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87/ 모세가 바위를 두 번 친 사건이 무슨 뜻이 있기에 하나님은 그 사건 때문에 모세의 가나안 입국을 금지하셨는가?
모세와 아론이 회중을 그 반석 앞에 모으고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반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려 하고 모세가 그의 손을 들어 그의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치니 물이 많이 솟아 나오므로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마시니라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너희는 이 회중을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민 20:10~12)
지상에서 가장 온유한 사람 모세가 오죽했으면 그리하였겠는가? 백성들의 반역이 너무한 것이지 모세의 반응이 지나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이 마땅하고도 남는다. 출애굽 지도자가 되겠다고 자원한 것도 아닌데 안하겠다고 못하겠다고 주저하고 사양하는 그를 끝까지 설득하여 지도자로 삼으신 하나님께서 죽도록 고생한 그에게 이런 선고를 내리시다니. 반석을 두 번 친 일이 무슨 의미가 있기에 그리하셨을까?
출애굽 40년의 광야생활이 마치가고 있었다. 그동안 광야에서 진을 치는 곳마다 내내 물이 공급되었다. 백성들이 지금까지 생존했다는 사실 자체가 물이 공급되었다는 증거이다. 그렇게 이제 신(Zin) 광야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서 물이 공급되지 않았다. 어찌해야 하겠는가? 당연히 모세에게 '물'을 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 갈증은 허기보다 더 강한 본능적 욕구이기에 더 고통스럽다. 모세는 지도자로서 백성들의 고통을 먼저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물을 달라'는 것 이상의 요구를 한다. 그들은 또다시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나오게 하여 이 나쁜 곳으로인도하여 내었느냐”(5절)고 근본적인 원망을 한다. 출애굽 초기에 마라(출 15:23~25)와 르비딤 광야에서(출 17:1~7) 물을 먹이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동안 내내 물을 먹었음에도 왜 또다시 종살이하던 애굽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가? 모세와 아론으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런 모세와 아론에게 하나님은 “회중을 모으고 그들의 목전에서 너희는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 하라”(8절)고 명하신다.
이 말씀을 듣고 모세는 백성들을 반석 앞에 모았다. 그런데 모여든 그들을 보고 모세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참지 못한 그가 거친 목소리로 "반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10절)고 외친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 그의 지팡이로 반석을 내리친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이나 물이 쏟아져 나오자 회중과 짐승들이 마신다. 그렇게 이 일은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주신다.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회중을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12절). 이때 모세는 120세였다. 애굽에서 40년, 미디안 광야에서 40년 그리고 출애굽 광야에서 40년. 그 120년의 지난 세월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 만한 가혹한 말씀이다. 왜 그러셨을까? 이 사건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 사건은 출애굽 초기에 있었던 신(Sin) 광야 르비딤에서의 물 사건과 연결하여 이해하여야 한다. 그때에 백성들은 물이 없자 하나님을 시험하고 부정하며 모세를 원망하였다. 이에 하나님은 모세에게 "내가 호렙산에 있는 그 반석 위 거기서 네 앞에 서리니 너는 반석을 치라 그것에서 물이 나오리니 백성이 마시리라"(출 17:6)고 하셨다. 이 사건에 관한 출애굽기의 본문은 이렇게 끝난다. 그런데 시편 기자는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광야에서 반석을 쪼개시고 매우 깊은 곳에서 나오는 물처럼 흡족하게 마시게 하셨"(시78:15)다고 하였다. 모세가 반석을 친 결과인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은 분명히 '반석을 치라고 하셨고, 모세는 반석을 쳤다. 이 사건의 의미는 무엇인가?
바울은 이때 침을 당한 반석을 신령한 반석, 백성들이 마신 물을 신령한 음료'라고 칭하면서 "그 반석은 곧 그리스도시라”(고전 10:4)고 하였다. 바울뿐 아니라 신약의 여러 구절에서 그리스도는 '반석'(마 7:24), '부딪히는 돌과 거치는 반석'(롬 9:23), '보배로운 산돌'(벧전 2:4)로 묘사된다. 모세가 친 반석이 그리스도를 가리킨다면 이 사건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표상한다. 엘렌 G. 화잇도 그렇게 설명한다.
“힘을 당한 반석은 그리스도의 표상이었고 이 상징을 통하여 가장 귀중한 영적 진리들이 가르쳐졌다. 생명을 주는 물이 침을 당한 반석으로부터 흘러나왔듯이 하나님에게 맞으며, '우리의 허물을 인하여 찔림을 받고, '우리의 죄악을 인하여 상함을 받은, 그리스도로부터 잃어버린 인류를 위한 구원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부조, 411).
이 사건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신(Zin) 광야에 이를 때까지 다시 물 부족의 고통을 겪지 않는다. 광야를 지내는 40년 동안 계속해서 물을 공급받은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였을까? 바울은 "그들을 따르는 신령한 반석으로부터 마고전 10:4)셨다고 하였다. 호렙산의 반석이 굴러간 것이 아니라 신령한 반석이신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따라가며 물을 공급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여행하는 동안 광야에서 물이 필요할 때마다 진영 가까운 곳에서 물이 공급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기적적인 물 공급을 받으며 이스라엘 자손은 40여 년의 광야생활 끝에 이제 가데스의 신(Zin) 광야에 도착하였다. 사실, 여기에서 물의 공급이 끝난 이유가 있다. 가데스에서 가나안으로 가려면 에서의 자손이 사는 에돔 땅을 통과해야 하였다. 그런데 에돔은 물이 풍족한 땅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가데스에 도착하기 전에 모세에게 “너희 동족 에서의 자손의 지경으로 지날진대...그들에게서 물을 사서 마시라”(신 2: 4~6)고 하셨다. 그래서 이제 물이 솟는 일이 끊겼다.
히브리 대군이 가데스에 도착하기 직전에 그처럼 여러 해 동안 그들의 진영 곁에서 솟아나왔던 산 시냇물이 끊어지고 말았다. 기적적으로 물이 솟는 일이 중지된 것은 광야의 유랑생활이 끝났다는 징조로써 기뻐해야만 하였다(부조, 414).
그러나 그들은 40년 전 조상들처럼 다시 모세와 아론을 공박하며 원망하였다. 이에 하나님은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 (민 20:8)고 하셨다. 왜 그러셨을까? 신(Sin) 광야에서 이미 반석을 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세는 분노를 터뜨리며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10절)고 하였다. 그것은 하나님을 생각한 거룩한 의분이 아니라 인간적인 걱정이었다. 그 말은 "날 보고 뭘 어쩌라는 거냐"고 외친 것과 같다. 그러면서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다. 한 번 쳐야 하는 데 두번 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명하기만 해야 하는 데 두 번씩이나 친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불경이었다. 반석을 쳐 물이 나온 것은 출애굽의 역사 속에 펼쳐진 십자가의 표상이었다. 십자가 희생은 두 번 이루어질 수 없다. 구속은 예수의 십자가 피로 '단번에'(히 9:12)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두 번째에는 오직 '명하라'고만 하셨다. 모세의 행위는 이 구속 사건의 중대한 표상을 범한 것이었다.
그리스도를 상징한 반석은 그분께서 한 번 희생이 되셔야 한것처럼 한 번 침을 당하였다. 두 번째는 마치 우리가 예수의 이름으로 축복을 간구하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반석에게 명하기만 하면 되었다(부조, 418).
이 사건은 마치 예수의 십자가를 말렸던 베드로를 향한 예수의 책망과 비슷하다.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십자가 고난을 통한 구속의 계획을 밝힌다. 그러자 베드로가 "주여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마 16:22)라며 말린다. 이 베드로를 향해 예수께서는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마 16:23) 라고 외친다. 베드로는 십자가를 말려서 가혹한 책망을 들었다면 모세는 십자가를 두 번 지게 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가혹한 심판을 받았다.
모세의 행위는 하나님의 경륜을 허문 것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너희는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민 20:12; 27:14 참조)고 선언하셨다. 성경은 여러 곳에서 이 사실을 반복하여 언급한다(민 20:12, 24, 27:14; 신 32:51; 시 106:32 등).이것은 모세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선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 선고를 들은 이후 그것을 재고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청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 너는 비스가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눈을 들어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네 눈으로 그 땅을보라 네가 이 요단을 건너지 못할 것임이니라”(신 3:26~27)고 하셨다.물론, 하나님은 당신의 충성스러운 종 모세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급을 주신다(신 34:6, 유 9; 마 17:13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