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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의 :
잠수함을 최초로 고안하고 건조한 인물은 증기선으로 유명한 미국인 로버트 풀턴이다. 증기선에 관해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풀턴은 최초의 실용잠수함 노틸러스[10]를 디자인하고 프랑스 정부에 구입을 권유했다. 당시 프랑스는 영국과 전쟁 중이었는데 프랑스 해군의 통상적인 전력으로는 도저히 영국 해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잠수함이라는 병기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세느 강에서 잠항 및 항해 실연, 그 이후에 어뢰[11]를 발사해 40톤짜리 슬루프함을 날려버리는 시범까지 보인 다음 영국의 항구에 잠입해 통상파괴를 가해 영국의 경제에 타격을 가한다는 구체적인 활용 방안까지 제시했지만 나폴레옹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고 결국 판매는 실패했다. 사실 나폴레옹은 잠수함뿐만 아니라 증기선에도 탐탁찮은 반응을 보였다. 이때 "뭐? 갑판 밑에서 석탄을 태워서 배를 바람에 맞서서 항해하게 한다고? 그런 헛소리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진 않군."라고 한 말은 상당히 유명해져서, 문명 4에서도 등장한다.
이때 수중에서 항해하는 배에서도 나침반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최초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지구는 자북극점과 자남극점을 기준으로 하는 거대한 막대자석과 같으므로 지구 전체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의 방향을 탐지하는 원리가 바로 나침반이기에 바닷속이라고 해서 나침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이전까지는 실제로 실험을 통해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는 지구의 자북극점과 자남극점이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변하고 있으며 그 점의 위치가 바다 위였을 때도 꽤나 있었다.
최초의 군용 잠수함인 '터틀'은 미국 독립전쟁 시기 발명가 데이비드 부쉬넬이 만들었다. 제작한 것 자체만으로는 17세기 영국 해군이 먼저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건 가라앉은 뒤 떠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터틀은 양조용 큰 나무통에 타르를 발라 방수하고 쇠테를 덧대어서 좀 튼튼하게 만든 다음 위에 수동 드릴(드라이버 정도 크기)을 달아서 적함에 구멍을 내어 기뢰를 부착, 터트려 격침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저시인성을 최대의 목표로 하여 1인승에 그 크기가 매우 작았다(추진은 발로 젓는 오리배 방식). 그래도 잠항, 부상 장치와 잠망경에 함 내 산소를 절약하기 위해 무연소 등명구까지 탑재한, 현재 잠수함이 갖추어야 할 것은 다 갖춘 어엿한 잠수함이었다. 또한 터틀은 사상 최초 기록을 여럿 가지고 있는데 최초의 프로펠러 추진선이자 터틀의 첫 출격은 최초의 기뢰공격이기도 하다. 터틀은 영국 해군의 HMS 이글 함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으며, 그 방법은 적함에 접근해서 수동 드릴로 구멍을 뚫고 그 부분에 폭약을 집어넣어서 터뜨린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크기와 형상 및 인력 1명에 의존하는 동력구조 때문에 목표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글에 근접한 위치도 목선 중에서 강도가 요구되어 동판 등으로 강화된 구역이라 수동 드릴로는 구멍도 뚫지 못했다. 결국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정장 에즈라 리(Ezra Lee) 미 육군 중사는 이 배와 함께 살아 돌아오긴 했다. 또한 이 와중에 물에 흘러간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영국 해군이 깜놀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리 중사는 이후 한번 더 터틀을 타고 출격했다 발각되어 영국 해군의 포로가 되었고 터틀은 격침됐으나, 그의 용맹함과 공로는 큰 찬사를 받아 석방 후 미 해군에서 그를 장교로 임관시켜줬다.
최초로 적함을 격침시킨 기록을 가진 잠수함은 미국의 남북전쟁 시기 남군 육군(실제로 승조원도 전부 육군이었다)의 잠수함이었던 헌리 함이었다. 압도적인 미합중국 해군 전력에 의해 항만을 봉쇄당한 남부는 당시 심각한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비밀병기로서 사용하려 했던 것이 바로 잠수함이었다. 헌리 함은 실험 단계에서 이미 선체결함으로 인해 개발자인 헌리 육군 대위를 포함한 실험자들을 익사시키는 등 불안함을 보였는데, 이 때문에 남군 지휘부는 이 계획을 폐기하려 하였으나 당시 절망적인 해상전력의 차이 때문에 한번 써보기나 하자는 심정으로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되었다. 헌리 함은 인력으로 크랭크를 돌려 추진하는 원시적인 방식[14]이었는데, 이렇게 잠항하여 접근한 상태에서 작살을 적 함선의 밑바닥에 꽂아 수뢰를 기폭시키는 방식으로 연방 해군의 프리깃 USS 후사토닉 함을 격침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 충격파에 의해 헌리 또한 같이 침몰하고 말았다. 애초에 몇m 안 되는 장대에 폭약을 달아서 적함에 박아넣는 구조인 데다가 기폭 시까지 멀리 피난할 수 없는 인력식 동력구조로 인해 선체에 큰 충격이 가해진 것이 원인이었다. 게다가 피해는 헌리 함이 더 컸다. 헌리 함은 승조원 10명이 전원 전사한 데 반해, 정작 공격을 받은 USS 후사토닉 함은 승조원들의 훌륭한 대처로 인해 4명의 전사자를 제외하고는 전원 구조됐기 때문이다. 헌리 함은 2006년 격침 장소에서 인양되었는데, 선체는 그리 파손되지 않아서 내부에서 전사자들의 유해와 유류품들이 고스란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인양 후의 조사에 따르면, 선체가 파손되진 않았으나 폭발 시의 충격으로 승조원들이 기절해 다시 부상 못하고 가라앉은 것이 침몰 원인이었다.
물론 이 시기 잠수함의 공격은 대부분이 실패로 끝났으며, 이후에는 닻줄을 끊는 등의 참으로 사소한 공격을 하기 위한 장비가 개발되기도 했다. 물론 이도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은밀한 공격을 가능케 하는 잠수정의 개념은 이때 이미 제시되었다. 이후 적 항구에 은밀히 숨어들어 상륙을 하거나 접안시설을 파괴하는 등의 기능을 연구하기도 하였다.
그 후 존 홀랜드라는 사람이 등장하여 현대적인 잠수함의 원형이 되는 홀랜드 호를 가지고 영국 해군에 선보였지만 해군 당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에 홀랜드는 자신이 만든 잠수함을 가지고 스캐퍼플로우 항을 구석구석 찍어서 해군에 제출했는데 정작 영국 해군 당국의 반응은 "오오 이거 알고보니 좀 짱인 듯"이 아니라 "이 색히 스파이구나 너 고소". 그래도 그 공로는 인정을 받은 것인지, 홀랜드의 잠수함은 미 해군의 SS-1을 시작으로 각국 해군의 잠수함으로 채용되었다.
당시 세계 정세를 주도하던 영국은 잠수함을 두고 비신사적이고 야만적인 무기라고 디스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교전조약에는 '군함은 민간 상선을 격침시킬 때, 해당 선박의 선원들을 모두 구조한 다음에 침몰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몰래 다가가서 상선을 격침시키고 그 조선원들을 구조할 수 없는 잠수함이 모든 군사강국에게 비난받은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독일까지도 이런 생각에 찬성했지만 해군력의 차이을 버티지 못한[15] 독일 해군은 유보트를 사용했고, 이것이 효과 만점의 결과를 거두자 잠수함을 대대적으로 운용하게 된다. 하지만 독일을 뺀 다른 나라들은 잠수함을 함대의 지원전력으로 주력함을 잡는 데 동원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자 독일의 유보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의 잠수함은 적을 찾아다니며 주력함과 결전을 벌이기 보다 상선같은 비무장 함선을 기습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우연한 기습이 아닌 한 호위함과 같이 다니며, 속도도 빠른 전함 등의 주력함을 공격하기는커녕 쫒아가기도 힘든 잠수함의 수중속도 탓이 컸다. 이미 1차대전 초반에 기본적인 잠수함의 구조가 완성되었으나, 당시의 기술 수준으론는 수상에 떠 있는 경우에는 20km 남짓한 속력밖에 내지 못했고 수중에 있을때는 엔진에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방법이 없어서 한정된 용량의 구식 축전지로 초기형 전기모터를 돌려야 하니 6-7노트의 속도로 한 시간 정도만 항해하면 그대로 표류하거나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인간이 쌍안경으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을 찾아낼 수 없으니 주 항로에 죽치고 숨어있다가 오는 적을 기습하는 지극히 단순한 전술밖에 구사할 수 없었으며, 장거리 통신 기술이 전무하다시피 하여 조직적으로 뭉쳐다니거나 하는 발상은 전혀 불가능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자 크릭스마리네는 개량된 유보트와 새로운 전술로 선공을 가했다. 그러나 영국 해군은 아직 전쟁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았기에 기습효과로 상당히 고전하게 되었다. 상선의 항로에 외로이 매복해 있다가 공격하는 1차대전식 유보트 전술은, 뭉쳐서 가면 유보트가 아무리 용을 써도 피해는 전체의 5퍼센트 이하라는 간단한 발상으로 파해했지만, 그것을 깨기위해 칼 되니츠 (당시)대위의 오랜 연구는 이른바 울프팩 전술로 결실을 맺었고 전쟁 초반 아직 대잠전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영국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영국이 본격적으로 대잠전력을 구축하고 반격에 나선 후, 한때 대서양의 늑대라고 불리던 유보트들은 동네똥개로 전락하게 되었다.
영국 역시 잠수함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았고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수송선단을 상대로 올린 전과는 독일에 못미치지만(애초에 잡을게 있어야지)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상당한 전과를 올려서 몰타섬에 배치된 항공기와 더불어 지중해에 있는 추축국 수송선단의 씨를 말려버렸다. 게다가 잠수함간의 전투에서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압도하는 전과를 올렸다. 특히 V급 잠수함 벤튜러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잠항 상태의 적 잠수함(U-864)을 잠수한 상태에서 격침시키는 기록을 세운다.
그러나 2차대전 시의 잠수함도 자체의 성능향상이 있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잠수가 가능한 수상함'이라는 한계는 여전했다. 그리고 1차대전 때와는 달리 영국은 발빠르게 유보트의 위협에 대응해 효과적인 전술과 장비를 고안하여 맞서기 시작했다. 통신감청을 통한 위치 추정, 사람의 눈보다 훨씬 멀리서 탐지해내고 선공을 가능하게 한 레이더, 수중에 잠항한 잠수함도 탐지해버리는 애즈딕, 유보트의 빈약한 대공장비론 상대가 불가능한 대잠수함 호위항모, 거기에 울트라를 통한 암호해독으로 유보트의 좋던 시절은 끝나버렸고 거기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물량을 쏟아붓자 1943년 5월부터 전과는커녕 작전에 나간 유보트의 대부분이 일방적으로 격침당하는 패배를 겪다 끝내는 전력보존을 위해 장기간 전투에 손을 떼버리고 만다. 결국엔 연합군의 발목을 붙잡으며 힘을 다른 곳에 쓰게 만들며 귀찮게 구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영국을 완전 봉쇄하지 못한 독일과는 달리 미국은 태평양에 대형 잠수함[16]으로 전쟁말 일본 본토를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 즉 독일이 대서양, 북극해에서 자국과 동맹국 함선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 해군 잠수함 역시 일본 깃발을 단 배는 모조리 격침시켰던 것이다. 전쟁 말기에는 배가 없어서 심심한 나머지(?) 잠수함 승조원들이 자원해서 일본 본토에 침투해서 폭탄을 설치하고 오는 특수 작전을 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추락한 항공모함 함재기 조종사를 비롯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임무[17]도 실행했다.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잠수함 승조원들은 다른 미 해군, 특히 항공모함 승조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18] 그 유명한 야마토급 전함 3번함(항모 시나노) 역시 수십 대의 함재기가 달라붙은 야마토, 무사시와 달리 잠수함 달랑 한 척(...)에 격추되었다.
반면에, 당시 잠수함을 막을 호송선단과 전력을 갖추지 못한 일본인들은 기아에 허덕이며 잠수함 노이로제에 걸려 전후 자위대 창설 뒤 소련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잠전력이 기형적으로 강해지는 데까지 영향을 주었다. 물론 일본 해군 연합함대의 잠수함도 성능, 숫자를 따지면 미 해군 잠수함에 딱히 꿀릴 게 없었고 어뢰는 더 뛰어났지만 일본군에게 있어서 잠수함이란 그저 잘해야 정찰용이고 기본적으로는 전함 시다바리 정도[19]라서 전쟁터의 존재감은 물거품 그 자체였다. 다만 특이하게도 잠수함을 보급 임무에 투입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일본은 이미 해상이 봉쇄된 섬의 병력에 물자를 보급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맞았기 때문이다. 물론 잠수함의 존재감이 아예 거품이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금방은 또 물거품 그 자체였다며? 나름 굵직한 전과도 존재한다.[20] 거기다 일본은 잠수항모라는 놈을 만들어서 미국 본토를 공습할 계획을 세웠으며 이는 실제 I-25의 미서부 폭격이 유명하다.
2차대전 중 기술의 발전에 의해 잠수함은 엄청난 발달을 하게 된다. 이미 전쟁중에 용골을 부러뜨리는 자기신관 어뢰와 유도어뢰의 초기형 작품이 등장했으며, 유선형 설계, 마침내는 당시의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잠수하고 다니는 배'로 만드는 기술들이 대전 말기에 등장한다. 비록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잠수 중에도 주 엔진을 돌리는 것이 가능한 '발터식 잠수함'은 끝내 실전에 투입되지는 못했지만 대형화된 축전지를 이용해 잠항 시에도 속력이 빨라지고 오래가는 신형 XXI와 XXIII형 잠수함이 당시 독일에서 실용화된다.
1953년 취역한 미국의 실험용 잠수함 앨버코어는 여전히 잠수가 가능한 수상함에 가까웠던 기존의 선형을 버리고, 세계 최초로 눈물방울형(Teardrop) 선형을 완성하여 비로소 현대 잠수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눈물방울형 선형은 물방울이 떨어질 때의 모양을 채용한 것으로, 공기 저항뿐만 아니라 물의 저항도 최소로 받는 형태로 오늘날의 잠수함에도 많이 적용되는 형상이다. 앨버코어의 수중 항해 시험 결과 수중에서 33노트의 최대 속력을 발휘했다. 이는 기존의 잠수함들에 비해 2배 이상의 빠른 속력을 발휘한 것이다. 눈물방울형 선형의 우수성을 확인한 미 해군은, 1956년부터 건조된 스킵잭급 공격원잠에 눈물방울형 선형을 도입했다. 눈물방울형 선형은 미 해군뿐만 아니라 이후 세계 각국의 잠수함 개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원자력의 대두는 당시 재래식 잠수함의 한계를 단숨에 뚫어버렸다.[21] 미 해군이 USS 노틸러스를 건조하면서 원자력 잠수함의 시대가 열렸는데, 수중 이동을 통해 적함 파괴 및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해군 병력의 총아. 이 핵잠수함은 기존의 재래식 잠수함보다 월등히 높은 수중항행능력과 속도로 인해 수상함의 공포이자 악몽[22]으로 불리고 있다. 부상할 필요도 없이 원자로에서 전기가 쏟아지니 산소도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얻고, 공기정화장치도 전기로 돌리며, 민물도 조수기를 가동해서 얻을 수 있고 엄청난 크기의 연료탱크도 필요없으므로 식량과 무장은 물론이고 편의시설을 더 갖출 수 있어서 잠수함 승조원이 버틸 수 있는 작전지속시간을 크게 향상시켰다. 거기에 SLBM을 탑재한 전략 미사일 잠수함은 핵과 해군력, 경제력을 동시에 가진 강대국들 사이에서 정치, 군사적으로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2. 잠수함의 원리 :
1)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어떤 물체의 전체 또는 일부분이 물 속에 잠기게 되면 잠긴 공간만큼의 물을 밀어내게 되고 그 밀어낸 물의 무게에 해당하는 크기의 부력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아르키메데스 원리 2) 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림 1>의 (가)는 봉지에 담긴 물질에 작용하는 중력과 부력이 힘의 평형을 이루고 있어서 중간 깊이에서 떠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 1>의 (나)와 같이 봉지에 가벼운 모래가루를 빼내고 무거운 돌멩이로 채워서 물에 넣어 보면 이 봉지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봉지는 수영장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이는 봉지의 부력보다 봉지 속에 채워진 물질의 무게가 더 커서 봉지가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같은 봉지에 가벼운 스티로폼을 채워보자. 이때 작용하는 부력은 <그림 1>의 (가), (나)의 크기와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봉지의 부피가 같으므로 밀려나간 물의 부피도 같아서 부력도 같기 때문이다. 스티로폼을 채운 봉지는 돌멩이나 모래가루를 담은 비닐봉지보다 무게가 훨씬 가벼울 것이다. 그래서 부력에 비해 작아진 무게 때문에 이 비닐봉지를 위쪽으로 떠오르게 하는 힘이 더 커지게 된다. 만약 무게가 너무 가볍게 되면 <그림 1>의 (다)처럼 봉지 일부가 물 밖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이때는 봉지의 가라앉은 부분만큼의 부피가 부력의 크기를 결정하므로 물 밖으로 나온 부분을 제외하고 물 속에 잠겨 있는 부분만큼의 부력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완전히 잠겼을 때의 부력보다 부력이 줄어들게 되어 줄어든 무게와 평형을 이루게 된다.
2) 중력과 부력을 이용한 잠수함의 잠수 원리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여 잠수함도 부력을 조절하면서 잠수와 부상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잠수함은 배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있는 주부력 탱크에 바닷물을 채워서 잠수함의 중량을 조절하고 압축공기를 빼내거나 불어 넣으면서 부력을 조절하여 잠수와 부상을 한다. 잠수함이 바다 속으로 잠수해야 하는 경우, 주부력 탱크에 바닷물을 많이 채워서 잠수함의 무게를 늘리면 잠수함이 바다 속에서 차지하는 부피에 해당하는 부력의 크기보다 바다 아래쪽으로 작용하는 중력이 더 커져서 잠수함은 가라앉게 된다.
주부력 탱크 안의 물을 잠수함 밖으로 내보내면 잠수함의 무게가 줄어 부력이 중력보다 커지므로
잠수함이 바다 위쪽으로 떠오른다. <출처: NGD>
잠수함이 물 속에 잠겨 있다가 떠올라야 할 경우에는 주부력 탱크에 압축 공기를 불어넣어 탱크 안의 바닷물을 잠수함 밖으로 배수시킨다. 그러면 잠수함의 무게가 줄어들어 부력이 중력보다 커지게 되며 잠수함은 바다 위쪽으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력이 중력보다 커서 잠수함이 부상하는 상태가 되는 것을 ‘양성 부력’이라고 한다. 또한 중력이 부력보다 커서 잠수함이 가라앉게 되는 상태를 ‘음성 부력’이라 하고, 중력과 부력이 같은 상태를 중성부력이라고 한다.
또한 바다의 해수 염분이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잠수함의 부력도 변하게 되는데, 잠수함이 염분이 높은 해수 쪽으로 이동할 때는 상대적으로 잠수함의 부력이 커져서 양성 부력이 되기 때문에 잠수함은 떠오르게 된다. 이것은 바닷물에서 염류의 농도 때문에 해수의 밀도가 커져서 민물에서보다 몸이 더 잘 떠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반대로, 잠수함이 염분이 낮은 해수 쪽으로 이동할 때는 상대적으로 잠수함의 부력이 작아져서 음성 부력이 되고 잠수함은 가라앉으려고 한다. 이와 같이 잠수함은 바닷물의 밀도에 따른 중력과 부력의 원리들을 적절히 이용하여 잠수와 부상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것이다.
3. 잠수함의 구조 :
4. 잠수함의 종류 :
▶ 원자력 잠수함은 ‘진짜 잠수함’이라 부른다.
연재 기간 중 독자들과 원활한 호흡을 위해 잠수함 종류, 그리고 관련용어들부터 이야기하고자 해 지난주부터 잠수함 종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벌써 독자들로부터 궁금증을 해소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번 주에는 잠수함의 크기에 따른 분류를 이야기하려 했는데
지난주 원자력 잠수함을 이야기하면서 디젤 잠수함과 성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고 했더니, 그 큰 성능 차이를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필자가 글을 시작하면서 독자들과 생각과 경험을 같이 나누겠다고 약속한 대목과 일치해 기분이 좋아, 먼저 독자의 주 질문에
답을 하고 진도를 나가야 할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자력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이 갖고 있는 약점을 극복한 ‘진짜 잠수함’이라는 것이다. 어떤 잠수함 함장이든지
물속에서 적에게 탐지되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있으면서 은밀하게 쥐도 새도 모르게 적함에 다가가서 어뢰공격으로 격침하고
새침데기 같이 모른척하고 현장을 유유자적하게 이탈하고 싶어 한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산수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둘레가 4만120㎞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계산을 해보면, 원자력 잠수함은
평균 시간당 약 20~25노트(40㎞)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 속력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가정할 때 40여 일이 걸리며, 이 기간 중
에 항구에 들러 연료와 식품을 재보급받지 않아도 된다. 반면 디젤 잠수함은 평균 이동 속력 시속 6~8노트(12㎞)로 이동할 수 있으
며 ,이 속력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가정할 때 140여 일이 걸린다. 물론 중간에 연료 재보급은 물론 식품도 몇 차례 재보급받아
야 한다. 달리는 속력으로 말하면, 원자력 잠수함을 고속도로를 달리는 포르쉐라고 한다면, 디젤 잠수함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군
용 지프 정도가 아닐까? 왜 이런 쓸데없는 비교를 하느냐 하면 포클랜드 전쟁의 교훈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한 1982년 4월 4일 영국
은 본토에서 8000해리 떨어진 포클랜드 해역에 원자력 잠수함 5척과 디젤 잠수함 1척을 기동전단에 배속시켜 출정하게 한다.
원자력 잠수함은 10일 만에 전쟁해역에 도착해 아르헨티나 순양함을 격침함으로써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지만, 함께 출발한
오베론급 디젤 잠수함은 주로 수상항해를 해 전력 질주했지만 5주 후에나 전쟁해역에 도착함으로써 원정작전에서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정도면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다음은 주 제목으로 설정한 함정 크기에 따른 잠수함
분류를 계속 살펴보기로 한다.
▶ 크기로 분류할 때는 잠수함·잠수정으로 호칭
다음은 크기에 따라 한국에서는 대형 잠수함, 중형잠수함, 소형잠수함 또는 대양형 잠수함, 연안형 잠수함 등으로 혼용해 부르며
영어식으로는 중대형잠수함은 Submarine 소형은 Submarine Midget으로 부르고, 독일에서는 U-109, TYPE 7C, Type 212 등을
혼용해 부름으로써 그 크기와 용도를 판단한다. 각국은 편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호칭하지만 주로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기준으
로 크기에 따라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대양형 잠수함/중잠수함 : 1000톤 이상 크기의 잠수함. 한국의 209잠수함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정규 잠수함은 거의 모두 이
부류에 속한다.
● 연안형 잠수함 : 300~800톤 잠수함, 독일의 U-206,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등이 이 부류의 잠수함이다.
● 잠수정 : 50~200톤, 북한의 유고급 잠수정이 이 부류다. 크기에 의한 분류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209급
이상은 잠수함으로, 200톤 이하는 잠수정으로 칭한다.
▶ 정말 헷갈리는 사용 용도, 무장에 따른 영문표기
우리나라와 서방측에서 잠수함의 고유 함 번호 앞에 붙이는 대표적인 영자가 S, SS, SSM, SSK, SSC, SSN, SSG, SSGN, SSBN
등이고 러시아 진영에서는 독자적으로 K자를, 그리고 독일에서는 U자와 S자를 혼용해 붙인다. 먼저 S는 주로 유럽국가 독일·덴마
크·스페인 등에서 고유 잠수함 번호 앞에 붙이는 Submarine이라는 의미이며, 미국 등에서 붙이는 SS는 Silent Service라는 의미를
담아 Submarine에 붙이는 이름이다. SSM은 소형잠수함에 붙이는 Submarine Midget라는 의미이며, SSK는 잠수함 공격용 잠수
함 Anti-Submarine-Submarine에 Killer의 K를 따라서 SSK라고 칭한다. SSC는 디젤 전기추진 잠수함에 전통적인 또는 재래식의
등으로 해석되는 conventional의 앞 자 C를 붙여 편의상 원자력추진 잠수함과 구별한다. 그러나 통상 디젤 잠수함은 C를 생략하고
SS만 사용한다. SSN은 Nuclear Powered Attack Submarine의 약자이며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잠수함에 붙으며, 미국에서는 이
잠수함을 전통적으로 러시아 잠수함 추적용으로 사용해 왔고, 수상 전투함뿐만 아니라 대 잠수함 공격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
자력추진 공격 잠수함이라고도 부른다. SSG는 Guided Missile이라는 의미의 약자 G를 디젤 잠수함에 붙임으로써, 이는 추진은
디젤로 하면서 유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예를 들면 구소련의 줄리엣급 잠수함 등이 있고, SSGN은 추진은 원자력으로 하면서
핵 미사일이 아닌 유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예를 들면 미국의 전략미사일 탑재 원자력추진 잠수함 중 전략 미사일(핵탄두)을
제거 하고 토마호크만 탑재한 카메아미아함 같은 잠수함이다. SSBN은 Ballistic Missile Nuclear Submarine의 약자이며, 추진은
원자력이면서 대륙 간 전략미사일(핵탄두)을 탑재한 잠수함을 말한다. 러시아 진영에서는 독자적으로 잠수함 고유번호 앞에 K자를
붙이나 이는 건조 일련번호이며 서방측에서는 모든 러시아 잠수함에 대해 별도로 분류된 A(알파)급부터 Z(줄루)급 등 주로 알파벳
을 붙여 함 종류를 구분한다. 한편 독일 해군도 지금은 잠수함 고유 흘수번호에 S자를 붙이지만 전통적으로 자국 내 식별을 위해서
는 U자를 붙여왔다. 독일 잠수함을 U-보트라고 하는 이유는 독일어로 잠수함을 운터제 보트(untersee boot)라고 하기 때문이다.
Untersee는 수면 아래라는 뜻이며, 함정을 쉬프(Shiff:주로 대형함)와 보트(Boot:주로 소형함, 보조함)로 구분할 때 잠수함은 보트
(Boot) 부류에 속한다는 뜻이 된다.
잠수함 퀴즈
독자들에게 잠수함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번 주부터 간단한 퀴즈를 ‘양념’으로 넣는다.
우리 해군의 잠수함은 1998년 하와이 환태평양(림팩) 훈련에 참가해 6개국 해군들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자유공방전을 벌였다.
당시 우리 잠수함이 항공모함을 포함해 가상적함 13척을 격침하고 훈련이 끝날 때까지도 유일하게 장비결함 없이 살아남아 미
태평양함대 잠수함 사령관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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