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이고 귀머거리이고 벙어리로 의사소통이 단절된 채 혼자만의 세계를 살아온 헬렌과
앤 설리반 선생님과 의사소통의 일화입니다.
앤 선생님은 헬렌의 한 손에 인형을 쥐어주고 다른 손에 ‘인형’ 이라고 써줍니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으니 예민해진 촉각으로 의사소통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내 헬렌은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주변의 물건을 선생님께 가져다주고 선생님에게
그 이름을 손바닥에 써달라고 합니다. 헬렌이 ‘명사’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렇게 헬렌은 여러 물건들의 이름을 익혔습니다.
어느 날 헬렌이 다른 인형을 가져오자 선생님은 다시 ‘인형’이라고 써줍니다.
그러나 헬렌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처음 그것이 인형인데 왜 두 번째 것도 인형이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입장 차이였습니다.
헬렌은 처음 인형을 ‘고유명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인형이 보통명사라고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헬렌은 고유명사에 더해서 보통명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물’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하고 물을 많이 먹어오기도 했을 텐데 도대체 물이라는 것은 형태를더듬어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손에 들고서 만져보려 하면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니 도무지 무엇이 물인지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아이들도 쉽게 그 특성을 알기 어려운데 헬렌에게는 얼마나 더 어려웠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해시키려는 쪽이나 이해하려는 쪽이나 서로 이 답답한 상황 때문에 여러 시간을 서로 신경질을 내고 화를 냈습니다.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바람을 쏘이러 정원으로 나갑니다.
이때 선생님이 펌프를 발견하고 선생님은 펌프질을 하며 헬렌의 손을 콸콸 쏟아지는 차가운 물에 가져다 대자 비로소 헬렌이 물을 이해합니다. 이제 헬렌은 '물질명사'에 대해서 알게 된 것입니다.
후에 헬렌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을 알고 언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었기에 조음점을 알기 위해선생님의 목에 손을 집어넣어 더듬어가며 배웠습니다.
참으로 스승의 가르침은 석봉이의 어머니처럼 한순간의 가르침으로 평생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헬렌 켈러의 스승 앤 설리반처럼 평생 지속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환경에서 배운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숙연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꾸로 어떻게 배워야하는 것인지 방법적인 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배우는 과정 역시 보여줄 수 없고
그 상황에 적합한 것을 반복해주지 않는다면 이미 정상인을 헬렌켈러와 같은 장애인으로 만들어 놓고 암흑이 된
환경에서 배우는 것과 같게 할수도 있습니다. 환경만 올바르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앤 설리반과 헬렌켈러의
경우를 통해서 보다 더 여실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