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어머니
이헌 조미경
알싸한 아카시아 향기가
소나무 숲을 지나
어머니의 일터로 향할 때
날카로운 가시 옷을 입은
하얀 찔레꽃에
벌과 나비가 춤을 출 때
어린 자식들을 위해
감자밭에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으시던 어머니
산에서는 뻐꾸기가 제짝을
찾느라 분주하고
뻐꾸기의 사랑놀음에 흥겨운 시간
오뉴월 뙤약볕에
검게 변해 버린 어머니의 얼굴은
가뭄에 말라버린 거북이 등가죽
장미 틈에 피어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한
찔레꽃은 여린 여인이고 싶은 어머니
꽃처럼 살고 싶었던 어머니의 가슴.
엄마를 닮은 호박꽃 / 이헌 조미경
소박함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여름이면 엄마의 채마밭에 피어나
엄마의 손끝에서 맛있는 요리가 되고 간식이 되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순박한 얼굴의 호박꽃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꿀벌을 손짓해서
자그마한 호박이 커다란 아이 머리만큼 자랄 때
흐뭇한 웃음을 띄우며 호박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호박이 제일 맛있을 때 아이들에게 가장 맛있는
부침을 만들어 주시던 엄마의 마음을 정성을
세월이 흘러 엄마가 되어 느껴 봅니다
엄마가 정성스레 기르시던 호박은 된장국으로
호박 나물로 누런 호박은 달콤한 호박죽이 되어
변덕이 심한 아이들의 입을 배를 가득 채워 주었습니다
시간은 세월은 흘러서 호박 부침도 호박 나물도 더 이상
옛 맛을 느낄 수 없지만 호박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주신
엄마의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노랗게 핀 호박꽃을 보며 옛 추억 속 엄마의 마음을
고단한 엄마의 삶을 고단한 엄마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