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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갑자기 감기에 걸려 골골하면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ㅠㅠ
올해는 정말 건강하게 보내야 할텐데 연초부터 걱정입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몸으로 올 한해 재미있게 카약킹을 만끽하시길 기원드립니다.
해가 바뀌어도 '거북이의 카약 이야기'는 주욱 계속됩니다.
오늘 이야기는 두 번째 바다 이야기를 할 차례지요.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 환경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은 카약커가 그러한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매력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지막지한 시련과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저는 바다에서 카약을 타는 것이 내수면(강, 호수)에서 카약을 타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우며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에 카약커 개개인이 보다 더 확실하게 개인 기본기를 구사할 수 있는 훈련과 바다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심화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아주 간단히 설명해본다면 강이나 호수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다에 비해서 훨씬 빨리 피신할 수 있고 그 피신 환경도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는데 반해, 바다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한 해결이 쉽지도 않고 피신하는 것조차도 내수면에서보다 훨씬 힘든(어쩌면 거의 불가능) 경우가 많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약을 타고 바다를 여행하는 것은 인류가 카약으로 바다를 여행하고 사냥하면서 오랜 세월 발전해왔듯 뭔가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굉장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매력이 없다면 벌써 사람들이 외면했겠죠?
그래서 이번 이야기부터는 카약을 타고 바다를 여행할 때 카약커가 직면하게 되는 여러 바다 환경적 요소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볼텐데요.
오늘은 그 첫 번째로 '바닷물도 흐른다'입니다.
얼핏 바닷물은 마치 호수처럼 고여있는 듯 보일 수 있어 바다에서 카약을 타는 것은 급류가 흐르는 강에서 카약을 타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전혀 다른 카약킹이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보면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른 점을 꼭 꼽아보라고 한다면 급류보다는 바다 환경이 더 넓기 때문에 수면에 드러난 장애물을 피하는데 있어 시공간적으로 바다 환경이 더 여유가 있는 편이라 카약의 크기(특히 길이)가 더 길어도 괜찮다는 것 정도가 다르다고나 할까요?
조류(Tidal Current)
물이라는 액체는 단 1도의 경사만 있어도 경사진쪽으로 흐르죠.
강물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지구와 달, 태양 사이의 힘에 의해 주기적(보통 6시간 간격)으로 발생하는 해수면의 수직운동, 즉 조석(Tide)에 의한 해수면의 높이 변화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수평적 흐름인 조류가 흐르고 있는데, 위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그 정도가 크게 나타나는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대부분의 바닷물은 항상 흐르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조석류라고도 부르는 조류는 대부분 연안 가까이에서는 수로 폭이 좁고 수심이 깊은 곳을 따라 더 빠르게 흐르고, 수심이 깊은 쪽으로부터 얕은 쪽으로 흐를 때 더 빨리 흐르기 때문(베르누이 원리)에 카약커는 조류가 전체 해역에서 동일한 속도로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카약커들은 자신의 수준과 경험치에 따라 조류가 유별나게 센 곳을 피해다니거나 반대로 일부러 찾아가기도 합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 한반도에서는 대체로 서쪽으로 갈수록, 북쪽으로 갈수록 조류가 더 빠르게 흐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동해보다는 남해, 남해보다는 서해쪽의 조류가 더 빠르다고 보면 됩니다.
한반도 남한 지역에서 유난히 조류가 거센 지역을 꼽자면 강화도에서 태안반도 사이 해역과 신안군에서 완도군처럼 섬이 많이 밀집된 해역들을 꼽을 수 있죠.
이런 해역들은 보통 약해도 2노트 이상, 센 곳은 5노트는 보통 흐릅니다.
즉 약하게 흘러도 카약을 타고 천천히 가는 정도의 속도로 조류가 흐르며, 빠를 때는 카약이 달리는 속도의 두 배 이상까지도 흐른다는 겁니다.
하지만 비교적 수심이 깊고 일정하며 면적이 넓은 해역의 조류는 수심의 차이가 심하고 불규칙하며 면적이 좁은 해역의 조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흐름이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류가 계속해서 상당한 거리까지 흐르는 해역도 있지만 아주 짧은 거리만 흐르다가도 금세 그 유속이 미미해지는 해역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략 6시간 후면 다시 조류의 방향이 거의 반대쪽으로 흐르게 되죠.
그래서 아주 먼바다가 아닌 이상 앞바다에서는 실종되거나 표류한다해도 그렇게 멀리까지 떠내려가진 않습니다.
떠내려 가봐야 얼마나? 바로 그 해역의 최대 조류 속도라고 보면 됩니다.
저는 보통 바다카약 여행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해당 해역의 조석표(물때표)입니다.
국립해양조사원(www.khoa.go.kr)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스마트조석예보]에서 해당 해역의 고조와 저조시각이 여행일정에 적합한지부터 판단해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다음에는 역시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운영하는 바다누리 해양정보 서비스 홈페이지(http://www.khoa.go.kr/oceangrid/khoa/intro.do)를 열어 격자형 해양정보 메뉴에서 [유향/유속]→[예보 및 모델 예측] → [수치조류도]를 열어서 역시 해당 해역을 확대 선택해서 여행예정일자의 출항시각으로부터 1시간 간격으로 활성화시켜봅니다.
(예전 사이트와 달리 이 정보를 꼭꼭 숨겨 놓은 탓에 어지간한 사람들은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그러면 매시각 해당 해역의 조류가 대략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유속으로 흐르는지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예측치이니까 100% 맞는다고 보면 안되며 그냥 참고용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바다에서 카약여행 경험이 적은 카약커이거나 그런 카약커들을 리드하는 경우가 잦은 카약커들이 활용할 만한 팁을 드리죠.
이미 아주 익숙하게 활용하는 카약커들도 많을거라고 봅니다.
① 조류는 대체로 반달(상현, 하현)일 때가 조석 간만의 차가 적어 조류도 그믐이나 보름달일 때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편입니다.
물때표를 보는 것도 좋지만 달만 보고도 대략은 짐작할 수 있겠죠?
그리고 반달일 때가 조수 간만의 차가 적으니 바닷물도 상대적으로 맑은 편입니다.
그래서 바다로 처음 나가는 초보자들은 가능한 반달인 때를 잡아 카약 투어를 하면 맑고 투명해보이는 바다에서 기분 좋고 좀더 덜 스트레스를 받으며 즐길 수 있겠습니다.
② 고조(만조)로부터 물이 빠지기 시작할 때 출항해서 다음 고조때로 가는 시간에 입항하면 갯펄이나 백사장에서 무거운 카약을 질질 끌고 다니거나 들어 나르는 고생은 면할 수 있을테고 계속 조류을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즉 당일치기로 투어를 나간다면 아침에 썰물을 타고 나갔다가 저조시간 전후로 인근 섬에 상륙해서 점심을 먹고 좀 쉬었다가 밀물을 타고 들어오는 식으로 투어 일정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특히 초보들에게 바다 카약킹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줄 수 있다는 점과 엄청 먼거리를 참 쉽고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즐거움을 기대하게 해 줄 겁니다.
③ 어쩔 수 없이 조류가 강한 구역을 가로질러 통과할 수 밖에 없다면 정조(바닷물이 거의 흐르지 않거나 아주 약하게 흐르는) 시간때를 맞춰서 통과하면 경험이 적은 카약커도 어렵지 않게 건널 수 있습니다.
정조시간은 보통 고조(만조)와 간조(저조) 시각 전후로 각각 30분 정도씩 1시간 이내이니 횡단거리가 4~5 km되는 수로라도 그닥 어렵지 않게 가로질러 갈 수 있거든요.
조류 횡단은 초보들을 초긴장 상태로 만들 수 있으니 이걸 피하는거죠.
초보들이 좀더 익숙해질 때까지만!
④ 조류를 타고 쾌속항진을 하고 싶으면 조류가 가장 강하게 흐르는 시간대인 고조와 저조시각의 딱 중간대 시간(약 2~3시간동안)을 맞춥니다.
대략 2시간 동안은 신나게 달리거나 아니면 그냥 쉬면서도 상당한 거리를 떠 갈 수 있습니다.
보통 초보 카약커는 시속 3노트를 넘겨 항해하기 쉽지 않은데요.
1.5노트의 조류를 타고 갈 수 있다면 초보들 뿐만 아니라 숙련자들에게도 너무너무 좋죠.
위에서 알려드린 간단한 몇 가지 팁을 잘 이용하면 숙련자들은 굉장한 카약 여행을 해볼 수 있겠죠?
즉 보름이나 그믐을 이용해 강력한 조류가 생기는 시간대를 이용해 장거리를 쾌속항해 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2~3시간정도면 20~30 km까지도!), 좁은 수로를 빠져나가거나 들어오는 조류가 강한 수역에서 2~3시간 동안 조류가 만들어 내는 파도에서 장쾌한 서핑을 즐겨볼 수도 있을 겁니다.
태안반도 끝자락에 있는 서해의 보물섬이라 불리는 가의도로 건너가는 사자바위와 꽃섬 사이의 수로에서는 딱 이런 분위기로 카약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죠.
조류가 아주 센 날에는 흐르는 물소리도 굉장한 곳입니다.
실제로 2016년 11월 20일에 7명의 카약 동호인들과 함께 거제도 여차해수욕장에서 소매물도를 당일치기로 다녀올 때 여차에서 출항해서 대병대도 사이 수로를 빠져나와 매물도로 횡단할 때 5.5 km수로를 단 30분만에 건넌 적이 있었는데요.
그 시간대가 밀물이라 물이 동쪽에서 들어오는 때였는데, 이날의 조류가 대략 2노트 정도였습니다.
날씨는 운좋게 완전 화창하고 바람은 거의 없는 날이었고요.
거제도 여차해수욕장에서 대병대도는 거의 정남방향이고 매물도는 남서방향에 있습니다.
즉 조류가 동에서 서쪽으로 흐르므로 이걸 비스듬하게 타고 가기 위해 일부러 정남 방향에 있는 대병대도를 경유한 것이죠.
여차에서 매물도까지는 약 8.5 km이고 대병대도를 거쳐가면 약 9 km로 500 m를 더 노저어야 하지만 강한 조류를 이용하려면 조금 돌아가는 편이 훨씬 수월한 횡단을 할 수 있거든요.
귀항할 때는 소매물도를 돌면서 등대섬에 올라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면서 대충 놀면서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정조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슬슬 북상해 매물도, 어유도, 가왕도를 경유해 썰물이 가장 강할 때 소병대도를 거쳐 귀항했죠.
물론 매물도나 소매물도에 가서 1박을 하는 경우라면 정조 시간대를 잡아 횡단해도 괜찮습니다.
특히 초보자들 동행하는 경우라면 말입니다.
그리고 수치조류도를 조금 더 자세히 보시면 움푹 들어간 섬 내만쪽은 조류 방향과는 사뭇 다른 흐름의 방향이 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마치 급류가 흐르는 강에서처럼 에디(Eddy)의 개념과 같아서 심한 경우는 그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흐르기도 합니다.
특히 소병대도나 대병도처럼 주변 수심이 깊고 가파르며 굴곡이 심한 작은 암초 형태의 섬 주변에서는 굉장히 강한 역조류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조류가 강한 시간대라도 섬 해안지형을 살펴가며 잘 붙어 다니면 아주 수월하게 순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급류 카약킹이나 씨 카약킹이 개념이나 기술이 별반 다르지가 않다는 것이죠.
바닷물 역시 흐르기 때문입니다.
위 [수치조류도]의 우측 [조류(cm/s)]색인은 미터법에 의한 유속을 여러 색으로 구분해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보라색인 80~100 cm/s의 유속은 시속 2.88~3.6 km에 해당되는데, 100 cm/s는 대략 2노트의 속도라고 보면 됩니다.
통상 카약의 속도를 3노트로 볼 때 꽤 빠른 유속이니 만약 완전하게 조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조류를 타고 간다면 1시간에 약 5노트(9.2 km) 이상까지도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죠.
이렇게 조류를 완벽하게 타고 가기란 실제 항해예정 코스와 매치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약간 비스듬하게 조류를 타고 가는(벡터 계산 개념) 항해술이 가장 많이 쓰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해류(Ocean Current)
반면에 거의 일방통행식으로 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흐르는 거대한 바닷물의 이동인 해류는 조류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마디로 거대하고도 지속적이며 일정하게 흐르는 바닷물의 이동인데, 우리 한반도 주변을 흐르는 해류는 근해에서 발생하는 조류 활동이 아주 강력한 편이라서 해류의 영향은 대체로 미미한 편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런지 궁금하시면 [수치조류도]를 열어 남해안 전역을 볼 수 있게 설정하고 1시간 간격으로 바닷물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만큼의 유속으로 흐르는지 활성화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제주도 인근 해역, 특히 국내 카약 동호인들도 수차례 횡단한 적이 있는 제주와 추자도 사이 제주해협이나 거제도와 대마도 사이를 흐르는 대한해협에는 구로시오 해류의 지류라 할 수 있는 제주난류와 대마난류 의 영향을 받는데, 즉 썰물과 밀물 시간대의 흐름이 역시나 한반도 근해에서 발생하는 조류가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정반대로 흐르기도 하지만 계절에 따라 그 유속 또한 제법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난류가 강한 여름철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흐름이 더 강하고 한류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겨울철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흐름이 반대로 흐르는 흐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나 그 흐름이 미미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들 두 해협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여름철에는 약 1.5노트 내외로 흐르고, 겨울철에는 약 0.5~1노트로 흐르는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바람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말입니다.
그래서 다음 바다 이야기는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카약킹에 주는 영향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어찌되었거나 이렇게 바닷물도 흐르니 카약은 가능한 그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이 편하죠.
아니 편하다기 보다는 그게 상식적으로 맞는 겁니다.
우리가 카약을 탄 채로 급류를 거슬러 오르기가 무척이나 힘들듯 바닷물이 통째로 흐르고 있는데 암만 죽을 힘을 다해 저어봐야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것과 진배 없습니다.
그러니 조류든 해류든 어떻게든 그 흐름을 타고 갈 생각을 하는 것이 현명하며, 그 흐름이 매 6시간마다 방향이 바뀌니 시간도 때를 잘 맞춰서 타면 좀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빠져 나간 물은 6시간 후면 다시 들어갈텐데 이걸 기다리지 못하고 빨리 들어가려고 한다거나 "뭐 이까이꺼" 하면서 조류나 해류를 무시하고 자기 힘만 믿고 죽어라 젓고는 탈진하기도 근육부상을 입기도 하며 투어링이 노가다니 뭐니 불평하면서 바다 여행을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머리를 조금만 써보세요. 몸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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