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민지배의 해묵은 유산, 농지 분쟁으로 많은 농민 피해자 발생
◦ 점점 더 많은 가구가 농지 분쟁에 휘말려
- 인도네시아에서 농지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농업 개혁을 위한 컨소시엄(KPA: Konsorsium Pembaruan Agraria)이 발표한 2023년 연말 보고서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15년부터 2023년까지 630만 헥타르(ha) 토지에 2,939건의 농지 분쟁이 발생했다. 또한, 농지 분쟁에 연루된 가구는 약 175만 9,000가구에 달했다. 농지 분쟁 희생자는 3,503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총에 맞은 사람이 78명이나 된다.
- 이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수실로 밤방 유노요도(Susilo Bambang Yudhoyono)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보다 부쩍 늘어난 수치다. 당시에는 농지 분쟁에 휩싸인 토지는 570만 헥타르에 분쟁 건수는 1,520건, 농지 분쟁에 연루된 가구는 약 97만 가구였다.
◦ 농지 분쟁, 식민지배의 유산으로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아
- 데위 카르티카(Dewi Kartika) KPA 사무총장은 인도네시아에서 농지 분쟁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해묵은 사회 문제이지만, 독립 후에도 정부가 국가 농업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아 갈등이 누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농지 분쟁을 해결하고자 851개 농업 개혁 우선순위 지역(LPRA: lokasi prioritas reforma agraria)을 선정했으나, 농지 분쟁 해결에 성과를 거둔 지역은 21개에 그쳤다. 나머지 830개 LPRA에서는 농지들이 여전히 장기적인 분쟁에 휘말려 있다.
- 인도네시아 정부 기관인 옴부즈만 인도네시아(Ombudsman RI)의 다단 수파르조 수하르마위자야(Dadan Suparjo Suharmawijaya) 위원은 2023년 3/4분기까지 농업 및 토지 문제와 관련하여 신고 접수된 건수가 총 292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갈등이 불거져 현지 언론 보도를 장식했던 서부 자와(Jawa Barat)주 찌안주르(Cianjur)의 바뚤라왕(Batulawang) 마을의 농지 분쟁은 수하르토 군사정권 때 비롯한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
☐ 대선 주자들, 농지 개혁 방향을 놓고 엇갈린 대안 제시
◦ 정부 시책이 농지 분쟁을 악화시킨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기돼
-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실시한 정책 때문에 농지 분쟁이 심화되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지 일간지 콤파스(Kompas)는 일자리 창출법(Undang-Undang Cipta Kerja)이 시행된 후 경작권(HGU, hak guna usaha)이 설정된 토지의 소유권이 중앙 정부 기관인 토지은행(BADAN BANK TANAH)으로 귀속되었는데, 이 때문에 토지은행, 경찰 관서까지 분쟁에 개입하는 등 농지 분쟁의 양상이 복잡해졌다고 보도했다.
- HGU이란 농지기본법(UU 5/1960 Peraturan Dasar Pokok-pokok Agraria) 제29조에 언급된 토지 물권의 한 형태로, 국가가 직접 소유하는 토지를 농축수산업 법인이 명시된 기간 내에 경작 목적으로 사용할 권리다. 농지기본법은 HGU 외에도 소유권 (Hak Milik), 건축권 (Hak Guna Bangunan, HGB), 사용권 (Hak Pakai), 임대권(Hak Sewa), 산림소개권(Hak Membuka Tanah), 벌목권(Hak Memungut Hasil Hutan) 등 토지에 대한 권원을 규정한다. 무크민 자키(Mukmin Zakie) 인도네시아 이슬람 대학교(UIN, Universitas Islam Indonesia) 법학과 교수는 HGU가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농업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네덜란드 식민 당국이 고안한 영대차지권(Hak Erfpacht)에 유래했고, 이 때문에 민중들이 정치적, 경제적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 한편, KPA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 전략 프로젝트(PSN, proyek strategis nasional) 때문에 115건의 농지 분쟁이 새로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최소 51만 6,409헥타르의 토지와 8만 5,555가구가 농지 분쟁에 휘말린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위자야 대학교(Universitas Brawijaya)의 아흐마드 소디키(Achmad Sodiki) 농업법학 교수는 “일자리 창출법 및 파생 법령과 같은 다양한 정책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토지 소유 불평등이 영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농지 개혁, 대선 앞두고 쟁점으로 부상
- 2024년 2월 14일에 있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농지 분쟁이 각 후보 진영의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1월 21에 열린 대선 제2차 토론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쁘라보워 수비안또(Prabowo Subianto)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기브란 라까부밍 라카(Gibran Rakabuming Raka) 후보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농업 개혁 관련 정부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발언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기도 한 기브란 라까부밍 라카 후보는 “정부가 통합토지등록(PTSL: Pendaftaran Tanah Sistematis Lengkap) 프로그램을 통해 1억 1,000만 개의 토지 증명서를 배포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 이에, 여당인 투쟁민주당(PDI-P) 진영의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마흐푸드(Mahfud Md) 정치법률안보 조정장관은 “농지 개혁을 하려는 이유는 불균형한 토지 소유 해소에 있으며, 입법, 재분배, 토지 소유권 반환이라는 세 가지 경로로 농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흐푸드 장관은 “팜유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39ha나 되는 대토지를 소유하지만, 소농민 1,700만 명은 평균 0.5ha의 토지만을 소유한다”고 꼬집었다.
< 감수 : 윤진표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Detik, Gibran Mau Lanjutkan Reforma Agraria, Mahfud Kritik Redistribusi Lahan, 2024.01.22.
CNBC Indonesia, Gibran Janji Lanjutkan Program Reforma Agraria Jokowi, Ini Alasannya, 2024.01.21.
Kompas, Terus Diwariskan, Konflik Agraria Tak Berkesudahan, 2024.01.16.
Koran Tempo, Data Tertutup, Konflik Meletup, 2024.01.09.
Mukmin Zakie, S.H., M.Hum., Ph.D., Hak Guna Usaha (HGU) Dan Problematikanya Di Indonesia https://law.uii.ac.id/hak-guna-usaha-hgu-dan-problematikanya-di-indonesia/
[관련정보]
1. 인도네시아 농민들, 구조적 도전 속에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 겪어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