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의 종주. 외유에서 돌아 온 대원들이 합류하니 분위기가 살아났다.누군가가
"이젠 대간 종주에 자신이 없어지고 산이 겁난다," 하니 "이제 벼가 점점 익어가는구나."
하며 웃어 넘기지만 다들 긴장은 됐다.백두대간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기에...
내일(10/13일) 새벽 출발을 위해 조현우군 차량으로 태백을 향했다.
첫날 구간은 피재(삼수령)-새목이재-건의령-구부시령-환선봉-큰재-황장산-댓재 코스로
1000m 넘는 산들로 이어진다.
새벽 5시 기상, 해장국집에서 황태국밥 한 그릇씩 해치우고 출발 준비 완료.
피재는 한강,낙동강,오십천이 갈라지는 곳이라 삼수령이라고도 불린다.
새벽 안개로 길을 못찾아 40분을 헤맸다. 휴~
계속 안개 속에서 새목이재롤 향하다.
건의령 도착(08:27) 5.5km를 걸었다. 건의령은 고려 말 공양왕이 삼척에 유배돼 살해되자
유신들이 불사이군(不事二君)의 뜻으로 관모와 관복을 이 곳에 벗어두고 인근 산으로 피신
해 살았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푯대봉(1009m)지나 고사목 지대에서 한 숨 돌렸다.구부시령까지 오르내리막이 이어져
힘들었다.
11:41분 구부시령(九夫侍嶺) 도착. 옛날 삼척 한내리 마을에 예쁜 주모가 살았는데 결혼만
하면 남편이 죽기를 9번!!! 박복한 팔자를 한탄하며 이곳에서 목매 죽었다는 전설에 지어진
이름이다. 12.8km를 걸었다.
배도 고프고 힘도 들어 죽은 주모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돌무덤 옆에서 점심을 먹었다.
죽은 영혼을 위해 김밥으로 고수레도 하고...ㅋㅋㅋ
덕항산으로 가는 길.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13:13분 덕항산(1071m)에 올랐다.아직도 안개가 자욱해 먼 경치를 볼 수 없었다.
환선봉에서. 환선봉 아래는 종유석 동굴로 유명한 환선굴(천연기념물 제178호)이 있다.
오늘의 마지막 산인 황장산(1059m)에 도착.(17:34분) 종착지 댓재를 얼마 안남겼다.
댓재 휴게소에서 숙박하기로 했다.(18:01분)
오늘 알바(길 잃고 헤매는 것) 포함 12시간을 걸었네.
저녁은 삼겹살 파티. 정말 힘든 백봉령까지의 내일 종주를 위해 에너지 충전!!!
내일은 새벽 3시 기상이다. 남들은 2번 나눠 하는 구간을 하루에 해치우려니 어쩔 수 없었다.
10/14일 이틀째 종주는 댓재-두타산-청옥산-고적대-이기령-원방재-백봉령의 27km구간.
백두대간 종주 안내책자엔 2박3일은 잡아야 한다는데 60넘은 노인들의 모험이 시작됐다.
03:00 기상.엊저녁에 준비한 아욱국으로 식사후 장도에 나서다.
두타산-청옥산에 무릉계곡까지 끼고있어 등산객들 많아 종주에도 지장이 예견됐다.
댓재 고도 810m를 워밍압으로 오른 뒤 통골재를 04:13분 통과하는데 뒤에서 20여명의 단체
등산객들이 시끄럽게 오길레 잠시 길을 비켜줬다. 군산서 왔단다.
골 때린다는 두타산(1352.7m)에 도착. (07:02) 고도를 500여m나 올리고 6.7km를 걸었다.
청옥산을 향해 북서쪽으로 향했다.
가야 할 산들이....
박달재 도착. 정대장이 방교윤 대원께 혼자 내달아 백봉령에서 대리기사 만나 차 키를 인수
받으라 부탁,교윤군 뒤도 안보고 내달렸다. 대리기사가 버스 끊기면 숙박해야 하니...
청옥산(1403.7m)에 올랐다.조현우 대원의 무릎에 이상이 생겨 중도 하산키로 했다.
무릉계곡 쪽으로 가,기사와 연락하기로 했다. 이제 셋이서 걸어야 한다.
고적대를 향하는 도중의 연칠성령에 도착했다. 10:48분
고적대(1353.9m) 도착.(11:30분)
갈미봉으로 가는 길. 얼굴에 피로가 역력하다.
갈미봉 가는 길이 험했다.
사원터 삼거리. 오늘 종주의 반은 왔다.
이기령 가는 길에서.
이기령에 도착하다.(14:30분)
상월산 가는 길.
상월산(970.3m)에 도착하다.(15:45)
원방재(상월산)를 지나 몇개의 작은 오르내리막을 걸었다.
987m고지에 도착.(17:27) 이 산을 내려가니 다시 900m대의 산이 버티고 있었다.
오늘 최종 목표 백봉령에 도착했다.(19:37분) 새벽 3시 일어나 16시간,하루 종일 걸은 셈이다.
선발 교윤군과 통화해 시원한 음료를 부탁했다.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한 밤 더 잤다.월요일 아침 먹고 느긋하게 귀경.(삼척의 해안길에서.)
첫댓글 두타산에 오르니 정대장이 나먼저 백봉령까지 가서 택시기사를 만나라고 한다.
나 혼자, 글그적거리는 사람들 없이 혼자 떠나란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리냐 !!!
백두대간 절반을 같이 해오면서 광활한 대간길을 원없이
혼자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열두번도 더 나던차에 "혼자 먼저 가라"니........
잽싸게 튕겨나서며 속으로 , 중, 고등학교 시절 구덕산을 넘어 학교 다니던
실력을 테스트 할겸, 62살의 젊음을 한번 과시해 보고싶었다.
나르듯이 달리듯이 청옥산( 1403.7m )을 올라가 점심을 15분만에 먹고
또 그대로 달리고.....
좌우지간 900m 대의 산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대간길 23 ~ 24 Km를
정확하게 8 시간에 주파하고 백봉령 도착.
백봉령에서 현우군을 만나니 얼마나 기쁜지.....
이 기록은 누구에게도 자랑할만 한 것으로 지금도 고이 간직중.
아마 백두대간 종주의 이 힘든 구간에선 최고기록 아닐까? 장거리 종주라 다들 무거운 배낭지고 무리 안하며 가는 게
대부분인데 대리기사와의 만날 시간 안 늦게 내달렸으니 누가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대단한 속도 땜에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또 심한 갈증에 그 시원한 맥주까지 마시게 해줬으니...지금 생각해도 대단했고 고마운 마음 여전하오.
근데 요즘은 왜 그렇게 몸을 사리는지???ㅋㅋㅋ
이 구간은 특A급이 이틀 만에 주파하는데
대단한 주파력이요.
나는 댓재-피재는 하루만에 했는데
댓재-백봉령은 하루반이 걸렸소.
두타산에서 백봉령까지 8시간 한번 보자
박달재, 청옥산, 연칠성령, 고적대, 이기령, 원방재,
백봉령. 어쩌튼 방교윤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