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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 코스에서 평궤 대피소와 남벽 분기점을 거쳐 윗세오름까지 무려 9.1km에 달하는 장거리코스인데요, 재개방을 위하여 탐방로 보수와 함께 등반객을 맞을 준비를 완료한 돈내코 코스를 오름해설사이며 제주도의 인터넷 언론
매체인 제주의 소리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홍구 기자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등산로의 상태, 코스 전체의
분위기, 접근요령 등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한라산 등반 코스는 큰 무리 없이 접근을 할 수 있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발이 묶어 있던 코스이기 때문에 교통편이 미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재산행 계획은 돈내코 코스를 출발하여 윗세오름을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13.8km 종주 코스로 정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일행은 제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6시 첫차를 타고 돈내코 유원지 입구인 '법호촌'에서
몸을 내렸습니다. 여기에서 서귀포시내권의 콜택시를 이용하여 돈내코 코스 주차장까지 이동하였습니다.
남벽분기점을 코앞에 둔 6.8km지점, 15년동안 감춰져 좀 처럼 볼수 없었던 남쪽 화구벽의 웅장한 모습
코스의 시작점은 서귀포 충혼묘지 인근으로 4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임시로 마련된 것으로 보이고 안내표지를 따라 150여 미터 이동하면 이번에 새로 지어진 관리동 한 채와 남녀 화장실이 각각 2개씩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인근 토지가 사유지가 많아 많은 애로를 겪은 모습이 역력해 보였는데, 등산객이 급격하게 몰린다면 주차장이나 화장실 시설이 많이 부족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지금은 없지만 매점도 언젠가는 들어서야 할 시설 중 하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초입부분, 정갈스럽게 나무 데크를 놓아 자칫 놓쳐 버릴지 모르는 등산로 진입을 돕고 있었는데, 등산로 곳곳에 설치 된 안내표시석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것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등산로의 시설들은 통제를 하기전인 15년 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태풍에 떨어져 나간 나뭇가지들과 잡풀 제거, 그리고 간혹 유실된 등산로의 계단 등의 간단한 보수 흔적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물리적인 변형을 최대한 자제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새벽시간이라 서리가 하얗게 내려 앉은 등산로 초입의 모습
본격적으로 신행을 시작 할 밀림입구, 0.8km지점
특히 여름철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활엽 난대수림의 정글 숲으로 유명한 이 코스는 약 2시간 30분
정도를 걸어 올라 약 5km에 다다라야 시원하게 하늘이 뚫립니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돈내코 코스에서는
유일한 평궤 대피소가 눈앞에 들어옵니다. 석재를 다듬어 쌓아 올린 오래전 방식의 평궤대피소는 이 코스가 첫 개방한 1974년의 이듬해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자연그대로의 암반이 그대로 드러난 채 건물이 지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뒤로는 백록담 남벽이 보이는 평궤대피소의 전경(위)와 대피소 내부의 모습
돈내코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여기서부터 윗세오름까지의 약 4km 구간입니다. 평궤 대피소 위에서 바라보는 남쪽바다의 비경과 정확히 7km지점에 있는 남벽분기점 주변에서 펼쳐지는 광활한 평지와 백록담 분화구 방향으로 병풍처럼 둘러진 남벽의 거대한 위용은 이내 그 위용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또한 남벽분기점을 지나 윗세오름
까지의 2.1km구간에서는 방애오름의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올라 선작지왓 대평원의 시원스런 대자연의 풍광을 보노라면 왜 이곳 돈내코 코스 개방을 사람들이 부르짖었는지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평궤대피소를 200여미터 지나친 지점에는 위처럼 전망대를 설치하였습니다. 위 같은 전망대는 이곳과 남벽분기점, 그리고 방아샘 등 세곳에 설치가 되었습니다.
전망대에서는 드 넓은 남쪽바다와 백록담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남벽분기점, 왼쪽방향이 올라온 길, 오른쪽으로 가면 방애오름을 거쳐 윗세오름으로 가는 길
샘물을 마실수 있는 방아샘
눈꽃으로 뒤덮힌 방애오름의 모습
윗세오름 표지석, 그동안 이곳으로 통한 출입이 통제 됐으나 2009년 12월4일부터는 돈내코 코스와 함께 이곳도 개방되어 이 길을 따라 돈내코로 하산할 수도 있습니다.
대자연을 벗 삼아 약 4시간의 산행, 9.1km의 정점에는 너무나 유명한 윗세산장이 기다립니다. 윗세산장이야 워낙
많이 알려진 곳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곳입니다. 이제 이틀 후 12월4일이면 수 많은 사람들이 백록담의 남쪽 능선을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비하여 유난히 늘어난 등산 마니아들, 얼마나 많은 등산객들이 돈내코 코스로 몰릴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개방 초기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불만요소들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여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제는 돈내코 코스로 접근하기 위한 정확 위치정보와 주차장 위치 그리고 교통편에 따른 비용 등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서귀포 시내에서는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충혼묘지까지 이동하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제주시내에서는 5.16도로를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다시 돈내코로 내려온다면 자가용을 이용해도 무방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리목이나 영실코스를 이용하여 하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시에서 2,500원의 버스비를 지불한 후 법호촌(돈내코입구)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거기서는 다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콜택시를 부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택시비용은 돈내코 코스 주차장까지 약 4,500원이 나옵니다. 하산할 때, 어리목 입구에서 제주시내까지는 1,500원입니다.
▼[돈내코 탐방로 입구]
돈내코탐방로 인근에 다다르니 이틀전 행사를 치렀던 깃발들이 도로변에 무수히 휘날리고 있다.
"축" 돈내코 탐방로 재개방, 행사장 입구 등등......
▼[언덕에서 내려다본 서귀포 방향]
윗 사진 한가운데 승용차 열서너대 주차해둔 바로 저곳이 돈내코 탐방로 들머리. 다른 시설물들은 아직 없고 주차공간도 45대로 알려져있어 영실, 어리목, 성판악에 비해 아직은 좁고 황량하다. 저곳에서 충혼묘지를 가로질러 산행 안내판을 확인하고 길을 꺾으면 새로 지은 관리동 한채가 반긴다.
관리동 목조건물 부근에는 화장실도 있고 바로 뚫린 임도를 버리고 좌측 탐방로로 90도 꺾어 진행하면 잠시 후 바로 이곳
넓다란 공터언덕에 도착한다. 이제부터 한동안 목계단으로 친절하게 탐방로를 인도한다
▼[밀림지대, 돈내코 기점 0.8 km]
▼[15년을 보호받은 수림과 산길]
▼[붉은 빛 비추는 아침햇살]
▼[썩은물통, 돈내코 1.72 km 지점]
해발고도 700 m 를 알리는 표지석을 지나자 "썩은물통" 지점이 나타났다. 바로 뒤에 이런 늪이 보이는데 한눈에 이곳을 지
칭하는 것인 줄을 알아보았다. 지난날 한라산 기슭에서 방목하던 말과 소들을 물먹이던 곳이라는데 이제는 퇴적이 심해져
서 이와같은 늪이 된 모양이다. 표지점치고는 꽤나 소박하고 규모가 너무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주 굴거리나무와 제주조릿대 많은 두터운 낙엽길]
15년을 출입제한을 하였으니 15년만에 다시본 이의 눈에 수림은 무척 울창해졌을 것이다. 성판악이건 영실이건 간에 늘
푸르게 보이는 이 나무가 제주 굴거리나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조릿대도 제주특산(?)이다. 겨울이 되면 키높은 나무들
의 이파리가 떨구어지니 햇살을 잘 받아 겨우내 광합성을 열심히하여 그 싱그러움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겨울의 굴거리 나무가 여름의 굴거리 나무보다 훨씬 더 싱그러운 초록의 느낌이다.
▼[두터운 이끼가 낀 돌계단...... 발길이 잦아지면 이또한 변하리.]
▼[내 눈에는 서어나무가 가장 많이 보인다.]
▼[해발 1000 미터, 제주굴거리나무]
▼[본격적인 적송지대, 그리고 특징적인 제주조릿대]
▶[살채기도, 돈내코 기점 4.0 km]
내내 완만했던 밀림 속의 탐방로는 살채기도 표지석 지점에서 우측으로 꺾이면서 가볍게 경사를 이루게된다.
"살채기"...... 말과 소가 함부로 내다니지 않도록 나무로 대충 엮어 만든 문을 가르키는 제주지방의 토속어이고,
"도"는 입구를 칭하는 말이다.
▼[둔비바위, 돈내코 기점 4.7 km]
둔비바위 지점, 부근에 큰 바위가 있나 두리번거려도 울창한 수림 뿐,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둔비라고 하는 것은 두부를 말한다 한다. 이곳이 해발 1300 m. 이미 해발 1000 m지점에서 내리기 시작한 싸락눈은 카메라를 꺼내기 힘들 정도로 많이 나부꼈다.
▼[아! 싸락눈 내리는 두터운 운무...... 아쉽다!]
눈과 함께 두터운 개스가 주위를 완전히 덮었다.
▼[평궤대피소]
평궤대피소 인근에 이르면 비로소 밀림 속에 가렸던 하늘이 열리고 사방천지 시야가 트이면서 태평양과 한라산 정상을 바
라볼 수 있다는 기대는 하얗게 뭉게졌다. 참호와 같이 만들어진 평궤대피소 안은 굴 반, 지붕구조 반으로 이뤄진 독특한 건
축이었다. 원래 "궤"라는 것이 바위와 절벽으로 이뤄진, 푹 파인 굴이라는 뜻이라고 한단다.
▼[더욱 짙어지는 개스...... 결국 안개 속에서 싸락눈만 맞아야하나보다.]
▼[남으로 태평양, 북으로 남벽이 보여야할 대피소 위 전망대...... 안개에 잠겼다.]
▼ [남벽 갈림길 부근, 돈내코 기점 6.38 km..... 어????? 구름이 갑자기 걷힌다!!]
남벽이 바로 바라보이는 위치 쯔음이라 생각되는 곳. 두터운 운무를 탓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터벅이는데 갑자기 북쪽하늘
이 밝아지면서 산사면이 빛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멈춰선 걸음에 숨까지 막히는 장면이 이어졌으니...... 마침내
남벽이 서서히 열리는 것이었다. 소리없는 장중한 음악이 평원을 뒤흔들고 있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경이로운 남벽 쇼]
저기가 방애오름인가......
뒤를 돌아보니......
다시 남벽의 춤
......
다시 밀려오는 운무...... 30분간 지속된 남벽 쇼를 넋을 놓고 구경하다가 다시 잠겨드는 것을 보고 남벽분기점에서 윗세
오름 방향으로 향했다. 15년 전 남벽에서 한라산 정상부까지의 등산로에 어떤 상처가 깊었을까? 지금도 폐쇄된 이 구간
에 암벽의 손상이 엄청났다고 하던데...... 돈내코-남벽에 초행인 나로서는 짐작할 길이 없다. 아마도 지리산 천왕봉 중
봉 인근의 산사태와 사면 훼손과 같은 상태가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 [남벽분기점을 지나 방애오름으로]
방애오름 향하는 탐방로는 두터운 가스에도 불구하고 무척 경치가 좋았다.
▼[다시 짙은 운무 속으로]
▼[전망대와 방아오름샘]
방애오름과 웃방애오름 사이로 윗새오름으로 향하는 고갯길이 있다고 했는데, 저기 전망대 바로 앞에 방아약수터도 있다.
안 켠은 완전히 얼었지만 한 쪽 고인 물은 맑게 고여있어서 한모금 쭈욱 들이켰다. 찐빵만한 상고대를 툭툭 분질러 아이스
크림처럼 녹여먹으면서 왔는데 물 맛 또한 기가 차다. 그러나 곧이어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개스가 밀어 닥친다.
윗세오름쪽으로 내린 서북벽 모서리만을 보여주는 절묘함.
그럼 저 멀리 윗세오름인가?
▼[방애오름과 웃방애오름 사이, 윗새오름으로 향하는 고갯길]
저 목책길 왼편으로 영실에서 오르는 선작지왓의 광활한 풍경이 보이며, 멀리 푸른 바다도 얼핏 비쳤다.
▼[꽁꽁 얼은 서북벽 통제소와 서북벽]
▼[드디어 윗세오름 !]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은 바로 이 '윗세오름 휴게소 정상석' 뒤편으로 이어져있었다. 전에는
이곳에 나무의자와 나무장승이 서 있었다고 기억된다. 이제는 어리목이나 영실에서 올라 이 길 따라 남벽분기점에서 돈내
코로 하산하는 등산객들도 많아질 것이다.
▼[윗세오름 광장과 한라산 정상 서북벽]
▼[만세동산 내려보이는 광활하고 완만한 하산로]
▼[텅 빔...... 아무도 없는 하얀 적막]
▼ [어리목 주차장까지 줄곧 눈덮힌 어두움]
어리목 주자장까지 하얗게 눈이 덮혔다. 한라산의 남쪽에서 올라 북서쪽으로 내리왔으니 윗세오름-어리목에 눈이 두터울
수 있었을 게다. 서귀포의 날씨와 비교되지 않는 변화가 새삼 신기했다.
남벽코스, 윗세오름 주변의 1600-1700m 고도에서 구름이 잠시 걷혀준 것은 정말 '자연스런' 겨울의 자연현상이겠지만 마
치 간절한 바램을 들어주신 한라산의 신령하심으로 느껴졌다. 산과 나무와 풀과 숲과 자연 속의 생명을 사랑한 작은 정성
을 갸륵하게 여겨주심으로 느꼈다.
돈네코 탐방로가 생태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오랫동안 한라산의 품격있는 탐방로로 존속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