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어째서 과거의 성패에 쉽게 영향을 받을까? 어째서 실패하고 나면 스스로 무능하다고 여기며 수치심을 느낄까? 그들의 내면세계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선천적인 유전이나 성장기의 환경으로 인해 형성된 성격적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뒤지지 않을 수 있을지, 실수하지 않을 수 있을지,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있는지를 제일 먼저 생각한다. 그들이 인생에서 가장 주력하는 것은 남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으며 멋지게 사는 것이 아니라. 체면을 깎이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안정감이다. 그들은 초식 동물처럼 어떻게 하면 다른 육식 동물에게 잡아먹히지 않을지에 온 신경이 쏠려 있다. 초식 동물의 목표는 누구보다 빨리 달려 최고 기록을 내는 것이 아니라.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무리에서 뒤처지면 호랑이나 사자에게 잡아먹이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쟁에 과도하게 연연하는 것은 진화의 산물이다. 진화학자들은 잘못을 저지른 뒤 심하게 자책하는 것은 동물에게 자기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는 배불리 먹은 뒤에도 남은 바나나를 다른 원숭이들이 먹지 못하게 하지만, 다른 원숭이가 엉덩이를 쳐들고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제등에 올라타세요. 당신이 저의 우두머리입니다"라는 표시를 하면 바나나를 '하사'한다. 이것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인간도 다 같이 힘을 합쳐야만 대자연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무리 안에서 잘못을 저질러 배척당한다면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었다. 무리에서 쫓겨나는 것은 인간에게 곧 사형판결을 의미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무릎을 꿇고 자책한다면 무리에서 쫓겨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자책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장차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약자를 자처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예를 들어 평소에 소심하고 겁이 많아 놀림을 받던 아이가 어느 날 화가 나서 동네 아이들을 몇 대 때리고는 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그런데 아이는 마치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것처럼 집에 들어서자마자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면 부모는 아이를 꾸중하지 않고 오히려 감싸고 두둔한다. 이것은 약자인 척 자신을 보호하려는 전략으로, 역시 진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낮은 자존감에도 순기능이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을 통제감과 용기가 부족하다. 약자인 척하는 본능은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며 체험을 통해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이런 본능은 인생의 가치에 대해 뚜렷한 주관을 세우지 못하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나는 그다지 우수하지 않아. 천부적인 재능도 없고 돋보이지도 않아. 그저 평범한 사람이니까 조심하지 않으면 안 돼'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구체적인 능력이나 성품 관계가 없음에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스로 '자괴감'이라는 타고난 감정에 사로잡혀 실패와 잘못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통의 아이들은 우유를 쏟거나 유치원 벽에 구멍을 내는 등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른에게 꾸중을 들을까봐 겁을 내지만 스스로 형편없는 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잘못을 저질러도 금세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겨 그 일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거나 히스테리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심하게 불안해하고 심지어 나쁜 아이라고 자책한다. 그런 아이들은 사소한 실수에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큰 압박감을 느낀다. 그리하여 신경을 다른 데로 돌리지 못하고 어른에게 꾸중을 들을 생각에 하루 종일 불안해한다.
한 심리 상담사의 어릴 적 이야기다. 어느 날 유치원 낮잠 시간에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너무 심심해서 작은 막대기로 벽을 파기 시작했는데, 한참을 파다 보니 벽에 작은 구멍이 뚫리고 나중에는 주먹 절반이 들어갈 만큼 커져 버렸다. 선생님이 그것을 보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고, 어린 그는 아빠에게 꾸중을 들을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심하게 꾸짖을 것 같던 아빠는 그를 나무라는 대신 사람을 불러다가 구멍난 벽을 고쳐 주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도 그는 잘못이나 실패를 했을 때 과민하게 반응했다. 그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지만 심란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심리학자들은 치욕감이 인지나 추리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아이가 실수로 우유를 쏟으면 '나는 몸의 협응 능력이 떨어지고 남들보다 소근육 운동이 약해, 협응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아이들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아. 그러니까 나는 그들보다 뒤떨어지는 아이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위의 심리 상담사도 '다른 아이들은 다 자는데 나만 잠을 자지 못했어. 남들은 기물을 파손하지 않는데 나만 말을 듣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질렀어' 라고 생각하고 걱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잘못을 저지른 뒤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나쁜 아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양육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폴란드계 중국 언론인인 이스라엘 엡스타인Isrel Epstein
은 이렇게 말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부모를 사랑한다. 부모가 아이의 성과를 자랑스러워하고 실패 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용인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인생을 낙천적으로 살게 되고 외부의 스트레스를 잘 견뎌 낸다. 그들도 어떤 경험 때문에 실망하고 의기소침 하기만 하지만 실패의 그림자에서 빠르게 벗어난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부모 는 대부분 아이의 실패에 엄하고 성공에는 그저 잠시 기뻐할 뿐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 은 좌절과 거절에 과도하게 예민하며 그것을 수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들은 실패의 그림자에서 빠저나오지 못하고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자괴감은 일단 형성되고 나면 굴절 렌즈와 같은 기능을 한다.
자괴감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문제든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고 자신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기의 외모, 지능, 재능, 호감도 등이 남보다 떨어지지 않는데도 그 사실을 믿지 못한다. 특히 실패나 잘못을 했을 때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남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마찬가지고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밖에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과 일살생활에서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실패하지 않는 한 그들은 자신이 똑똑하고 남들에게 호감을 준다고 생각하며, 아무 일도 없이 괜스레 자책하거나 고민에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일에 실패하거나 좌절하면 마음가짐이 180도 달라져 자신감이 끝없이 추락한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극단적인 감정 기복이 나타나지 않으며, 감정 변화가 완만해져 잠시 우울해졌다가도 곧 회복한다.
자신감이 없는 자아는 실패에 과도하게 민감하다. 그 때문에 손익이나 체면이 걸린 일에서는 긴장하고 초조해하며, 일의 결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 그들은 명예나 이익과 관계된 일이 닥치면 긴장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명예와 이익에 대한 가치 판단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통제감과 자신감이 부족하고 일의 성패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 비해 감정 에너지와 집중력을 더 많이 소모한다. 그들은 생각도 걱정도 많고 득실에 일희일비하지만, 실제로 명예와 이익을 얻기 위한 행동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 깔려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을 자주성과 활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나는 '생존의 용기와 창의력'이라고 부른다. 이런 오래된 자기 긍정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크고, 이런 차이는 거의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며, 그것은 곧 인성의 기본적인 차이이기도 하다.
자기 긍정과 스스로 주인이라는 생각이 있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좌절감을 방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자신을 통제할 권리를 타인에게 넘겨주게 된다. 즉 명예, 돈, 권력, 심지어 자신도 분명히 말할 수 없는 힘에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진정한 주체성과 자주성을 상실하고, 환경이 변화거나 위험해지면 방어할 힘을 잃어버리면서 초조함과 불안감에 휩싸인다. 자아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자유와 책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 비바체 지은이 : 류상핑 옮긴이 : 허유영
첫댓글
주님께서 하십니다!!
주님께 영광!!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극단적인 감정 기복이 나타나지 않으며, 감정 변화가 완만해져 잠시 우울해졌다가도 곧 회복한다.
아멘 주님께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