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그림책 모꼬지...노루선생님이 아프셔서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시작한 만남이었다.
1. <점과 선과 새> 조오 글,그림 / 창비
책 본격 내용 시작 전, 희뿌연 도시의 높은 건물들 사이를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날아오는 까마귀와 참새 그림 뒤 남겨 놓은 작가 말 먼저 옮겨본다. “이 책은 어릴 때 학교 창가에서 본 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말을 이제야 조심스레 꺼내 봅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 낼 기적을 믿으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작은 새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으로 글 몇 자 없이 깜찍하고 간결한(?) 그림만으로 큰 울림을 주었다.
여러 크고 작은 새들과 흥겹게 건물 빌딩의 유리들을 꾸밀 때 까지만 해도 희망(?)으로 따스했던 맘이 다음 장, 붉게 노을 진 창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참새와 고개 숙여 친구를 바라보는 까마귀의 그림으로 넘어가며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라 글이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 하는 맘으로 친구가 부딪힌 자리에서부터 점 하나부터 찍어가는 그림은 그저 안타깝다고만 하며 다른 세상일처럼 생각해 온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부디 많은 건물주님들이 이 책을 보며 큰 공감과 더불어 나는 하지 못한 공생을 위한 작은 실천(?)을 바래보는 건 욕심일까? ^^:
마지막으로 알라딘에서 이 책을 소개한 내용을 덧붙여 본다.
“새들이 비행을 시도하지 않는 높이 5cm, 폭 10cm 미만의 ‘5*10규칙’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작품은 도시의 인공 구조물에 부딪히는 새들에 주목한다. 일상의 작은 균열에서 시작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나아가 오늘날의 위기를 걸머지는 데까지 이어지는 연대의 상상력을 보여 준다. 무력한 현실을 환기하는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함께 점을 찍고 선을 그리는 작은 존재들의 모습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2. <나의 구석> 조오 글,그림 / 웅진주니어
이 책 역시 조오작가님 책으로 글 없는 그림책이다.
무엇보다 책의 양쪽을 이어서 전체 한 장면으로 그려서 ‘구석’이란 공간을 기막히게 잘 표현한 것 같다.
텅 빈 작은 구석 공간에서 구석을 바라고 보고 서있는 까마귀 한 마리로 그림책은 시작된다. 까마귀는 그 공간 구석에 하나씩 물건을 들이고, 그러다 작은 생명인 화분 하나를 들이면서 그 화분과 함께 책도 보고, 물도 주며 그 화분(함께 생활하는 친구?)에게 더 필요한 것을 찾아 갖춰가며 조금씩 작은 구석이 특별한 공간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작은 화분 속 식물의 성장과 더불어 갇힌 공간에서 안주하던 까마귀도 식물을 위해 창문을 만들게 되고 그렇게 더 넓은 세상 밖으로의 소통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책 제목처럼 시작부터 쭉~ 공간의 안쪽 구석만을 보여주다 마지막 장에 드디어 구석 밖 공간을 보여준다. 창문 밖으로 자라나온 초록식물 잎과 함께 까마귀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지나가는 하얀새와 인사를 주고받으며 끝나는 장면이 여운을 남긴다. 작가님은 이때부터 다음 작품을 생각 하고 계셨던 걸까?
3. <나의 그늘> 조오 글.그림 / 웅진주니어
<나의 구석>과 연결되는 설정이지만 전혀 모르고 봐도 되는, 역시 글 없는 그림책이다.
이 책 역시 책 양쪽을 연결해서 한 그림으로 되어있다. 앞 면지 안 그림이 구석 공간 밖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자세히 보면 창에 크게 자란식물의 잎과 까마귀 모습이 그림자 져 있는 작가님의 섬세함(?)을 찾을 수 있다.
본격적인 내용은 창문 밖으로 식물의 잎이 자라 삐져나온 걸 까마귀가 공간 밖에서 바라보다가 화분 속 식물을 공간 밖, 창 아래 땅으로 옮겨 심으며 시작된다. 창 밖 옮겨 심은 식물의 작은 그늘에서 누워 쉬고 있는 까마귀는 자신의 구석에서 느끼던 것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온 식물은 점점 더 자라 결국 까마귀의 공간을 무너뜨리기에 이른다. 그래서 까마귀는 무성하게 자란 식물(나무) 주변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혼자만의 공간이 아닌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간을. 그렇게 작은 구석에서 웅크려있던 까마귀가 창밖 세상으로 완전히 나와 그 세상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만의 안식(행복)을 찾은 것 같았다. 책을 덮는 내 마음을 따뜻하면서도 흐뭇하게 채워주는 책이었다.
참고로 조오 작가님은 자기를 나타내는 동물 캐릭터로 까마귀를 표현했다고 한다. 실제 작가님의 성씨는 ‘조’여서 ‘조’랑 까마귀를 한자로(한 글자로) 말하는 ‘오’를 합쳐서 ‘조오’작가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상 3권의 조오 작가님의 그림책들 덕분에 글 없는 그림책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다.
4. <나에게 주는 상> 이숙현 글 / 안소민 그림 / 호랑이꿈
다양한 애벌레들이 각기 다른 자신의 장점(?)을 찾아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이야기 책이다.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칭찬을 바라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먼저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이 좋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8종류의 애벌레들은 실제 애벌레 모습을 참조하여 캐릭터로 표현했다고, 마지막장에 친절히 모델이 된 애벌레이름들이 소개되어 있다.
모델이 된 애벌레들이 다 너무 독특하고 예뻐서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 올려 본다.
생태를 공부하는 선생님들과의 책모임이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8종류의 애벌레들과 배경 그림 속 식물들을 찾아보았다. 어치선생님의 식초식물과 나비이야기를 들으며 애벌레별 뒷 배경 식물도 그냥 그려진 것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으로 찾는 재미가 있었다. (참고로...사향제비나비애벌레와 함께 그려진 뒤 배경의 등칡도 사향제비나비애벌레의 식초식물이 맞다고하네요. 국립수목원 사이트에서 찾았습니다^^)
5. <두려워하지마, 나무야> 로렌 롱 글. 그림 / 윤정숙 옮김 / 봄의 정원
헤어질 시간이 임박해서 천천히 이야기 나눠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잎을 가득 달고 있던 작은 나무가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어도 떨어뜨리지 못하다가, 뒤늦게 용기를 내어 성장하는 내용이다. 어치선생님께서는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겨울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 5년 이하의 어린 참나무 이야기를 해주셨다. 새로운 일을 도전할 때 느낄 수 있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더불어 시작이 늦어도 괜찮다는 위로(?)도 받는 것 같다.
2024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선 나를 칭찬할 수 있는 것부터 돌이켜 봐야겠다.
이상 올해 마지막 그림책 모꼬지 후기를 마친다.
첫댓글 오늘도 서평과 후기 잘 읽었어요. 담부터는 시간조절 잘 하기로 해요.
사향 밑에는 왕오색나비애벌레지요?
찾다보니 풍게나무에 사는 애벌레 3총사가 있네요. 그중 왕오색과 수노랑나비애벌레는 똑같이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