구인후(具仁垕)요 문신에 김류(金瑬) 이귀(李貴) 최명길(崔鳴吉)이다. 그 후에 이괄(李适)도 참가되고 심기원(沈器遠)도 원두표(元斗杓)도 이 비밀 운동에 참가되었다. 부서(部序)를 약간 정한 뒤에 이서로 장단부사를 삼아 산성을 수축하고 이중로(李重老)로 이천(伊川) 부사를 삼아 기일을 정하고 경군과 합하여 변을 일으키기로 되었다.
왕 15년에 모든 장영들은 먼저 홍제원에 모여 세검정으로 들어오고 창의문에 오니 문이 닫혔다. 전하는 말에 원두표가 도끼로 문을 패였다 하지요. 그 문으로 들어와 광화문에 이르고 또 영추문에 와서도 원두표가 도끼로 문을 패여 열었다. 이때 왕은 후궁에서 술이 취하여 정신없는지라. 내인과 약속하여 변을 고하지 말라 하고 궐내로 바로 들어갔다.
왕이 변을 듣고 담을 넘어 도망하는지라. 먼저 서궁(西宮)에 갇혔던 인목대비를 모셔오고 또 능양군(綾陽君)을 모시고 즉위식을 행할 새 대비 오시기를 원치 않음으로 능양이 먼저 서궁에 나아가 대비께 뵈이고 거의(擧義)의 뜻을 아뢰고 모시고 경복궁에 돌아와 선왕의 위를 설하고 발을 드리시고 사군 능양을 맞아 드리니 능양이 전정에 들어가 엎디어 대성통곡하는지라.
대비 만류하여 가로되 이는 국가 대경이니 울지 말라 하시고 일변 왕을 불러 앞에서 우시고 그의 죄악을 로열하여 수죄하고 폐하여 광해군을 삼고 강화에 안치 하라시는 대비 명령이 내리자 곧 금군의 보호로 길을 떠나게 될 때 광해 이원익을 보고 이것이 웬일이요 하니 전하가 늙은 신하의 말을 듣지 않은 고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잘 가 있으오 하고 보내었다.
이때 대비의 명으로 능양의 즉위식을 행할 새 능양이 재삼사양하고 오르지 않으니 전설에 이때 이괄이 자기가 용상에 올라 앉아 이렇게 안지 못하오 하고 모본을 보였다 한다. 능양이 이에 용상에 올라 백관의 조하를 받으실 새 보덕 윤지경(尹知敬)이 즐겨 아니하여 가로되 이 밤에 거병은 누구를 위함이뇨. 좌우 가로되 능양이 대비를 모시고 의기를 들었다 한데 도승지 이덕형(李德泂)이 가로되 그러면 궁실에 왜 불을 놓는가 군병의 실수요 고의는 아니라. 이에 덕형과 지경이 다 배하하다.
대비 가라사대 짐이 10년 동안 갇혔다가 오늘이 있을 줄 어찌 알았으리요 하시고 폐왕에게 거두어 드린 대보를 왕 능양에게 전하니 이는 인조(仁祖)시다. 그 아버지는 세조의 장자이신데 인조 직후에 그 아버지 높여 원종(元宗)이라 하고 대비를 높여 왕대비라 칭하시다. 윤리를 지키지 않는 자 망하지 않은 이가 없다. 광해 광만무도할 뿐 아니라 부모를 모르고 동기를 모르고 동시에 나라를 모르니 어찌 왕위를 감당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