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행(四川行) 18
무정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옥검불과 계도불이 눈썹을 꿈틀대며 같잖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우측에는 상귀와 하귀가 오른쪽에는 고죽노인이 있었다.
“상귀, 하귀, 그리고 고죽노인...”
그의 말에 세 사람의 고개가 무정에게 돌아갔다. 무정은 입을 열었다.
“시간을 좀 벌어줘..... 시간이 필요하다.”
“!.......”
그들은 무정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무정은 빠르게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그 강을 건널때 썼던 방법처럼 묵기를 몸에 담으려는 것 같았다.
“훌.... 시간이라... 힘들 것 같긴 해도 어떻게 될 것 같군.... 이놈들이 말만 들으면...”
“카악, 큽 어이. 영감. 같잖은 소리는 때려치고 댁의 뼈다귀나 조심해”
“킬킬, 글게요 우리야 무기도 길잖수..”
대적을 앞에 두고도 여유작작한 그들이었다. 무정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이들의 합격술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흠,,, 근데 저놈들을 좀 약올려야 될 것 같은데....”
“에이...영감은 뭘 걱정해요.... 번죽하면 우리 성님이잖우...”
암암리에 내공을 끌어 올리면서 고죽노인이 말했다. 그러자 하귀가 맟받아 쳤다. 고죽노인은 고개를 크게 끄떡였다. 상대를 격장시키는 데는 상귀만한 인물은 없었다.
상귀는 두 사람의 눈빛을 받자. 자랑스러운 얼굴로 전면에 나섰다. 이미 무정은 이장 밖으로 나가 있었다.
“카아아아아아악....튓!!. 어이 거기 뻘건 씁새들!. 니들 마라불 알아 이 씁새들아?”
옥검불은 내공을 사용해 내상을 억누르고 있었다. 당장에 저 중놈을 쳐 죽이고 싶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세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 갑자기 왠 거지놈 하나가 앞에 나와 반말 짓거리에 욕지거리를 섞어가며 죽은 막내를 말하는 것이 들렸다. 마라불이라는 말에 옥검불과 계도불의 시선이 상귀에게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있는 내공을 모조리 올려 앞으로 뛰어 나갔다. 옥검불의 상세건 뭐건 이젠 신경쓰지도 않았다. 이어서 들려온 저 거지새끼의 말 때문이었다.
“그 쉐이 죽인 사람이 저 뒤에 있거덩, 근데 우리 대장이야... 쓰벌 ! 글고,....니미 니들도 죽인다고 저렇게 인상 쓰고 있다. 우짤래...”
확실하다 못해 무서운 발언이었다. 고죽노인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널 믿은 내가 잘못이다. 이 자식아!”
그는 단창을 가슴께로 올리며 달려 나갔다. 인상이란 인상은 모조리 쓰면서....
“쓰벌.... 하래서 했더니 지랄이야...니기미”
“글게요.... 노인네 변죽 진짜 심하네...”
상귀와 하귀도 인상을 버럭 쓰며 달려 나갔다. 그들의 눈앞에 선불 맞은 멧돼지 마냥 눈에 핏발이 선 계도불이 달려오고 있었다.
비는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은 이경을 훨씬 넘기고 있었다 . 또다시 시작 되는 경천동지할 싸움이었다. 여기는 을와산의 정상, 거칠게 내리는 빗속으로 섬광만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조경사태(朝倞)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 부랑아같은 자들과 까치상투를 튼 노인의 무위는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 였다. 아니.... 무위라기보다는 그들의 호흡이 너무도 잘 맞았다. 두개의 장창과 단창 하나가 이렇게 무궁하고도 현란한 무공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는 오십 평생에 처음 알았다. 그녀는 내상을 입은 가슴을 부여잡고 부축하는 제자들에게 입을 열었다.
“여(濾)아야..... 도대체 저 시주들은 누구시냐?”
“예 사부님, 무정시주의 수하들이라고 들었습니다.”
“무정?... 아, 조일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그 청년 말이냐..”
“예 사부님, 저기 뒤에서 검은 묵기를 뿜어내는 자가 무정시주입니다.”
“흐음....”
조경사태는 고개를 끄떡였다. 과연 용장에 약졸없다는 옛 말이 틀린 것이 없었다. 자신과 차기 청성사수, 그리고 약 삼십 여명의 청성, 아미의 제자가 덤볐는데도 그들의 수하 세 명을 죽이고 이 꼴인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삼존불의 무공은 인간의 무공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을 상대하는 저들은 도대체 어찌 된 것인지... 자신보다도 무공이 높은 것 같지 않은데 저리도 잘 상대하다니.... 아미성자(蛾眉成者)라는 자신의 별호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옥검불과 계도불을 귀에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 별 무공도 없는 놈들의 합격술이 너무나도 뛰어났다. 이런 합격술은 본적도 없었다. 만들려고 해도 안 될 것이었다. 벌써 이십여 초가 흘렀는데도 이렇다 할 타격을 못주고 있었다.
장창이 아래 위를 훓는다. 그 사이를 비집으면 단창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그 단창과 손을 섞을라 치면 어디선가 다시 장창이 날아온다. 아예 접근 조차 불가능이었다.
옥검불과 계도불은 앞뒤로 공격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없었다. 마치 이심전심인 듯 한사람이 뒤로 돌면 바로 남아있는 사람으로 공격이 한꺼번에 들어간다. 그러다간 양패구상이 될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들은 서장의 신이었다. 고작 이런 부랑아들에게 당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옥검불은 눈을 굳혔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계도불을 앞에 세우고 그의 뒤로 갔다. 검에 내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검이 울면서 붉은 띠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는 만족하며 검을 들었다. 이정도면 저 장창 두개정도는 문제없이 잘라낼 수 있을 것이었다.
“비켜라 계도!”
옥검불은 계도불에게 소리쳤다. 계도불은 순식간에 옥검불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의 눈에 옥검불의 검에 맺힌 붉은 띠 가 보였다. 검기였다. 그는 음흉하게 웃었다. 이정도면 끝이었다. 한 치 두께의 강철도 잘라내는 그의 검기였다. 내상을 입긴 했지만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닐 것이었다.
“차앗”
힘찬 소리와 함께 옥검불이 옥라검식(獄羅劍式)을 펼치려 했다. 끝임 없이 검신을 흔들며 수많은 환상이 시전 되는 이 검식은 그의 성명절기이자 구명줄이었다. 이제 저들도 당할 것이었다. 우선은 저 장창부터 잘라내야 했었다.
“!”
옥검불은 어이가 없었다. 세 놈이 뒤로 쭉 빠져 버린 것이었다. 검기가 무서운 것은 아는지 일장이나 뒤로 물러서 버린 것이었다.
고죽노인은 저 붉은 띠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단 뒤로 진세를 물렸다. 자신들의 목적은 시간끌기지 승부가 아니었다. 그는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 치고 빠지고 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문득 상귀의 고개가 뒤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바보 같은 놈.... 고개는 왜 돌려! 그러면 우리가 시간 끌고 있다는 것을 알 것 아니냐이 미련한 놈아!’
고죽노인의 전음이 상귀의 귀에 꽂혔다. 상귀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상대는 이미 눈치 챈 것 같았다.
“흐흐흐... 이제 보니 시간 끌기였구만... 거지새끼들 같으니... 뭔가 한수가 있단 말이군...”
“호,,, 그럼 나도 이젠 가만히 있을 수 없겠구만,.... 켈켈켈”
옥검불과 계도불은 입으로는 웃으면서도 눈에서는 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렇게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막내의 원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끝을 봐야 했다. 그들은 각기 내공을 끌어 올렸다.
“!”
고죽노인은 이를 꽉 물었다. 붉은 강기들이 라마의 몸 주위를 휘돌고 있었다. 그들의 검과 도에 붉은 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검기와 도기였다.
“카악...튓.. 이런 씁새들이 누굴 호구로 아나... 자세 안 풀어, 진짜 한번 해볼까!”
“글게요, 꼭 맞아야 정신 차리는 쉐이들이 여기도 있네요. 성님”
진짜 뭘 믿고 이리도 지껄이는지 의심스러운 고죽노인이었다. 그는 눈빛을 굳히며 온 내공을 천천히 끌어 올렸다. 느낌을 보니 상귀 하귀도 연신 말을 해대면서도 내공을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
무정은 초초했다. 그의 동료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만하면 그들은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비록 잠시지만 서장의 신이라 불리는 그들을 맞아 선전을 한 것이었다. 이젠 자신의 몫이었다. 거의 묵기가 그의 몸에 들어가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에 오히려 잘 되지 않았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는 그였다.
조경사태는 미간을 찡그렸다. 저 검기였다. 저것에 자신과 청성사수가 한수에 당했다. 나서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으흐흐 간다. 환옥혈수(幻獄血水)”
“야차파적(夜叉破敵)”
엄청난 속도로 두 라마가 덤벼들었다. 옥검불의 옥라진식과 계도불의 혈해도법이 펼쳐진 것이었다.
고죽노인은 고개를 끄떡였다. 상귀와 하귀가 우측으로 삼보 물러섰다. 이젠 진검승부 인 것이었다. 그는 옥검불의 신형을 보았다. 그의 검이 아로 새겨진 붉은 띠가 환영처럼 커다랗게 다가왔다. 그는 단창을 내렸다. 마치 늘어진 검처럼 그리고는 창의 중간부분을 잡았다. 가뜩이나 짧은 단창을 더욱 짧게 한, 그는 어느 순간 벼락 같이 손을 올렸다.
“단창격삼십육로!(短槍擊三十六路)”
창노한 음성과 함께 단창에서 흰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그의 내공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한때 차기 해남 제일검이라 불렸던 그의 삼십육검이 그의 심득을 보탠 단창격삼십육로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신형이 바람에 흩날리는 구름인양... 흐르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벌, 니기미......”
상귀는 나직히 뱉어냈다. 그들은 내공이 별로 없다 일류고수 수준정도나 될까? 앞에 있는 저 라마의 내공에 비한다면 거의 없는 거나 마찬 가지였다. 지금 까지 버틴 것 만 해도 기적이었다.
“하귀야, 그거 쓰자”
“.........알것소! 성님!.... 까짓 죽어봅시다.”
상귀의 말에 하귀가 고개를 끄떡였다. 어차피 이판사판이었다. 이름 모를 노인에게 배운 쌍장창술.... 그중엔 단 한 개의 내력 격발술이 있었다. 거창한 이름이지만 잠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내력을 창끝에 옮기는 기술이었다. 아무래도 이것을 사용하는 것만이 살길 같았다. 눈앞에 저 붉은 돼지는 대기를 회오리치며 오고 있었다. 걸리면 다 찢어발길 태세였다. 상귀는 침을 뱉으며 창대를 거꾸로 잡아 땅에 박았다.
“타앗....하귀출도(下鬼出跳)”
낭랑한 하귀의 외침과 함께 창대로 땅을 찍고, 그 탄력으로 상귀의 창끝을 밟고서 다시 탄력을 받아 공중으로 도약했다. 물경 일장 반이 넘는 높이로 올라서는 하귀였다.
공중에 올라간 하귀는 공중제비를 돌아 머리를 땅을 향하게 하고는 창대를 돌리면서 자신의 신형도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계도불의 머리 일장 반 높이위로 반추형의 창 그림자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
계도불은 눈을 크게 떴다. 순식간에 하늘에 창의 그물이 생긴 것이었다. 칠 척의 장창이 회전하니 적어도 일장 반 이상의 반경이 그물로 짜여져 있었다. 그는 이죽이죽 비웃으며 신형을 띄웠다. 머리부분이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도를 찔러 올렸다. 그 순간 그의 눈이 커졌다.
하귀의 머리에서 긴 창 하나가 불쑥 솟아 나오고 있었다. 이미 자신은 공중으로 도약하는 중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도를 휘둘렀다.
“카가각가가각”
회전하는 창과 도가 격돌하면서 금속끼리 거슬리는 소리 가났다. 놀랍게도 창은 부러지지 않았다. 창에 내력이 주입돼 있었던 것이었다.
상귀는 하귀가 몸을 돌리고 저 붉은 멧돼지가 고개를 쳐드는 순간 자신의 창대를 딛고 신형을 띄웠다. 그리곤 하귀가 도는 신형에 맟주어 그의 허리를 팔로 잡고는 내력이 주입된 장창을 찔러 넣은 것이었다. 검과 창이 부딪히면서 둘의 회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진짜는 이거다.!”
하귀가 몸을 둥글게 말고서 땅을 보고 회전했다. 그의 장창이 바람을 가르며 계도불의 얼굴로 날아왔다. 계도불은 얼굴을 씨벌겋게 물들였다. 완전히 당한 것이었다. 머리위에는 아직도 장창이 짓쳐 누르고 있었다. 몸은 공중에 있어 신형을 틀수 도 없었다. 그는 왼손을 눈앞으로 돌렸다.
“파앙....”
하귀의 장창이 원심력을 그대로 이용해 계도불의 왼손을 때렸다. 계도불은 간신히 막았다. 허나 그의 창날이 가슴에 상처를 내었다.
원래 이 방법은 한사람이 내력으로 두창을 집어 던져 이를 조정하면서 하는 방법이었다.
그것을 상귀와 하귀는 몸으로 안 되는 내력을 보충한 것이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당연히 많이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원래 창날이 계도불의 머리를 조준해야 되는데, 하귀의 조준이 조금 잘못되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많이 사용을 안 하는 방법이다 보니 조금의 실수는 있었다.
허나 그 실수는 컸다. 계도불은 이장여 밖으로 물러났다. 왼손의 감각이 없었다. 창촐간에 내력을 올리지 않았다면 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이 정도라면 괜찮았다. 그는 전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만만히 볼 놈들이 아니었다.
옥검불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자가 중원에 있다는 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아까 소림의 땡중과 비교하자면 백지 한 장 차이로 이자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력만을 비교 하자면....
그러나 성명절기를 갖고 말한다면 이자가 훨씬 위였다. 이자의 단창은 창이 아니었다. 검도, 판관필도, 혹은 부채처럼, 혹은 장창처럼 변화하고 있었다. 특히 비스듬히 쳐 올리고 내리고 베는 동작이 남해 삼십육검은 닮은 것 같았는데 전혀 다른 것 같기도 한 것 같았다. 그는 두 눈을 부릅떴다. 벌써 이십여 초가 넘었는데 자신은 오히려 밀리고 있었다. 워낙 끊임없는 공격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었다.
“하아아앗.... 지옥검파세(地獄劍坡世)”
벽력같은 소리와 함께 그의 검에서 붉은 띠가 줄기줄기 솟아 나왔다. 붉은 검기를 가늘게 잘라서 앞으로 내 던진 것이었다. 고죽노인의 신형이 뒤로 쭉 미끌어져 나아갔다.
“승창시무격(乘槍示無擊)!”
창노한 고죽노인의 음성과 함께 고죽노인의 단창이 그의 오른손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공기의 회오리가 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옥검불의 띠같은 검기가 말려 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그의 단창주위에 붉은 구가 형성되었다. 그는 몸을 축으로 하며 한바퀴 빙그르 돌더니 그대로 그 구체를 집어 던졌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대지가 흔들렸다. 대단한 이화접목술이었다. 비록 자신의 몸을 통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의도한대로 움직인다면 엄청난 것일 터였다. 옥검불을 고개를 끄떡였다. 상당한 실력임을 인정하는 그였다.
“쓰벌,, 죽것네... 노인네 뭐 숨겨놓은 것 없수?”
“이놈들이... 나도.... 밑천 다...... 나왔다. 이제는....... 없어!”
상귀의 말에 고죽노인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마지막 한수가 힘이 너무 들었다.
이미 그의 진기는 역류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별 힘도 못 내고 당할 참이었다.
상귀와 하귀도 비슷한 지경이었다. 둘의 창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비록 얼마 안 되지만 무리한 내공운용으로 무리가 온 것이었다.
옥검불과 계도불은 눈을 마주쳤다. 이제는 승부를 내야 했다. 그들의 내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마라혈해공의 최후 경지가 나오고 있었다. 세상을 피로 물들이듯 붉은 기운은 어느덧 육장여의 공간을 불게 물들이고 있었다.
고죽노인은 최후의 힘을 짜내려고 했다. 저들의 기세는 최악이었다. 그의 눈에 그들의 도와 검에 붉은 색 막대기가 삼척에 이르는 것이 보였다. 완전한 검강이었다. 그는 절망했다. 최후의 힘도 나오지를 않았다. 이윽고 둘의 신형이 이쪽으로 쏘아져 오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는 단창을 들었다. 자신의 단창도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꽈~~앙”
폭음과 함께 공기가 진동했다. 상귀 하귀, 고죽노인은 엉겁결에 귀를 막고 고개를 숙였다.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시커먼 커다란 사내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 쓰벌 대장, 왜 이리 늦어 젠장....”
상귀가 귀에서 손을 떼며 뒤로 물러섰다. 그를 따라 일행은 뒤로 슬금슬금 물러섰다. 돌아서는 그들의 귀로 무정의 음성이 들렸다.
“수고했다.... 그리고.....고맙다.!”
고죽노인과 상귀와 하귀는 걸음을 멈추고 신형을 돌려 무정을 돌아보았다. 고맙다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고죽노인도 마찬 가지 일 것이었다. 그들은 상하 관계였지 수평관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의 신형이 다시 돌려졌다. 저기 조식을 취하며 이곳을 관전하는 명각과 명경이 눈에 경탄이 가득한 빛을 담고서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씨익 웃었다. 허나 몸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한걸음 점점 힘겹게 걸어갔다. 명경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졌다. 최선을 다한 그들의 얼굴에 여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