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제주 휴가.
작년 올레 7코스를 걷다 만났던 칼호텔.
정원이 널찍하고 시원해 한 번 머물러야지 했었다.
그러다 이번 휴가 이곳에서 이틀 밤을 보내기로 했다.
커피숍에서 바라본 풍경, 시야가 훤히 뚫린다.
너른 정원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고 왼쪽에는 섶섬, 오른쪽으로는 문섬이 눈에 들어온다.
풍경만 먹고 있어도 될 것 같다.
숙소 내부는 오래 전 지어진 건물이어선지 좁은 편이다.
하지만 뷰는 역시 최고다.
8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시원스럽고 경쾌하다.
아침식사는 딱 적당한 종류들.
다양한 샐러드, 수프, 빵, 후식, 간단한 식사와 반찬류...
배불리 먹을만큼의 먹거리들이다.
셰프의 솜씨가 좋은지 제법 맛깔스럽다.
무엇보다 수시로 즐길 수 있었던 산책길이 마음에 쏙 들었던 숙소였다.
제주 오름을 흉내내어 만들었다는 포도호텔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곳이다.
꽤나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곳.
회갑을 맞은 나를 위한 남편의 두번째 선물.
친절한 직원의 안내로 들어선 객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격자 무늬의 창틀, 그 너머로 보이는 아늑한 정원, 천정의 서까래가 단숨에 눈길을 사라 잡는다.
추가요금 지불하고 한옥형 숙소를 예약한 보람이 있다.
블루투스 음량도 최고급
음악 듣는 맛이 절로 난다.
미니바의 모든 게 프리~
숙소안 히노끼탕에서는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창밖으로는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흘러간다.
눈보라가 휘날리더니 시커먼 구름이 휙휙 지나가고 금세 개었다 파란 하늘을 들이민다.
한참 날씨 구경하며 멍때리기.
5시 가이드 투어.
건물 구석구석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제주의 초가를 본떠 만든 지붕이 포도 모양의 형상을 하고 있어 포도호텔이란다.
제일 살기 좋다는 해발 450m 한라산 중산간에 자연의 어울림, 열림과 닫힘의 공간을 생각하며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일본인 2세였던 이타미 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곳곳에 배어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듯 건물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포도호텔의 시간은 달콤하고 여유로운 쉼으로 충만했다.
젊은 건축설계사들로 구성된 주택 디자인 그룹 지랩에서 지은 곳, 서리어.
그들이 지은 집은 독특하고 창의적이다.
막연히 상상했던 집의 구조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서리어에 들어서며 스치는 생각.
'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일상으로 노을을 마주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고스란히 담긴 집.
커다란 통창 너머로 붉은 노을을 보고 싶었는데 하필 날씨가 흐려 살짝 붉어진 기운의 노을만 보여 아쉬웠다.
집기류 하나하나에도 정성 가득한 손길이 담겨있다.
비가 간간히 뿌리고 바람 불어 추운 날임에도 뜨거운 물이 담긴 자쿠지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일출과 일몰이 보이는 바다, 작물들이 심어진 푸른 밭, 쉼없이 돌아가는 풍차, 야트막한 오름, 사정없이 뒤척이는 갈대...
스스럼없이 보여주는 제주의 자연을 가득 담으며 한껏 느긋함을 누린 사색의 공간 서리어였다.
아쉬운 점 딱 하나, 등을 기대일 의자 하나 있었더라면~
첫댓글 다시금 회갑 축하드립니다.
더 이상 늙지 말고 건강하게 평생 해로 하길 바랍니다.
설 연휴가 너무 길다는 생각입니다.
정말 맨날 이렇게 노는 게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놀기 전에는 하루 노는데 경제 효과가 얼마라고 이야기 하지만,
놀고 난 후에 경제 효과가 얼마가 있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엉터리 ㅉㅉ
아무튼 즐거운 설 명절 되세요.
눈길 조심하세요.
즐거운 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