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憶昔朝鮮刱國初
조선이 개국한 처음을 생각하면
君臣一軆水游魚
군신은 한 몸처럼 물과 고기였네. 1)
茹茅多士爲邦寶
잔디처럼 많은 선비 나라보배요 2)
帶礪深盟有鐵書
깊은 맹서는 쇠 책에 기록되었네. 3)
萬事無心雲過矣
만사에 관심 없이 구름에 지나고 4)
八旬虛送電光如
팔십년 허송세월 번갯불 같았네. 5)
來時手赤去尤赤
올 때 빈손 갈 땐 더욱 벌거숭이
臥外曾無寸土餘
누운 곳 말고는 땅 한 치 없다네.
_____
1) 수유어(水游魚): 물속에 헤엄치는 고기, 이는 군신수어(君臣水魚)나 수어지친(水魚之親)의 설명으로 임금과 신하의 관계는 그 친밀함이 물과 고기의 관계와 같다는 뜻이다.
2) 여모다사(茹茅多士): ‘서로 끌어주는 많은 선비[人士]들’로, 여모는 주역(周易 泰卦)의 잔디를 뽑으면 뿌리가 무리지어 서로 연결되었다(拔茅茹以其彙)는 데서 나온 말.
3) 대려심맹유철서(帶礪深盟有鐵書): 대려심맹은 ‘황하(黃河)가 허리띠처럼 가늘어지고 태산(泰山)이 숫돌만큼 작아질지라도 변치 않겠다는 굳은 맹서’라는 하산대려(河山帶礪)와 같은 말이고, 철서는 지금의 훈장(勳章)과 비슷한 개념으로 옛날에 철판에 금물이나 은물로 글씨를 써서 대대로 약속을 내려주던 임금의 맹서로 철권단서(鐵券丹書)를 말한다.
4) 만사무심(萬事無心): 걱정이 있어 다른 일을 돌볼 겨를이 없거나 무슨 일에든 관심이 없음.
5) 전광여(電光如): 번갯불이나 부싯돌의 불빛처럼 빨리 지나간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