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철저히 양 당사자 간의 계약적 관계를 강조한다. 법을 우습게 아는 한국사회에서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고 있지만 성서가 시종일관 강조하는 상호 계약성은 성서의 참된 이해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가 성서의 구조를 구약과 신약으로 나눌 때 사용하는 '약'이라는 말 자체가 바로 '언약', '계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출애굽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돌판 두 개에 십계명을 직접 각인하여 주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약속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한국에서는 돌판 두 개의 내용이 다르다는 생각을 아주 쉽게 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돌판 하나에는 대신계명, 다시 말해 제1계명 이하 제4계명을, 다른 돌판에는 대인계명 즉 제5계명 내지 제10계명이 쓰여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자면 돌판 두 개의 내용은 동일하다. 대신계명과 대인계명이 각각 두 개의 돌판에 이중으로 작성되었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돌판 하나가 하나님의 것이고, 다른 돌판은 이스라엘(민족)의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법체계에서 양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이를 증거하기 위해 계약서 2부를 작성하여 상호 날인 후 교환하는 것이 이런 체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사회는 거짓말이 형사상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나도 쉽게 거짓말을 해댄다. 적어도 기독교인만이라도 거짓말이 죄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한번 더 강조하자면 기독교인이 진리라고 믿는 성서가 바로 하나님과 기독교인(예를 들어 독자나 필자)과의 계약서임을 인식한다면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을 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