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명맥만 이어오던 막걸리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한 막걸리의 인기가 올 들어 빠르게 퍼지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막걸리의 종류도 급증했다. 동네슈퍼는 물론 대형마트 나아가 백화점에까지 입점, 소비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막걸리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일식집에서도 막걸리가 인기다. 골프장에서도 막걸리가 팔린다. 항공기의 기내서비스에도 막걸리가 제공되고 있다.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막걸리 신드롬'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막걸리의 인기비결에 대한 해석은 각양각색이다. 경기불황이 그 첫 번째다. 값이 저렴한데다 특별한 안주가 없어도 남녀노소 즐겨 마실 수 있는 술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향수도 한몫 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다 낮은 알코올 도수(6도)로 젊은층과 여성층에서 즐기고, 식이섬유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웰빙주라는 인식도 막걸리의 인기를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은 또 우리 농민들이 큰 고민거리였던 쌀 소비촉진에도 한몫 하고 있다며 으스댔다. 그러나 이건 대부분 착각일 뿐. 우리 고유의 술인 막걸리 제조에 수입쌀을 쓸까 생각하겠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 대부분은 수입쌀로 빚은 것이었다.
그 이유는 제조비용에 있다. 생산원가를 한 푼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 업체에서 밀가루를 쓰거나 중국산이나 미국산, 태국산 등 수입쌀을 가져다 쓴 때문이다. 물론 100% 친환경 유기농 쌀로 막걸리를 만들어 내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에서 외국산 밀가루나 쌀을 가져다 쓰고 있어 농촌경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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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햅쌀로 만든 막걸리 '나누우리'.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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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러한 때 반가운 소식이 하나 들린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햅쌀을 이용해 만든 막걸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기존의 막걸리보다 값은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전통의 맛과 신선함은 수입쌀을 써서 만든 막걸리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라남도는 순천과 장흥, 강진 등 전남도내 양조장 6곳에서 올해산 친환경 쌀 55톤으로 햅쌀 막걸리 750㎖짜리 50만병(10억원)을 생산, 소비자에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햅쌀 막걸리 생산에 참여한 업체와 제품은 순천 주조공사의 '나누우리', 장흥 안양주조장의 '햇찹쌀이하늘수', 강진 병영주조장의 '설성생막걸리'와 '설성동동주', 영암 삼호주조장의 '도갓집막걸리', 함평 농업회사법인 자희자양의 '자희향 탁주', 진도 주조장의 '막걸리(미정)' 등이다.
이 햅쌀 막걸리는 기존에 사용하던 밀가루나 수입쌀, 묵은쌀과 원료가격의 차이가 커 출고가격은 2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술맛은 수입쌀이나 묵은쌀을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신선하고 산뜻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쌀의 산화된 지방질로 인해 생성되는 숙취성분인 퓨젤유와 메탄올도 기존의 막걸리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전남도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막걸리 병에 별도의 상표를 부착하고,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햅쌀에 대해서도 생산자와 생산지역을 구체적으로 표기토록 했다. 전남도는 이 막걸리를 내년 2월까지 시범적으로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 등을 본 다음,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연중 햅쌀 막걸리를 생산, 판매할 방침으로 있다.
박균조 전남도 농산물유통과장은 "이번 햅쌀 막걸리 생산은 계속되는 풍작으로 남아도는 쌀의 소비를 촉진하고 우리 조상들이 즐겨 마시던 전통 막걸리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전남도가 도내 막걸리 생산업체들을 설득해 이뤄졌다"면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연중 생산, 판매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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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색 고구마로 만든 막걸리와 도토리묵. |
ⓒ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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