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2일 기록
#영화 볼 준비
숙소에 들렸다가 대덕사로 향합니다. 통장님이 동네를 다니며 홍보를 하고 계십니다.
“7시에 대덕사에서 영화 상영하니까 꼭 오세요.”
통장님과 대덕사에 도착했습니다. 극장 손님들이 와계십니다. 통장님 아내분께서 트럭에서 옥수수 뻥튀기 한 봉지를 꺼내십니다.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통장님 아내분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옥수수는 우리 집 옥수수고 뻥튀기 만드는 비용은 여기 할아버지가 내셨어.”
통장님 아내분께서 손님들에게 옥수수 뻥튀기를 나누어드립니다. 통장님은 손님들께 인사하시며 신문지를 나누어드립니다.
극장을 홍보할 때 돗자리는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바닥에 깔고 앉을 건 통장님과 몇몇 주민분들이 사전에 이야기 나누어 준비했다고 하십니다.
간식과 돗자리는 극장의 손님들이 준비하기로 했었는데 거의 통장님이 준비하셨습니다. 통장으로서 주민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베풀고 싶은 마음이셨나 봅니다. 상의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통장님의 그러한 뜻을 세워드리고 싶습니다.
#서울에서도 보러오는 피내골 극장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시간인 저녁 7시가 되었습니다. 주민분들이 영화가 상영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나 아직 날이 밝습니다. 통장님이 좀 더 기다려야겠다고 하십니다.
7시 반쯤, 권순복 할아버지가 다가오십니다. 이제 슬슬 영화를 상영해야하니 빔 프로젝트를 켜라고 하십니다. 영재와 재정이가 장비들을 가동시킵니다. 하얀 스크린에 영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권순복 할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이제 앞에 앉으세요. 우리 통장님 말씀도 들어보고 그래야 되니까.”
주민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으십니다. 특석에는 할머니들이 앉으십니다. 통장님이 앞에 나오셔서 인사말씀하십니다.
“올 여름에 더운데 고생 많으셨죠. 시원한 마음으로 잘 지내시라고 영화 한편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잘 보시고 소감 한마디 해주세요.”
주민분들을 위해 영화를 보여드리려한다는 통장님의 인사말씀.
대학생, 도서관과 관련된 말씀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평범한 마을잔치에 어울리는 근사한 인사말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짝짝짝짝짝)”
주민분들이 통장님께 감사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모두 영화에 빠져듭니다. 옥수수 뻥튀기, 그 외에 주민분들이 가져오신 과자, 주스 등을 나누어 드십니다. 영화를 보시며 깔깔깔 웃으십니다.
어찌나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났는지 서울에서도 보러 오십니다. 영화 상영 중 오신 어느 할머니께서 특석에 앉으시며 다른 할머니들께 말씀하십니다.
“서울에서 오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잘 왔네 잘 왔어. 여기 앉어.”
서울에서도 보러오는 피내골 극장입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 새로 오신 분이 계시면 자리를 내어주시고 간식거리도 챙겨주십니다.
(특석에 앉으신 어르신들)
영화를 보는 도중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립니다. 어느 아저씨께서 옥수수 뻥튀기 커다란 봉지 하나를 들고 오십니다. 그러시더니 주민분들께 옥수수 뻥튀기를 건네시고는 휙 가십니다. 극장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간식을 전해주러 오셨나 봅니다.
낮에 뵈었던 경찰관분들도 왔다 가십니다. 영화 보는데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다녀가셨습니다.
영화를 마친 후에는 통장님의 끝인사로 피내골 극장을 마쳤습니다. 주민분들이 통장님께 감사하다며 박수치셨습니다. 통장님이 뒷정리하려 하십니다. 아쉬운 마음에 통장님께 제안합니다.
“통장님, 기념사진 찍어드려도 될까요?”
통장님은 사진 찍는걸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웃으시며 사진 찍자고 하십니다. 사진을 찍고 통장님의 진두지휘 하에 뒷정리를 합니다. 뒷정리를 도와드려도 될지 통장님께 여쭙니다.
“통장님, 뒷정리 도와드려도 될까요?”
“괜찮아, 학생들은 이제 숙소로 가면 돼. 아! 기계들 치우는 것만 도와줘. 스크린은 내일 날 밝으면 치울 생각이야. 다음에 또 쓸걸 생각해서 잘 보관해두려고.”
빔 프로젝트, 노트북 등을 정리하는 건 영재와 재정이가 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스크린을 보관해두신다고 하셨으니 내년 피내골 극장을 기대해도 될 거 같습니다. 저와 같은 대학생이 거들어드리지 않아도 주민분들의 힘으로 이루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청소하느라 어수선한 때, 통장님과 권영균 할아버지께서 대화 나누십니다. 권영균 할아버지는 극장 준비에 중요한 일을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댁 콘센트에 리드선을 연결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전기 빌려줘서 고마워. 이건 극장 전기 빌려준 값이야.”
권영균 할아버지께서 거절하십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통장님의 권유에 전기 값을 받으십니다. 권영균 할아버지께서 급히 집에 들어갔다 나오십니다. 빗자루를 들고 와 청소하십니다. 전기 값 받으신게 미안하셨나봅니다.
영화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시원한 밤공기 맞으며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여운이 깊이 남습니다. ‘철암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하는 마음에 울적해집니다. 철암에 처음 온 날을 떠올리며 숙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첫댓글 그날, 참 정다웠어요. 피내골 어른들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