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업의 중구이야기 40 골목이야기 6-중구 문화예술인의 거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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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집-다락방-산마루-다락방 강정자 씨 동동주집 예인모임 한길-강나루 시인들 모여 중구문화예술거리 주촌(酒村)의 시작은 옛 동광초등학교 정문 앞 `대구집'부터다. 대구집은 1980년 1월 산을 좋아하는 당시 30대 후반의 강정자 씨가 지금의 양산박 위치에 낮에는 밥집, 저녁에는 동동주집을 열면서인데, 서예와 한국화 화가들이 그들의 연락처와 모임 장소로 삼게 되면서다. 소문이 나면서 음악·문학·미술 등 예인들이 원근을 막론하고 모여들었고, 이들의 예술활동을 취재하려는 방송, 신문기자들도 다투듯 대구집을 드나들었다. 얼마 후엔 곁에 `계림'(박광순)도 들어섰다. 대구집은 1986년 타워호텔 뒷골목의 `다락방'(후엔 산마루)으로 옮겨가며 전국의 예술가들이 부산에 오면 어김없이 들리는 명소가 되었다. 이즈음 타워호텔 북쪽 골목안에 `골목집'(이행자, 후에 옮겨 `부산포'가 된다)이 문을 열어 예인들이 즐겨 찾는다. 이후 대구집 자리에 들어선 것이 시인을 위한 주막 `한길'(1996∼2001)이다. 그러나 한길도 교대 앞으로 떠나고 빈자리에 남포동의 `양산박'(임명수의 임산박)이 들어온다. 이 시기 이 골목들은 부산의 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주촌골목이 된다. 양산박이 민락동 MBC 근처로 옮겨간 후 이 집은 보통 주막으로 주인이 여러 번 바뀐다. 계림은 경찰관과 대학교수가 골목씨름(?)을 벌이는 등 숱한 소문을 낳다가 박광순이 미국으로 이민 가고, 뒤를 이어 이정매 시대를 열지만 건강으로 그만둔다. 그 후로 주인은 바뀌어도 간판이름은 지금껏 그대로 남아 옛날을 얘기한다. 2002년 이 골목을 떠났던 한길의 목경희 여사가 다시 이곳으로 오면서, 연극인 정행심이 운영하던 `수미산' 자리에 지금의 `강나루'를 연다. 그러면서 주촌골목이 다시 활기를 띈다. 가게 분위기를 부군 이상개 시인의 시로 장식하였다. 시인의 마산중학 짝지였던 안기태 시사만화가도 만화소재를 찾아 일주일에 몇 차례 들릴 때면, 그와 나누는 구수하고 해학적인 대화가 멋스럽게 주흥을 돋운다. 부산의 시인들도 강나루에서 만나 시를 얘기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밤을 밝힌다. 하지만 최근 건물이 매매되고 재건축 계획이 결정되는 등 변화가 예상되나 재건축 후 같은 장소에 새 모습의 강나루가 들어설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2016년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입구의 옛 하늘개인날(연극단체)-고추잠자리(사진가) 자리에 문화사랑방을 자임하고 `다락방'이 문을 열었다. 대구집(1980∼1984)-다락방(1986∼1996)-산마루(1996∼2005) 시절에 이르도록 부산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문화예술공간 역할을 했던 강정자 여사(화가 주경업의 처)가 10여 년 휴식 끝에 다시 막걸리 집을 연 것이다. 옛 다락방 시절처럼 그림이 있고 음악이 있는 주점을 만들었다. 부산의 민속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과 우리소리 우리춤을 전공하는 이들 그리고 문화운동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이들 주점들은 ㄱ자형으로 빙 둘러 자리 잡고 있어서, 밤이 되면 공터가 되는, 가운데 자리의 주차장 터를 이용하면 멋진 문화공연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음악회와 춤판도 마련할 수 있겠고, 퍼포먼스 등 즉흥 예술활동도 펼쳐지면서 용두산 아래의 밤 문화를 독특하게 마련할 수 있겠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과 중구가 관심 가지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문의 ▶부산민학회 255-5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