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04.
벌써 2022-2023시즌 1라운드가 끝나가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재미있는 경기가 많이 나오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리그가 상향평준화 된 것 같다. 전력차이가 뚜렷하게 나지 않고, 경기마다 좋은 내용을 보이면서 재밌게 흘러가고 있다. 시즌에 앞서 열린 KBL 컵대회에서 선전했던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이어가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또, 시즌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 깜짝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도 있다. 마치 여름의 노력을 보상받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근휘(KCC) 선수와 이호현(삼성) 선수다.
이근휘 선수는 경기당 2.1개의 3점슛을 넣고 있다. 이근휘 선수는 프로입단 당시에도 슛이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그렇지만, 수비가 약하고 프로농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느낌을 주었는데 이번 1라운드에서의 선전을 보면 적응을 마친 듯한 모습이다. 아직 기복은 있지만, 짜릿한 손맛을 봤기에 자신감도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 조금 더 자신있는 플레이를 한다면 집중견제를 받는 허웅 선수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아직 배울 것은 많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잘 타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길 바란다.
이호현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재능이 있던 선수였지만 그동안은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삼성 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시래 선수가 벤치에서 쉬어야 할 때 본인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 은희석 감독 입장에서도 안심이 될 것이다.
지난 주말 S-더비 이후 은희석 감독은 이호현 선수 이야기를 하면서 2012년에 열린 프로아마최강전을 언급했다. 당시 중앙대는 은 감독의 소속팀이었던 KGC를 98-94로 꺾었고, 이호현 선수는 35득점, 전성현 선수는 33득점을 올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도 당시 은희석 감독과 같은 팀이었기에 분위기가 생생히 기억난다. 경기를 지고 숙소로 돌아가는 공기가 굉장히 무거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두 선수가 프로에 가면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은희석 감독도 같은 기억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알았기에 감독 부임 후 이호현 선수를 혹독하게 지도했다고 한다. 나 역시 삼성에서 같이 선수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의 이호현 선수의 활약은 굉장히 반갑다. 예쁜 농구도 좋지만, 은희석 감독은 조금은 거칠더라도 대담하게 경기를 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번 시즌은 본인이 발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앞으로의 커리어를 더 잘 끌고 갔으면 좋겠다.
현대모비스의 김영현 선수도 빼놓을 수 없다. 수비가 좋고 활동량이 굉장히 좋은 선수다. 특히 상대 에이스를 수비할 때 본인 역할을 다 해내고 있다. 게다가 올 시즌은 공격에서도 보탬이 되고 있는데, 3점슛이 좋은 덕분에 상대 선수들이 그를 버려두고 길게 도움을 들어가지 못한다. 김영현 선수 같은 유형은 감독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터프한 수비를 바탕으로 팀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준다. 평균 득점 5.4점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기에 조동현 감독으로부터 계속해서 신뢰와 믿음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현 선수 눈빛에서는 ‘수비로 상대를 지워 버리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 열정적이 수비가 현대모비스의 승리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지금 좋은 성적을 거두는 중심에는 함지훈, 아바리엔토스 등 여러 원동력이 있겠지만, 김영현 선수의 지분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올 시즌은 기량발전상 후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 같다.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팬들에게도 많은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
반면 강팀이라는 평가와 달리 헤매는 팀들도 보인다. 컵대회 우승팀이었던 KT의 부진이 눈에 띈다. 3일 한국가스공사를 이기긴 했지만 공동 최하위(8위)에 머물고 있다.
컵대회만 해도 허훈 선수의 군입대 공백을 잘 메우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시즌이 시작된 뒤 오히려 조화가 안 이뤄지는 모습이다. 컵대회에서 뜨거운 화력을 보인 아노시케 선수의 폭발력도 실종됐다. 평균 12.3득점(전체 20위)은 아쉬운 기록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고, 분위기를 바꿀 기회는 언제든 있다. 과거 KCC는 ‘슬로우 스타터’라 불리곤 했다. 시즌 초반 성적이 안 좋았어도 차근차근 올라가 결국에는 좋은 성적을 냈던 덕분이다. 애런 헤인즈가 데뷔했던 삼성도 초반의 어수선함을 극복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른 바 있다. KT도 분위기 반전을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부상자도 없고, 1라운드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KT 선수들도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 서로를 격려하고 에너지를 넣어야 한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더 똘똘 뭉쳐서 같이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마음이 급해지면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고, 부상은 필연적으로 따르게 된다.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선수들에게도 옮겨갈 수 있다.
지금 성적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괴롭고 당황스러울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팬들이 선수들이 올라설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해설을 하면서 농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포인트가드 입장에서는 경기 운영 부분이 눈에 띈다. 선수들이 좀 더 경기 흐름을 읽고 운영하면 좋겠다. 팀 파울이 몇 개인지, 어떤 선수를 살려야 하는지 빠른 캐치와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캐롯의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 선수에게, 조동현 감독은 아바리엔토스 선수에게 그런 부분을 주문하곤 했다. 그러나 이는 모든 감독들이 포인트가드들에게 바라는 부분일 것이다.
경기운영을 좀 더 디테일하게 하고자 한다면, 본인의 경기를 계속해서 돌려보고 거기서 머리로 상상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보면서 순간순간마다 본인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거기서 또 다른 가정을 해보고 상상하는 것이 농구를 읽고 경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농구는 순간순간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좋은 판단과 선택을 하려면 농구를 읽는 눈은 필수다. 경기를 많이 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보고 많이 공부하기를 바란다.
아마도 2라운드가 되면 승부는 더 치열해질 것이다. 1라운드를 통해 얻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 갖고 있는 카드는 다 파악했기에 누가 더 잘 응용하고,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시즌은 길다. 1라운드에서 선전했다고 그 흐름이 끝까지 가진 않는다. 1라운드에서 부각됐던 선수들은 더 잘 하기 위해서, 그리고 1라운드에서 아쉬웠던 선수들은 빨리 털고 더 보완해서 좋은 시즌을 치러가길 기대한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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