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 사 랑
메일 전송이 실패했습니다.
입력하신 "나루터"hanmail.net(이)라는 아이디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거나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은 휴먼 아이디라 전송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디를 한번
더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회원님께서 2005년 06월14일 화요일,밤 11시 04분에
발송하신 메일이 되돌아왔습니다. 받는이의 정확한 메일 주소를 다시한번 확인
하셔서 발송해 보세요,>
짧은 안부에다 무상초 노래를 실어 편지를 보냈더니 메일 전송이 실패햇다고 답이
왔습니다. 예측은했지만 아이디가 살아잇나 없나를 확인해보고 싶어 혹시나 하고
보내 본 것입니다. 저의 생뚱맞은 심사를 나무라지는 마십시오,
죽음은 모든 것을 단절시킨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루터님의 장례식 마지막날 화장터에서 두어 그릇이나 될까 말까한 뼛까루를
고운 항아리에 담아 납골당에 모셔질 때 사람이 산다는 것도 정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항아리 옆에다 늘 사용하시던 노트북을 함께 나란히
놓았더군요, 컴퓨터로 노후를 즐겨셨기에 가족들이 배려 또한 고인에 대한
최선의 정으로 보였습니다.
매일 전송으로 터무니없는 처신을 하게 된 것도 저 세상 가신지가 수개월이 넘
었는데도 왠지 쉽게 받아들이기 아쉬워서였습니다.컴퓨터가 똑똑하다더니 희안
하게도 이제부터는 글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화답을 기계가 알아서 해주니
말 입니다.
희디흰 개망초 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을 보니 또 님이 생각났습니다. 야간 산책길
에 즐비한 찻집의 오색 불빛을 받아 흰 망초꽃들이 창백한 보라빛으로 보이는
자태가 싫더군요, 저승사자의 낯빛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죽은 자의 표정이
그리 편안해 보일 수 없더라는 후일담에서 저 세상 가시는 길도 그리 좋았습니까,
초여름을 장식하는 풀꽃이 지천으로 들판을 호사시키고 있는 것을 보니 살아
있는 것은 무조건 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개망초 옆에 이름을 알
수 없는 풀꽃이 기세 등등하게 피어난 것을 보며 한 생명이 가야 다른 생명이
그 자리에 매김질하고 또 아무일 없는 듯이 세상이 돌아가는 모양 입니다.
생과 사를 넘나들며 지난 것에 대한 애착의 허물을 벗지 못해 애태우는 생명도
많을 것이고,죽음은 어차피 운명이라고 생각하여 언제 어디서 죽던 그건 신의
몫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친구도 있습니다.물론 쉽게 받아주는 긍정적인 사고도
좋지만 그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또한 우리의 하나 뿐인 생명이니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산 건지 도무지 헷갈리어 친구와 밑도 끝도 없이 자기 주장만 하다가
웃고 말았지요,
컴퓨터 강사를 하시는 나룻터님과의 교감이 이루어진것도 어찌 보면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각별하였지요, 집안의 어른으로서 격려 한마디씩 저에게 넌지시
던저 주시면 그리 맘이 푸근해질 수 없었습니다.나긋나긋한 말투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다정다감하지도 않았습니다.경상도 특유의 근성이 베인 무뚝뚝한 어투로
일년에 한차례쯤 뵈면 "자네는 씩씩하다." "그래, 당당한 게 보기 좋아!""
늘 인내하는 것이 기특하네,"등등의 말씀들이 처진 제 어깨를 치켜세워 주셨지요,
친구처럼 자꾸 통성명을 할 수 없어 불편스럽다고 하니 나루터로 별명을 바꾸어
주신 그때부터 내 인생이라는 배를 정박시킬 수 있는 나루터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내용을 나눈 것도 아니었지요, 그저 일상적인 저의 독백이랄까,
아니면 삶에 대한 투정이랄까 아무튼 제 불만이 나를 일탈하여 닿는 쉼터가
나루터 였으니까요,
글을 주고받다 보니 돌아오는 메아리는 언제나 화두에 가까운 전문답이었지요,
저는 그것이 편하고 좋았습니다. 어떤 소리를 질러도 다시 돌아오는 메아리는
프리즘 안의 무수한 색이었으니까요,사계절 어느 철에도 해당되지 않는 중간에
서서 비바람 천둥에도 끄덕하지 않았고 뽀오한 먼지 일어나는 시골 신작로의
버드나무 처럼 그렇게 든든하게 서 있는 나무였지요, 그리하여 저는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세상 이치를 벗어나지 않도록 퀘도를 따라 잘도 돌았지요, 님의
덕으로 공전 자전의 순리 따라 순탄한 지구인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저녁에 잘 주무셨다가 아침에 일어나시지 않으셨다 했지요, 밤새 안녕`을 하신
거네요,호흡하는 것을 게으름 피우지 말라는 우스게 하셨잖아요,그런데 정작 본인
은 그리 못하셨지요,그러니 남에게 하는 충고도 자신에게서 실행되기가 힘 들다고
하더이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은 진정한 승리자라 했습니다.
한순간에 한줌의 가루로 산화한 삶의 흔적을 보면서 저 뼈 몇 조각이 미래의 `나
`일 수도 있으니 어찌 허무하다 하지 않으리, 육신은 저렇게 뼈로 남아있고 나는
빈껍데기로 멀찌감치 서서 생전의 나를 바라보면서 내가 일생 살아온 힘겨운
흔적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가,출생에서부터 사망까지는 윤회의 짧은
과 일뿐입니다.지수화풍으로 돌아가는 날은 흔적없는 바람 한 점일 수밖에 없는
재 무상을 그 자리에서 보았습니다.
가까운 분들이 내 곁을 하나 둘 떠나는 것을 보면서 살아온 내 삶을 반추 해봅니다.
남은 내 생을 알뜰하게 챙겨 보아야겠습니다. 먼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의
너저분한 흔적들을 지금이라도 정리 정돈하렵니다.부모 형제 가족도 귀중한 나의
울타리지만 혼자 떠나는 생의 막다른 골목에 닿았을 때 진정으로 나를 위해 마음
아파해 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아파하고 슬프환들 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죽는 사람만 불쌍하다는 말은 일 희생인 생명이기 생명이기 때문이지요.
산 자와 죽은 자는 손바닥 뒤집는 차이 뿐이라는 것도 실감합니다. 자신의 목숨은
아직도 사라질 때가 아니라는 오류를 나 자신부터 욕심을 범하고 있습니다. 이승을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의 행위를 연결하는 것도 다 스잘데 없는 격식입니다.
어차피 흙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 입니까.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귀중왑니다. 존재하지 않는 메일 주소임을 확인했으니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겠습니다. 남은 글들 하나 둘 나루터님이 사라지듯 소멸할
단계까지 온 것 같네요, 사이버에 남아 있는 글과 음악, 그림들이 주인없는 컴퓨터
에서 곰삭다가 그마저도 영영 사라지겠지요.
이제 개망초도 제 빛을 완연히 잃어 가더이다. 시간에 순응하는 들꽃처럼 예측
불허를 무시한 체 살아온 자신을 좀더 살뜰하게 챙겨 봐야겠습니다.
저승에서도 편안한 삶을 영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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