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소리 없이 날아가는 하늘 속에 마음은 가득 차고
푸른 하늘높이 구름 속에 살아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여
노래 '솔개'에 나오는 가사다
사람들은 항상 말의 홍수 속에 그것도 말속에 있는 날카로움에 피로가 쌓이는 하루하루를 겪다 보면..
말하지 않고.. 말 듣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절을 찾는데..
절도 조용하지만은 않다.
이 말 저 말이 나온다
그냥 조용하고플 뿐인데..
절에 그만 나오고 싶다.
절을 떠난다.
그들에게 절은 무조건 조용해야만 한다.
그럼 그들이 찾아온 절은 누가 지키고, 절에서 생기는 다양한 의견은 누가 담당하고 해결하는가..
그 절의 몇몇 임원이 소곤소곤 의견을 나누며 해결하면 되나..
절에는 대중공사(大衆公事)라는 전통이 있다.
대중공사란 절에서 생기는 공사를 절 식구 모두가 모여 상의하고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는 방법이다.
대중공사는 19세기말, 20세기 초에 출발한 민주제 사회에서 일반화된 제도와 거의 같으니,
절에서는 2천 년 전부터 민주제를 기반으로 삼고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절에 재가자인 모든 신도가 참여할 수 있는 신도회가 생긴 것을 20세기 이후 얘기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신도회는 대중공사를 통해 절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한다.
그러나 아직 개화하지 않은 절에서는 여전히 소수 임원이 절의 모든 공사를 끌어가고 있으면서,
형식적으로는 모든 신도가 참여한 신도회의 결정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처럼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절 운영이 되는 이유는 신도들 자신에 있다.
다는 아니지만 본인은 그냥 조용히 다니고 싶다는 일념뿐으로 그렇지 못하면 떠나려 한다.
즉 자기 권리는 취하려 하고 자기 의무는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민주적 시민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불교는 일체를 진행형으로 본다. 곧 지나가는 과정으로 본다.
모든 대중이면 누구나 참석하는 대중공사가 이천 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지만,
실제 절 운영에 관여한 자는 당시 사회제도였던 왕권 사회 방법과 같아 절의 핵심 임원이라 할 수 있는 소수가 결정했다.
21세기인 지금 민주제 방식과 같은 대중공사가 뜻 그대로 행해져 사회에 모범이 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례로 전해지고 있어야만 하는데,
절에서는 여전히 전 근대적인 방식으로 공사를 결정하고 있어, 오히려 민주제에 뒤쳐진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절에서 조용함을 즐기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조용한 장소가 유지되려면 때로는 공사를 더러는 격한 공사를 거쳐 조율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아그런 경우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민주제 시민의 모습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본다.
강에 흐르는 물이 조용히 흐르는 것만이 아니다.때로는 격랑이 되고 더러는 죽은 듯 매우 완만한 흐름이 된다.그것이 살아있는 강 모습 이듯 절 또한 그런 곳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