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화요일
진행측의 배려로 바다를 향한 객실에서 해돋이를 기다리며 두 번째날을 맞는다.
지난 밤 산행의 즐거움을 공감하느라 부쩍 가까워졌기에 함께 즐기는 일출이 더욱 아름답다
바리스타 자격이 있는 경장화님 덕분에 혹시나 해서 가져간 드립백커피의 풍미가 가득해진다. 아직은 낯선 대원들은 셀카에 미숙한 나에게 셀카를 찍으란다. 어쩌다 그 자리를 사양하지 못했을까, 이제와 후회한들 무엇하랴.
아침 식사 후 간단한 체조를 하고 금강산콘도를 떠나 길을 나선다.
어느새 금강산콘도가 저만치 멀어진다.
바닷길을 걷다보니 거센 파도가 가끔 길 위로 덮쳐 와 바닷물을 슬쩍 맛보기도 하며 대진항을 향해 걷는다.
대진항이었을거다. 몇 번을 걸어 지나간 이곳, 시루떡처럼 길 위에 켜켜이 쌓인 추억들 중 13년 전이 가장 진하게 떠오른다. 동서 양측 통일전망대를 이어걸었던 시작구간, 휑한 항구를 지나며 어느 식당의 문을 두드려 식사를 했던 길벗을 떠올린다. 그 때 그 길벗도 지금 함께 걷는 대원들만큼이나 낯설고 어색해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웠었지.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비채비를 하고 걸음을 이어가다보니 비가 멎는다.
화진포호 둘레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죽정습지.
노랑어리연 잔잔한 멋진 야외 레스토랑에서 전투식량이 데워지길 기다린다.
궁금한 게 많은지라 두 메뉴를 모두 맛보고 싶어 경장화님께 청하였더니 흔쾌히 허락해줘서 고맙다.
또다시 길을 걷는다.
아! 가을!!
색감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걸어가면서도 폰을 열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운 경관이 나타나면 단체사진을 찍을 기회가 오고, 이번에는 어떤 포즈를 취할까 궁리하며 합을 맞추는 재미와 어색함을 동시에 누린다.
아! 이 때는 몰랐다. 1조의 어색한 포즈가 마치는 날까지 이어지리라는 걸 ㅠ
코리아둘레길 송강쉼터에서도 찰칵!
지척에서 보이는 능선이 남방한계선이란다. 실감이 나지 않는걸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걸까? 지척인 거리에 비해 느낌은 아득하기만 하다.
보안규정 상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민통선을 지나 건봉사 입구에 들어선다.
우린 언제 이리 가까워졌을까
건봉사에서의 자유시간에도 우린 어느새 함께 걷고 있다.
따로 걷던 조원들 조차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온다.
흩어졌다가도 어느새 하나가 된다.
2일차 걷기를 마치고 소똥령농촌체험마을로 이동한다.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 후 조원들과 함께 느긋하게 들린 숙소 바로 앞 카페. 벌써 조별 모임으로 빈 자리가 없다. 차를 주문하는 동안 숙소 뒷편 정자에 자리를 마련하러 간 사이, 쎈쓰 있는 3조 남성대원님들의 배려인지 카페에 자리가 났단다. 양보해주신 멋진 님들 감사드려요♡
차 한잔과 수다 한아름 끝에 별이 보고파 불빛이 없는 곳을 찾아 산책을 한다. 별이 참 많고도 밝다. 별들을 하나 둘 눈에 눈에 담고 하루를 마감한다.
< 3기 통일걷기에 공유되었던 사진을 일부 사용했어요. 공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
첫댓글 어색하기만 했던 2일차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걸으면서 나누던 대화를 통해 서로 조금씩 알아가던 시간~~
조별 포토타임때면 어색하지만
진지하게 포즈를 취했었죠^^
멋진 길과 동료들, 맛있는 밥과
별이 빛나던 2일차!!!
잊지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걷고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는 지금여기님의 느낌과 감동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오는것 같습니다. 3일차가 기다려지네요~~
저희조와는 또 다른 걸음. 따로 또 같이의 소중한 시간들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