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나르는 화살 같이 짧다지만 80년 넘는 세월이 뭐가 짧아요.
길고도 아득한 세월이었지.
온길 다시 돌아가려면 1/1천이나 1/1만이라도 기억해 낼 수가 있을까.
큰 기억만 따져도 황해도 외갓집 드나들던 두세 해,
38선, 덕수국민학교 1학년인가 공부 끝나면 돈 낸 아이들만 받아가던 면포빵이라는 간식 이름도 생각나고요.
면포빵이라는 말이 분명 기억나는데 그것은 무슨 뜻이었을까.
한문 명칭이었을 텐데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낙산 기억도 예순 해가 넘는 오래된 것이지만 우리는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그 오랜 기간을 전란으로 생명선 넘어 오락가락 화염과 공습 속에서 살기도 하였습니다.
B-29라는 미군 폭격기 이름도 너무나 오래된 기억 속에 가라앉았고 <호주기>라는 비행기 이름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이 Australia라는 나라의 명칭을 붙인 것이라면 어른들이 무언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
대강만 돌이켜 보려 해도 며칠이나 몇 해까지 걸릴는지.
대구시 동인동 4가 2구 38 × 번지.
여름날 갑작스러운 소나기 비가 오면 굵은 빗방울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던 요란한 기억과 장마철 하염없이 떨어지던 처마 끝 낙숫물 소리는 지금도 귀에 울리는 듯합니다.
어째서 그것이 가장 그립고 속을 두드리는 귀중한 음향이 되었는지 그 까닭은 스스로도 알아낼 수가 없구먼요.
서당벗님들 이야기까지 청해 들으려면 몇 날 몇 해나 걸릴는지.
에휴~, 그립소.
모든 지나간 세월 속의 옛이야기들이.
<야담과 실화>라는 成人 월간잡지가 있었는데 우리들 이야기는 보다 더 實話的이었으니.
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