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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7년 1월 7일 (토)
o 날씨: 맑음
o 산행경로: 추풍령 - 금산 - 들기산 - 사기점고개 - 작점고개 - 무좌골산 - 용문산 - 국수봉 - 민영봉 - 큰재
o 산행거리: 18.9km
o 소요시간: 7시간 (휴식 40분)
o 지역: 충북 영동, 경북 김천
o 일행: 좋은사람들 백두 21기
▼ 등산지도
새해 첫번째 대간산행이다. 회사사정 때문에 우여곡절끝에 이번 산행에 합류했다. 울산에서 저녁 용무를 보고 SRT를 이용하여 수서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25분, 양재역에서 12시 10분에 출발하는 산행버스 탑승까지는 약 40분이 남아있다. 와이프가 등산복과 등산베낭을 수서역으로 가지고 나온 덕분에 양재역으로 향하는 승용차 안에서 등산복을 갈아 입었다. 이것이 오늘 산행 도중 웃자고 하는 작은 화제가 되었다.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은 양재역에서 일행들을 만나는 순간 사라지고 없다.
버스가 산행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은 3시 15분을 지나고 있다. 날씨가 춥지않아 다행이다. 헤드렌턴 불빛에 드러난 추풍령 표석은 지난번 밝은 대낮에 봤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등산로 입구에서 단체 인증샷을 남기고 출발~
▼ 들머리 (추풍령 표석 맞은편)
▼ 추풍령 표석
등산로 입구에서 잠깐 시멘트포장도로를 지난후 숲속으로 진입한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오르막도 고개를 들지만 초반이라 큰 어려움은 없다.
오르막이라 금새 등에 땀이 베어든다. 얼마를 올라가니 등산로 옆에 금산 이정표와 안내판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금산까지는 0.2km의 짧은 거리지만 등산로는 폐쇄된 상태라 이정표를 본 것으로 정상 등정을 대신할 수 밖에 없다.
▼ 금산 입구 (들머리에서 0.7km)
[금산]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철도 건설에 사용하기 위하여 자갈을 채취하면서 1968년부터 산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금산은 백두대간 마루금이며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금산 안내판을 지나면 짧은 내리막의 암릉구간을 지나 비교적 평이한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은 502봉을 앞두고 다시 오르막길이다. 어둠 속이라 사실 속도의 빠르기와 업다운의 흐름에 대한 感을 잡기가 쉽지 않다. 언덕을 올라서니 트랭글의 벨이 울리지만 주변에는 아무런 표식이 보이지 않는다. 들기산(502봉) 인 모양이다.
▼ 들기산 (502봉)
들기산(502봉)을 지나면 당분간은 큰 등락이 없다. 금산 안내판 부근에서 잠깐 머뭇거린 사이 선두는 이미 눈앞에서 저만치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지나온 거리가 길어지면서 머리와 등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지난 저녁에 마신 술기운이 몸에서 빠져나가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깊지 않은 하강과 상승이 나타나는데 아마도 곤천고개와 436봉인 모양이다. 436봉을 지나 가파르게 내려앉은 등산로는 임도를 만나고, 임도의 중간쯤 제법 널찍한 공터 한켠에 사기점고개라는 종이표지판이 붙어있다. 사기점고개에서 우측은 묘함산 방향이고, 대간길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선두에 있는 일행중 몇명은 분명 묘함산을 다녀 올 것이다.
▼ 사기점고개 (금산에서 4km)
[사기점(沙器店)고개] 옛날에 이고개 근처에 '사기그릇 상점'이 있었다고 해서 사기점고개라고 한다. 추풍령면 작점리, 김천시 어모면 능치 등에 사기그릇 공방이 많이 있다...
사기막점고개를 약간 지나면 등산로는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오르막길이다. 후미로 뒤쳐진 세사람이 모종의 합의(?)하에 페이스를 늦추니 제법 여유도 느껴진다. 앞서간 선두의 움직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등산로는 언덕위에서 다시 급하게 하강한 후 시멘트포장도로를 만나고 제법 길게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간다. 주변에 축사가 있는 모양이다. 코속을 파고드는 냄새때문에 새벽공기에 대한 환상이 깨져 버렸다.
제시간에 맞춰 들려오는 닭의 울음소리가 새벽을 깨우고 있지만, 어둠속이라 간혹 방향이 헷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시그널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곳도 있어 여차하면 알바의 가능성이 있는데, 다행히 일행중 한분이 트랙을 다운받아 오셔서 적지않은 도움이 되었다. 포장도로를 벗어나 다시 숲길을 따라 내려가니 이번에는 제법 넓은 포장도로를 만난다. 이곳이 김천과 추풍령을 연결하는 작점고개다. 작점고개에는 새로 세운 커다란 표지석과 함께 그 아래에는 아담한 표지석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옆에는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 작점고개 (사기점고개에서 2.8km)
[작점(雀店)고개] 경북 김천시 어모면 능치리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 작점리를 잇는 고개로 작점리 마을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는데 200년전 전국에서 제일가는 유기생 공장이 작점리 전지역과 김천시 봉산면 태화동까지 분포되어 있었고 유기점포도 많았다고 한다. 또 이곳에 새들이 많이 살고 있어 새작(雀) 자와 유기점포가 많아 가계 점(店) 자를 써서 '작점고개'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제부터 용문산과 국수봉을 향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작점고개의 해발고도가 340m, 용만산은 710m, 국수봉은 795m이기 때문에 약 350~450m의 고도차를 치고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비교적 무난한 오르막이다.
언덕을 오르며 고개를 드니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발 아래에는 땅에 내린 서리가 헤드렌턴의 불빛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부셔진다. 이마에는 땀이 몽골몽골... 오르막이 한 매듭을 맺는 지점이 무좌골산이다. 등산로 중간의 나무에 종이표지판이 붙어 있고, 수많은 시그널이 특별한(?) 지역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 무좌골산
무좌골산을 지나 약간의 내리막길 이후는 용문산까지 약 3.5km에 걸쳐 일정한 오르막길이 길게 이어진다. 급할 것 없는 후미라 걸음걸이에 여유가 있다. 그래도 오르막길에는 어쩔수 없이 호흡이 거칠어진다. 정OO형님의 컨디션이 안좋아 보여 염려가 된다.
용문산을 앞두고 쌍봉처럼 두개의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용문산은 그중 뒤에 있는 봉우리다. 아침 6시를 넘기면서 시작된 여명이 조금씩 어둠을 갉아먹더니 7시를 넘기면서 일출의 기운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숲속 나무가지에 가려 일출의 조망이 여의치 않아 조망포인트를 찾아 코앞의 용문산 정상을 향해 뛰다시피 올라간다. 용문산 정상에는 넓은 헬기장이 자리잡고 있고 그 귀퉁이 한곳에 용문산 정상석이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드디어 일출의 장관이 시작된다. 올해들어 첫번째 맞이하는 일출이다. 신년일출인 셈이다. 저 붉은 기운이 세상만사에 형통한 기운을 가져다 주기를 빌어본다.
▼ 용문산 헬기장
▼ 용문산(710m, 작점고개에서 4.1km)
[용문산] 용문은 원래 황하강 중류에 있는데 물살이 세기 때문에 고기들이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 센 물살을 헤치고 올라간 인어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등용문이라는 말이 생기고 출세를 뜻하는 말인데 이곳 용문산의 유래는 찾기 어렵다. 양평에도 용문산이 있는데 김천의 용문산은 백두대간과 산아래 용문산기도원 때문에 유명하다...
일출을 감상한 후 용문산 바로 아래에 있는 바위에 앉아 아침식사겸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뒤로 느닷없이 사람들의 인기척이 보인다. 금산 인근에서 만났던 다른 산악회 멤버들인가 했는데 뜻밖에도 선두로 나섰던 우리 일행들이다. 사기점고개에서 대간길을 벗어나 묘함산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왕복 2~3km, 약 3~40분의 시간이 족히 소요되었을 텐데, 벌써 우리를 따라잡았다는 것은 후미의 우리가 30분 이상 뒤쳐져 있다는 계산이다. 무서운 사람들...
덕분에 막걸리로 반주를 곁들인 아침식사가 풍성하다. 언제나 막걸리를 준비하는 산우님들의 정성이 고맙고 체력이 부럽다. 아침을 함께하며 어제 저녁에 와이프가 수서역으로 등산복과 등산베낭을 가져다 준 이야기가 잠깐의 화제가 되었다. 그정도는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고 나이가 들수록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모두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무의식중에 노후가 약간 걱정된다 ㅋ. 아침식사후 오늘 산행의 최후의 보루인 국수봉을 향한다. 오랜만에 선두와 보조를 맞춘 걸음이다. 국수봉까지는 약간의 등락이 반복되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다.
국수봉에는 '웅이산'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우리를 맞는다. 2012년에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국수봉의 이름을 웅이산으로 확정하였다고 한다. 국수봉(웅이산) 정상은 오늘 산행중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니 선두일행이 다녀온 묘함산 아래로는 구름이 흐리고 있고, 오른쪽 멀리에는 지난번 산행때 지나온 황악산이 어렴풋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국수봉[웅이산] (795m, 용문산에서 2.3km)
[국수봉(菊水捧)의 유래] 국수봉에 서면 상주의 너른 평야와 백학산, 서산, 기양산,갑장산, 묘함산, 황악산, 민주지산 등 주변의 산들이 전개되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백두대간 상주, 문경, 김천구간과 소백산까지도 조망된다. 국수봉은 웅산, 용문산,웅이산 또는 공산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다. 정상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고 아울러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이므로 국수라 한 듯하고 웅신당(일명 용문당)이라는 곳이 있어 천제와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중국의 웅이산과 같이 시초가 난다고 하여 웅이산이라고 하며, 상주의 젖줄인 남천(이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안내판)
[웅이산 표석을 세우며]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그 고장에 우뚝 솟은 산을 신성하게 여기며 살았다. 우리고장 역시 이 산을 으뜸으로 여겨 곰살뫼또는 용문산, 국수봉이라고 부르며 사랑했다. 이 산은 백두에서 지리까지 뻗어가는 한반도의 중심에 선 산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산의 정기로 태어났고 이 산기슭에 묻혔다. 2012년 5월 18일국가지명위원회에서는 '熊耳山'으로 확정하였다. 이에 표석을 세워 길이 남기고자 하는 바이다. (상주시장)
▼ 용문산에서 바라본 묘함산(중간)
▼ 황악산(중간 맨뒤?) 방향
가야 할 방향을 바라보니 산 아래로 큰재가 멀지 않고, 큰재 너머로는 다음번 대간구간인 백학산 일대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국수봉(웅이산)을 지나면 이제 약 3km의 하산길만 남았다.
▼ 큰재 방향
소한은 지났고 대한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데 날씨가 봄날처럼 포근하다. 큰재로 하산하는 도중에 민영봉(684봉)을 지난다.
▼ 민영봉 (684봉)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에 있는데 이곳은 늦가을의 정취가 느껴진다. 뽀드득 거리는 눈 밟는 소리가 들려야 할 등산로에는 대신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가 가득하다. 하산길 도중에 남아있던 부식을 털어 먹으면서 이런저런 여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하산을 완료하였다. 7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7시간도 4시간은 깜깜이 산행이었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채 3시간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무박산행의 아쉬움이 다시한번 느껴지는 대목이다.
▼ 큰재 (국수봉에서 3km)
큰재에는 '백두대간 생태 교육장'과 관련시설이 들어서 있는데, 교육동 뒷편 화장실에 온수가 나온다는 희소식에 일행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따뜻한 물로 대충이나마 몸을 닦을 수 있다는 것은 겨울산행에서는 큰 호사라고 할 수 있다. 전시실 안에는 백두대간과 관련한 안내판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괜히 도둑관람을 하는 것 같아 서둘러 나오고 말았다.
▼ 백두대간 생태 교육장
점심은 큰재 공터에서 함께 조리하여 해결하였다. 동태찌개를 필두로 불고기, 홍어무침, 과메기 등 산행 뒷풀이 음식으로는 너무나 풍성하다. 게다가 막걸리, 소주, 맥주를 곁들이고 일행들과 함께하니 그 맛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이다. 카OOO형님이 알려준 '당취평"의 구호가 꼭 해당되는 말이다. 매번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는 여러 일행들의 마음에 항상 감사드린다.
▼ 뒷풀이
▼ 큰재에 있는 통합기준점 표시
우여곡절 끝에 오늘 대간 산행도 무사히 마쳤다. 피곤한 몸 상태였지만 오늘은 날씨도, 코스도 내편이 되어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