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항공 등 불빛 아래
방송사에 취업하여 줄곧 산간 고지에서 근무하다가, 병역의무를 마치고
다시 식장산 TV 중계소로 복직하였다. 1975년 5월 1일이었다.
나는 계속되는 고지 근무가 점점 힘이 들었기에, 평지에 있는 방송시설
근무를 희망했다.
이 희망이 받아들여져, 이 해 연말에 개국한 공주 라디오방송 중계소로
전보 발령을 받았다. 그 후에 공주중계소를 시작으로 청주방송국 산하의
보은과 영동 라디오방송 중계소에서도 각각 근무하였다.
공주에서 1년 반,
보은에서 4년 8개월,
영동에서는 3년 2개월 정도를 근무하였으니, 통산 9년 4개월을 근무한 셈
이다. 비록 근무지는 3개 중계소였지만 그 시설의 기능은 대동소이하였다.
전에 근무한 TV 시설과 비교하면 라디오방송 장비들이 사용하는 전파의
주파수 특성상 안테나의 차이가 가장 컸다. 라디오 송신시설에서 사용하는
주파수는 보통 중파(中波)로 분류되며, 전파의 특성상 안테나 길이가 수직
으로 높아지게 된다. 같은 라디오 중계소에서도 사용하는 주파수가 높으면
안테나 길이가 짧아지고, 주파수가 낮으면 안테나의 길이가 높아지게 마련
이다. 공주에서는 안테나 높이가 60미터 정도였지만, 보은은 102미터, 영동
에서는 그보다도 더 높았다.
이렇게 높은 안테나를 세우게 되면 안테나 꼭대기에는 반드시 항공 등을
설치하게 되어 있었다. 이는 야간에 비행하는 항공기의 안전과 함께 송신
안테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대체로 라디오방송 중계소의 야간 근무에는 기술직 직원 한 명이 방송 장비
운용을 담당하게 된다. 밤은 깊어 가고 혼자서 장비들을 운용하는 처지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 가끔 밖을 내다보면 안테나 위 항공 등이 빨간색
불빛으로 깜빡이고 있기 마련이다.
20대 후반에서부터 대략 10년을 이러한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인생의 애환을
경험하였다. 이곳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