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지도자가 빚은 참극 - '메두사호의 뗏목' [펌]
민중의소리/ 선동기(미술에세이스트) 2023. 9.8 09:19
루브르 박물관에 와서 .. 다시 보고 싶었던 작품은 테오도르 제리코 (Théodore Géricault)의 ‘메두사호의 뗏목’입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극적인 장면으로 묘사한 제리코의 작품 안에는 무능한 지도자가 어떤 파국을 가져오는지, 그리고 인간이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과 그래도 살아남으려는 본능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있어서, 작품을 볼 때마다 숨을 죽이게 됩니다.
하늘 한쪽으로 검은 구름이 물러가면서 다시 바다는 밝아졌지만, 높은 파도는 여전히 형편없는 뗏목을 향해 거친 몸짓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애타게 천을 흔드는 검은 피부 사내의 눈에 수평선 근처를 지나는 배가 보였습니다. 기진맥진한 사람들은 삶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배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지만, 손바닥만한 뗏목 위의 광경은 처참하기만 합니다. 이날은 1816년 7월 17일, 장소는 아프리카 세네갈 근해입니다.
1816년 6월, 프랑스 로슈포르항에서 4척의 배가 출항합니다. 선단을 이끄는 메두사는 군함을 개조한 배였습니다. 선장은 위그 쇼마레. 그는 자작 계급을 가진 귀족이었지만 20년간 배를 몰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낙하산’으로 선장 임명을 받았지요. 목적지는 아프리카 세네갈의 생 루이항. 메두사호에는 모두 400명(선원 160명 포함)이 타고 있었습니다(그중에는 세네갈의 새 제독 줄리아 슈몰츠와 그의 아내, 딸도 있었습니다).
메두사호는 어떤 영문인지 다른 세 척과 일정 거리를 두고 항해하지 않고 혼자 치고 나가는 바람에, 예정 항로에서 160km나 벗어나고 말았고(무능한 선장 탓이었음), 결국 7월 2일 좌초됩니다. ...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7월 5일 승객과 승무원들은 메두사호에 있던 6척의 구명보트에 나눠 타고, 해안을 향해 출발하기로 합니다. 17명 선원은 메두사호에 남기로 했지만, 구명보트에 탈 수 있는 숫자는 250명 정도(400명 중에) 였습니다. 구명보트에 탄 사람들은 관리, 군인, 성직자 등이었습니다. 급하게 뗏목을 만들어 146명의 남자와 1명의 여인을 태웠지만, 뗏목은 바닷물에 잠기는 엉성한 것이었습니다.
구명보트와 뗏목을 줄로 연결해 끌고 갔지만, 얼마 가지 않아 줄이 끊어지고 맙니다. 구명보트는 사라졌고, 남은 뗏목은 바다에 표류합니다. 그리고 뗏목 위에선 지옥문이 열립니다. 먹을 것이라곤 비스킷 한 바구니, 물 2통, 와인 6통뿐이었거든요.
13일이 지난 1816년 7월 17일, 아르거스호에 의해 발견된 뗏목에는 15명이 살아 있었습니다. 처음에 147명이 탔던 뗏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극한 상황까지 몰렸습니다. 기아와 탈수로 인해 뗏목 위의 사람들은 바다로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나약한 사람을 바다에 던지기도 했습니다. 굶어 죽은 사람도 있고, 이를 피하려고 같이 탔던 사람을 죽여 인육을 먹기도 했습니다. 한편 메두사호에 남은 17명의 선원은 3명만 살아남았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메두사호에 대한 구조활동을 펼치지 않았고, 살아온 사람들의 증언으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분노가 끓어 올랐습니다. 제리코는 이 내용을 작품으로 형상화 후에 프랑스 낭만주의의 상징적 화가라는 명예를 얻게 됩니다. ....(하략)
출처; https://vop.co.kr/A000016393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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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뗏목 위에서 생사의 기로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절규가 마치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무능한 지도자 밑에서 민중이 겪는 극한의 비극을 '생생하게' 묘사한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