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코스 : 갈운 1리 증골 정류장 - > 몰운 고개
12시경에 점심을 먹고 27코스의 종착지이자 28코스의 출발지에 다시 서니 12시 30분이다. 더운 날씨에 30여 분을 휴식한 것이다. 점심과 휴식으로 인한 탓인지 새로운 힘이 솟는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이 답답함에 쌓여있는 것은 27코스를 걸으면서 의문 사항을 풀지 못하고 28코스의 걷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걷기는 단순히 오늘 몇km를 몇 시간에 걸었다고 자랑하는 육체 운동이 아니다.
우리 불광회의 수장이신 조용원 회장은 20여 년 전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부터 줄기차게 ‘육체적인 산행이 아니라 정신적인 산행이어야 한다’ 고 강조하시고 조망의 즐거움 등 다수의 산행에 관련된 서적을 저술하신 소산 김홍주 선생님은 ‘산행은 정신 목욕’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다.
그런데 27코스를 걸으면서 만났던 용두 2리를 ‘은구비’ 갈운리를 ‘아실’이라고 표기하여 놓았는데 그 의미를 알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고 종착지인 갈운 1리를 증골, 점골, 절골로 부르고 있는데 담긴 의미와 사연 그리고 세 가지로 부르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기 때문이다.
길에서 배운다고 큰소리쳐놓고 정작 길에 이르러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걷기가 되어 허전한 마음 가시지 않은 채 몰운 고개로 향하였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서운한 마음을 씻어준다.
몰운교에 이르니 몰운 고개란 명칭을 따서 도로명을 ‘몰운고갯길’로 표기하여 놓았다. 찻길은 몰운 고갯길로 고갯마루에 이를 수가 있지만, 경기 둘레길은 차도를 잠시 진행하다 산길로 진입하여 국유림 임도에 이른다.
더렁산 동쪽에 뻗어있는 임도는 바람과 새들의 노랫소리를 벗으로 삼아 걷기 좋은 숲길로 버찌와 오디가 반기는 한적한 산길로 소문이 나 있다.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는 “이 노선은 시작부터 끝까지 오르막으로만 이어진다. 그렇다고 힘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구비 돌아서며 문득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고도가 높아졌음을 깨닫는다. ” 고 적었다.
그렇다. 분명 오르막길로 뻗어있는데 완만한 경사각으로 힘 안 들이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길이었기에 ‘문경 새재 넘어 갈재 구비 구비야 눈물이 난다’ 고하였지만, 굽이굽이 몰운 고개 넘어갈 때 기쁨이 넘친다고나 할까?
27코스를 걸어온 피로도 느끼지 못하고 거침없이 오르는데 더렁산이 하늘 높이 솟아 손짓하는 것 같아 더욱 힘이 났다. 그러나 임도는 9km 거리의 짧지 산길이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산길을 걷는다.
김 총무는 엠피3에 저장된 노랫소리를 들으며 걸어간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속담처럼 완만한 임도 길도 오르고 오르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한낮의 햇빛에 더위를 느끼어 정신을 하나로 집중하고자 요즈음 읽고 있는 고전인 시경의 시를 떠 올린다.
柏舟
汎彼柏舟 : 두둥실 저 잣나무 배
在彼中河 : 저 황하의 한 가운데 있다.
髧彼兩髦 : 늘어진 더 두 다팔 머리
實維我儀 : 실로 나의 짝이니
之死矢靡他 : 죽어도 딴마음을 품지 않으리
母也天只 : 어머니는 하늘이신데
不諒人只 : 왜 내 마음 몰라 주나?
시집간 딸이 낭군과 사별하고 정절을 지키며 살아가는 딸이 가여워 개가를 권하는 어머니를 원망하는 여인의 절규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낭군을 잃은 불쌍한 자식의 행복을 위해 개가를 권하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 그러나 정인을 잃은 여인이 가야 하는 시대의 정신(정절(貞節)을 지키려는 자식의 올곧은 행동에서 과연 어머니가 옳고 딸이 그르고, 아니 딸이 옳고 어머니가 그르다고 단정을 지을 수가 있을까?
옛사람의 정서를 떠 올리며 오늘의 현실과 비교도 해 보기도 하며 때로는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콧노래로 화답하며 몰운 고개를 향하여 걸어갈 때 산나물의 천국 담게 산나물을 채취하는 중년의 여자들이 눈에 띄었다.
몰운 고개에 이르니 자동차도 넘어가기 힘이든지 굼벵이 걸음을 하고 있다. 도로 한쪽 편에는 양동면을 알린다. 몰운고개는 양평군 청운면과 양동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었지만, 고개에 서린 유래나 설화를 알 수 있는 표지석 등 그 어느 것도 세워있지 않았다.
성지 지맥을 종주하는 산군들은 몰운 고개를 모름고개로 표기하여 놓았는데 그렇다면 모른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마름(마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의 풀)의 방언을 뜻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내가 사는 고장이 어떤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지 알고 사는 것과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지명의 담긴 의미와 유래는 우리 고장을 보다 아름답게 느끼고 사랑하는 애향심을 충만케 한다.
무궁화 금수강산에 선인의 땀과 눈물과 피가 얼룩져 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기에 그 맺힌 설화와 유래를 표기하여 놓지 않은 것은 우리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 일 시 : 2024년 6월9일 일요일 맑음
● 동 행 ; 김헌영 총무
● 동 선
- 09시50분 : 단월면사무소
-=10시35분 : 청운교
- 11시30분 : 용두2리(은구비) 버스 정류장
- 11시55분 : 갈운1리 점골 버스 정류장(27코스 종착지)
- 12시30분 : 길운1리; 점골 버스 정류장(28코스 시작점)
- 12시45분 : 국유림 임도 시작
- 14시10분 : 국유림 임도 끝. 몰운고개
- 14시30분 : 몰운고갯길
●총거리 및 소요시간
◆총거리 : 19.6km
-27코스 ; 10.4km<소요시간 : 2시간5분>
-28코스 : 09.2km<소요시간 : 2시간00분>
◆ 총소요시간 : 4시간05분<점심 시간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