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능이버섯을 제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그것도 여기저기 매우 많아 ‘완전 대박’이었습니다. 처음이라 너무 감격스러웠어요!”
주말마다 산에 다니며 야생버섯을 캐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야생버섯동호회’에는 최근 이 같은 글과 직접 찍은 버섯 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너도나도 능이버섯과 송이버섯을 봤다는 것이다.
동호회 회장인 권영록(61·서울 성북구)씨는 “버섯은 습도가 높아야 잘 자라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버섯이 대풍년을 맞았다”며 “최근 산에 갔다가 능이버섯을 못 캔 사람이 없고, 초보자들도 가방 한 가득 버섯을 꽉꽉 채워 올 정도로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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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아닌 곰팡이 무리에 속하는 버섯. 깊은 땅속의 물을 빨아들여 식물에게 공급하고 동식물을 분해해 영양분을 얻기 때문에 자연의 청소부라 불린다. 고대 사람들은 버섯을 신이 인간에게 준 ‘대지의 음식’으로 여겼다.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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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버섯 수량이 크게 늘면서 시장가격이 대중화됐다. 고급버섯으로 지난해 1㎏에 60만~120만원까지 호가했던 송이버섯은 올해 25만~30만원으로 내려갔다. 옛 선인들이 표고버섯이나 송이버섯보다 으뜸으로 치던 능이버섯도 지난해 1㎏에 18만원에서 올해 2만5000~3만원으로 저렴해졌다.
가을 제철을 맞은 버섯의 인기가 예년에 없던 풍년으로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회원이 1000명이 넘는 한국야생버섯동호회는 하루 200여 명이 접속해 버섯사랑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들은 산에서 찾은 버섯의 사진을 찍고, 채취한 버섯으로 차를 끓여 마시고 반찬도 해 먹는다. 버섯을 중심으로 한 모임은 이외에도 ‘야생약초와 버섯’ ‘야생버섯카페’ 등 많다. 15년째 버섯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권씨는 “버섯을 매일 먹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화초를 기르듯 집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사람도 많다.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 장현유 교수는 “요즘 가정에서 취미로 또는 자녀의 탐구학습을 위해 버섯을 직접 재배하고 먹는 경향이 있다”며 “녹각영지버섯이나 구름버섯·노랑느타리버섯 등은 키우기도 쉽고, 색과 모양도 예뻐 관상용으로 기르다 지루해지면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버섯 키우기가 취미활동이 된 것이다.
버섯 은 예부터 동서양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고대 로마에서는 버섯을 ‘신의 식품’이라 극찬하며 귀족들만 먹을 수 있게 했다. 특히 달걀버섯을 좋아했던 네로 황제는 이를 따 오는 백성에게 그 무게만큼의 황금을 상으로 내렸을 정도다. 중국 진시황제는 불로초로 불리는 영지버섯 등을 찾아 수천 명을 조선과 일본 등지로 보냈다. 인도의 석가모니도 열반에 들기 전에 버섯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버섯은 단백질이 풍부하며, 씹는 질감이 고기와 비슷해 ‘숲에서 나는 고기’로 통한다. 여기에 지방이 적고 식이섬유가 많아 저칼로리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국립산림과학원 바이오에너지연구과 가강현 연구사는 “버섯에는 식물성 단백질과 아미노산·효소·지방·섬유소·비타민·미네랄과 같이 인체에 중요한 각종 영양성분이 함유돼 있다”며 “면역체계 조절과 항암·항균,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약용효과도 뛰어나 2000년 이전부터 암·고혈압·당뇨·간질환에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버섯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명확히 증명된 바는 없다. 가강현 연구사는 “버섯에는 인체의 면역작용을 활성화하는 다당체(多糖體)가 많은데, 이는 간접적으로 항암작용을 도울 뿐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죽이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일과 채소처럼 항암효과를 가진 식품임에는 틀림없다. 가 연구사는 “일부 버섯의 다당체가 암세포 증식과정에서 신호전달을 방해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의 생장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암세포의 분화력을 억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당체는 당이 서로 엉겨서 고분자가 된 화합물을 말한다. 버섯 속에 든 베타글루칸·알파글루칸 등의 다당체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경희의료원 한약물연구소 최혁재 상임연구원은 “추운 지방이나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버섯이 스스로 저항력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면역조절 물질을 지니고 있다”며 “ 자생한 것에서 더 많은 약효성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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