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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뜨는 대세남 백주부를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혹시 아직 모르고 있다면 휴대폰의 음성검색 창에 그의 이름을 가만히 발음하면 자료가 줄줄줄 쏟아져 나온다. 사실 나도 그를 안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어느 날 그에 관한 기사를 보고 현재 그가 유명해지게 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현장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그 말은 생생함과 동음이의어다. 탁상공론이나 학문적 지식에서 얻을 수 없을 때 필수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그의 인터뷰 기사에서 가장 와닿았던 것이 바로 현장이라는 말이었다. 그는 대학생 때 맛있는 식당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의 이런 선험은 현재 그가 누리는 해박한 음식에 관한 지식의 토대가 됐고,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방송에서 그의 활약상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 방송에서 그는 전국의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직접 시켜 먹는다. 그리고 동종업계의 세 군데 식당을 매주 선정해 방송국에 초대해 경연을 펼치게 한다.
시청자는 그의 뒤를 쫓는 카메라 현장에서 먼저 그의 혀가 맛본 미각을 간접 체험한다. 그래서 음식의 달인들이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직접 펼치는 요리대결에서 그의 생생한 해설에 따라 군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된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귀신같이 잡아내는 요리대결 장면 장면은 퀴즈쇼보다 긴장되고, 스릴러 영화보다 짜릿하다.
후각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에 방청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평소에 자주 먹고, 별 생각 없이 먹던 음식인데도 마법처럼 빠져든다. 스튜디오에 초대되는 맛집들도 공통분모가 있다. 몇 대째 가업을 잇거나 비법을 개발하기 위해 무수한 난관을 겪었고, 그 결과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에 대한 재창조의 과정이 필수적으로 있었던 것이다. 백주부가 다른 진행자와 이야기를 섞어가며 이 부분을 족집게처럼 콕 집어주니 옳거니 하면서 대부분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것이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다가서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는 선대의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부유층이면서도 아주 서민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일이 취미이고, 직업이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군대에서 겪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포병장교 복무 시절 식당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선임하사와 보직을 바꿔 취사장교 일을 했다.
장교 체면에 주방 일을 한다고 상사에게 불려가 핀잔도 들었지만 식당을 기습 시찰한 장군에게 음식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의 이런 창조적 기질은 마침내 그를 수많은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가로 입지를 다지게 했다. 그는 무엇보다 누구나 간편하고, 손쉽고, 맛있게 요리할 수 있도록 레시피를 개발했다.
인터넷에 이미 퍼져있었지만 사람들이 잘 따라 하지 않던 손쉬운 요리법을 제시한 것이 주효한 전략이 됐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백주부가 된 것이다. 이미 많은 책을 낸 바 있지만 그의 요리책이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고, 광고계의 기대주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는 수십 년 내공으로 갈고 닦은 ‘백주부’로, 행복한 ‘집밥 백선생’으로 대한민국의 밥상머리를 책임지는 소임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울산대공원 가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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