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달의 몇째 되는 날/몇 날'의 뜻을 가진 명사는 '며칠'로 씁니다. 국어에서 '몇 일'로 적는 경우는 없으며, 항상 '며칠'로 적습니다. [며 둴]로 발음되는 '몇 월'은 관형사 '몇'과 명사 '월'이 결합한 구성이므로 '몇 월'로 적지만, '며칠'은 이와는 다릅니다. 만약 '며칠'이 관형사 '몇'과 명사 '일'이 결합된 구성이라면 '일(日)'이 실질 형태소이므로 [며 딜]로 소리 나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며 딜]이 아니라 [며칠]로 소리가 난다는 것은 이 말이 관형사 '몇'에 명사 '일'이 결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며칠]로 소리를 내는 단어는 소리 나는 대로 '며칠'로 적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몇`은 관형사이거나 수사인데, 관형사 `몇`은 확실하지 아니한 수효를 말할 때 명사 앞에 쓰는 말입니다. 보기> 몇 해가 걸릴지 알 수 없다.
수사 `몇`은 약간의 수, 얼마 되는지 모르는 수를 말합니다. 보기> 우리 몇이라도 모여 의논해 봅시다. 몇 안 되는 사람 모인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몇이 모였든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그런데 `몇 날`을 뜻할 때는 몇일이라고 쓰지 않고, 며칠이라고 써야 합니다. 예전에는 '몇일'은 "오늘이 몇 일이냐?"에서와 같이 '몇'이 관형사로 쓰일 적에, '며칠'은 "며칠 뒤에 보자."처럼 '며칠'이 명사로 쓰일 적으로 각각 구별하여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1988)부터는 '몇 일'과 '며칠'을 모두 '며칠'로 통일하였습니다. 다만 "몇 (가지) 일이 있다."이란 뜻으로 썼다면 `몇 일`을 맞다고 할 수 있지만 이때도 보통 `몇 가지 일이 있다`로 쓰지 `몇 일`이 있다고로는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떤 때든지 '몇일'로 적으면 틀린 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풀이해 드리면, 한글 맞춤법 제27항의 [붙임 2]에서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용례 가운데 '며칠'을 포함하였습니다. 이때 '몇 개, 몇 사람' 등에서의 '몇'과 '날'을 나타내 '일'이 결합된 '몇+일'로 분석하여 그 표기가 '몇일'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혼동되기 쉽습니다. 게다가 한글 맞춤법 제27항이 "둘 이상의 단어가 어울릴 경우 …… 각각 그 원형을 밝혀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몇일'로 적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붙임'을 두어서 '며칠'로 적도록 한 데에는 물론 그만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합성어에서는 뒤에 오는 형태소의 머릿소리가 '이'일 때 앞에 붙는 말의 받침이 대표음으로 바뀌면서 사이에 'ㄴ'이 덧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기> 앞일 : 〔압일〕→〔암닐〕(*[아필]이 아님) 잣엿 : 〔잗엿〕→〔잔녀ㅅ〕(*[자셧]이 아님) 낮일 : 〔낟일〕→〔난닐〕(*[나질]이 아님)
그런데 '며칠'이 '몇+일'로 분석될 수 있는 합성어라면, 위의 발음 규칙에 따라 [멷일〕→〔면닐〕로 소리나야 합니다. 그러나〔면닐〕이 아니라〔며칠〕로 발음되므로 소리나는대로 적어 불규칙성을 반영하도록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