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행 / 십오억의 다양한 삶과 자연과 문화

[반취]

중국 기행 / 십오억의 다양한 삶과 자연과 문화

중국이 우리에게 문을 활짝 열면서 중국을 찾는 한국인 여행자의 수와 한국을 찾는 중국인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1992년 개방된 직후 한국인의 중국 방문은, 초기에는 백두산과 연변 조선족 자치주 등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나마 우리와 끈끈했던 흔적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것은 잠시요, 곧 본격적으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보는 여행자의 물결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중국으로의 발길이 이처럼 늘고 있는 이유는 우리 역사 문화 정치 사회 속에 흥건하게 배어있는 교류의 흔적 때문이라고 단정해도 좋을 것입니다. 유구한 세월 중국은 우리와 형제국의 우애를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이구동성 감탄을 연발합니다.

"가 보니 역시 대국은 대국이야"

"그 웅장한 스케일을 보면 아기자기한 우린 소꿉놀이하는 거지 뭐"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과 창연한 역사의 향기는 또 어떻고…"

북경의 고궁(故宮:紫禁城)만 보아도 우리 입은 저절로 벌어집니다. 광활한 광장을 지나 천안문을 통과해서 만나게 되는 자금성은,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목조건물의 하나로도 유명하지만, 우선 피부에 와 닿는 것이 그 엄청난 규모입니다. 동서 750m, 남북 1,000m의 장방형으로 약 72만km인데 전체가 10m 높이의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우리의 고궁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것입니다. 북경을 천년 왕도로 부르는 것은 이 고궁에 배어있는 왕조의 숨결 때문입니다.

천안문 광장은 중국 현대사의 상징입니다. 신해혁명 후인 1919년 5월 4일 일본의 요구에 반발한 학생들이 이 광장에 모여들면서 시작된 5.4 운동은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새로운 시대를 모색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장개석의 정부군과 오랜 내전 끝에 승리한 모택동이 49년 10월 1일 중국의 성립을 선언한 곳도 이곳이고, 문화혁명 당시 전 중국을 휩쓴 홍위병 물결의 진원지도 이곳이었습니다. 또 89년 6월 4일의 천안문 사태는 우리의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비교되는 아픈 기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천안문에서 남쪽으로 멀지않은 곳에, 황제는 하늘의 명을 받아 인간을 다스린다는 왕권신수설의 산물인 천단공원이 있습니다. 명 · 청대의 황제가 오곡풍년을 빌었던 곳으로 기년전(祈年殿) 원구단(園丘壇) 등 옛 건축물이 있는데, 기년전 정문에서 남쪽으로 돌이 깔린 길을 따라 조금 가면 황궁우(皇穹宇)를 만납니다. 황궁우는 파란색 지붕의 원추형 목조건물보다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회색의 벽이 소리를 전달하는 것으로 더 유명합니다. 벽을 향해 속삭인 소리를 180도 반대편에서 또렷하게 들을 수 있어 회음벽(回音壁)이라고도 합니다.

안뜰의 중심부에 있는 3개의 장방형 돌은 삼음석(三音石)입니다. 북쪽으로부터 첫 번째 돌을 손으로 두드리면 그 울림이 한번 돌아오고 두 번 째 돌을 두드리면 두 번 돌아오고 세 번 째 돌은 세 번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천단의 중심인 원구는 석조로 된 3층 단(壇)으로 건물은 없지만, 역시 최상단의 중심점에 서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면, 자기 목소리가 그대로 반사되어 들립니다. 천단을 보면 우리 강화 마니산의 참성단이 마냥 초라해 보입니다.

인공으로 만든 곤명호(昆明湖)를 끼고 있는 서태후의 별궁 이화원은 또 어떤가요. 요수당(樂壽堂)에서 배운각(俳雲閣) 불향각(佛香閣) 지혜해(知慧海) 만수당(萬壽堂)으로 이어지는 728m의 긴 복도(長廊)는 입구에서 인사를 나눈 한 쌍의 남녀가 복도를 벗어날 즈음에는 결혼을 했더라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역시 우리의 비원(昌德宮)과 비교되는 사적인데 말입니다.

중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공 구조물이라는 만리장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북경에서 북쪽으로 약 70km 가면 만리장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연히 이어지는 산맥의 산마루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성벽 사이사이에선, 굳이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역사의 숱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성벽의 높이는 7-8m, 너비는 4-5m로 말 다섯 필이 나란히 달릴 수 있는 정도인데 높은 망루에서 산맥을 휘돌아 넘는 장성을 굽어보면, 불가사의한 이 엄청난 역사의 실존 앞에 숙연해질 따름입니다.

장성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려볼 수 있는 명십삼릉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영락제 이후 황제들의 줄 무덤인 이곳은 거대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지하궁전으로 규모나 시설 면에서 경탄과 분노를 함께 느끼게 합니다. 황제들의 영생을 위해 살아있는 많은 백성들을 죽음에 동참시킨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하나씩 설명한다 해도 중국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하여 대륙을 휘돌아 태평양으로 빠지는 중국의 젖줄 황하와 양자강은 한 구비 도는 곳마다 다른 문명을 남겼고, 광대한 자연은 하나의 산만 넘으면 풍토와 식생활이 달라져 여행자를 매료시킵니다. 그래서 중국은 웬만큼 돌아다닌 것으로는 빙산의 일각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유럽의 문명과 근본적으로 다른 동양문명이 유럽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의 확인이며, 이를 통해 동양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새삼 다질 수 있다는데 중국여행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현실을 보면 우리가 경탄하고 감동하는 대상은 결코 현재의 중국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옛 중국을 지금의 중국에서 - 별로 감동할 것이 없는 오늘의 중국에서 - 더듬고 있는 것입니다.

모택동의 주도로 1965년 가을부터 10년간 중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문화대혁명이 없었다면 중국은 좀 더 일찍 개혁 개방의 길을 걸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소련보다 일찍 분열과 재결합의 조짐을 보였을지 모릅니다. 개방은 서방과의 비교로 나타나고 개혁은 열린 교육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기에 의식혁명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다민족국가의 연방체였던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해 결국은 재편되었듯, 50여개 소수민족을 품에 안고 있는 중국사회주의도 개방은 중대한 변화의 시작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개방정책이 소수민족의 독립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중국인의 근성에는 대지에 뿌리를 두는 특성이 유난히 강해서 누구도 대륙이 분할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만의 독립을 인정치 않는 것도 이런 특성에 연유합니다. 대륙이 우선인 만큼 중국이 떠받드는 영웅도 공자나 맹자 노자 혹은 손문 같은 성인 학자가 아닙니다. 진시황제처럼 전체 중국을 하나로 다스린 대륙의 지배자가 진정한 영웅입니다.

모택동은 <사람의 혼을 움직이는 운동>이라고 강조된 문화대혁명을 통해서, 60년대 초 유소기 등소평 등에 의해 조심스럽게 추진되던 개혁논리에 쐐기를 박고 대륙의 지배체제를 보다 확고히 함으로서 20세기 진(秦)의 시황제(始皇帝)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당내 자본주의 노선을 걷는 한줌의 실권파를 타도하는 것으로 시작된 모택동의 문화혁명은, 지식분자들의 사회적 계급을 격하시키는 운동으로 발전되면서 중국사회를 한참 후퇴시켰고, 이로 인해 인민들은 혹심한 가난과 추위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모택동은 사후에도 비판받지 않습니다. 문화혁명이 하나의 중국을 분명하게 해준 까닭입니다.

<당내 자본주의 노선을 걷는 한줌의 실권파>가 타도될 때, 미처 타도되지 않은 하나의 뿌리 등소평이 남아 있어 문화혁명이 2보 후퇴시킨 중국을 3보, 아니 5보 전진시켰습니다. 그러나 정치가 민주화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부분적인 경제발전은 ▲도농(都農)간 빈부격차 심화 ▲배금주의의 만연 ▲범죄의 증가 ▲성(性)문란 ▲공중도덕의 결여 등 다양한 왜곡현상을 낳았습니다. 한동안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만연했던 것도 여기 연유했던 것입니다.

민족 풍습

중국은 12억 인구를 자랑하는 다민족 국가이지만 한족이 9할을 차지하며 54개 소수민족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전 지역에 고루 섞여 사는 것은 아닙니다. 살기 좋은 땅은 대부분 한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수민족은 주로 국경지대 - 환경이 열악한 지대 - 에서 고유의 문화 풍습과 언어를 지키며 자치구 형태로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표현을 달리하면 소수민족이 방패로 둘러싼 가운데 한족이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중국의 특징입니다. 이른바 <중원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질서>인 중화사상은 그렇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앙에 전체를 통치하는 황제가 있고 주변에 왕이 다스리는 소국이 있는 피라미드 형태의 <중국적 세계 질서>인 셈입니다.

중화사상은 <지배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만들어졌고, 대륙의 크기를 힘의 척도로 여깁니다. 이것이 대지에 뿌리를 두는 근성으로 나타나면서 동향간의 유대 - 즉 지역주의를 낳았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동향끼리의 공동체적 결속은, 우리나라 향우회나 학연조직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모택동과 함께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을 주도했던 4인방도 들어가 보면 <상해그룹>으로 불리는 동향집단이었습니다.

그렇게 집단적 질서는 있지만 개개인 중국인의 행동양식은 여행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아무데서나 침을 뱉고 쓰레기를 버리며 줄서기를 하지 않습니다. 신호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차도의 중앙선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보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차나 비행기의 경우 제시간에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법에 대한 감각이 무딘 것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법이 인민들을 편히 살게 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갈취하고 억압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목을 스스로 죄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중국을 움직여온 힘은 법이 아니라 의리였습니다. 물론 개방 이후 한해가 다르게 변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세계질서관에 다가가고 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준법정신의 결여와 함께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불친절하고 비적극적인 사회주의적 폐습은 한동안 여행자들을 당황하게 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 중국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생명의 존엄이랄까, 사람의 가치입니다. 천안문 사건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에 인권 시비가 한창일 때, <중국에는 중국식의 인권이 있다.>고 했던 말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많은 곳을 여행한 반취는 <인권이란 인구밀도에 비례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국토 면적이 비슷한 미국의 인구가 2억5천, 캐나다의 인구가 3천만 남짓인데 비해 중국의 인구는 15억(공식적으로는 13억 5천)을 헤아립니다. 인구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만혼과 고령 출산을 장려하고 <한 가정 한 자녀(지금은 주 자녀> 정책을 펴 왔지만 좀체 줄어들지 않는 것이 중국의 인구였습니다. 그것이 사람보다 대륙이 우선하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대륙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해전술도 불사하는 나라 - 그래서 중국은 오랫동안 지나(支那:어쩔 수 없는 땅)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인지 모릅니다.

여행정보

중국을 방문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중국에 사는 친척, 또는 정부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초청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여행사들은 중국 국영여행사들과 계약을 맺어 중국 여행을 알선하고 있다. 입국 이후의 여행은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이는 착각입니다.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관광용 비자만으로 갈 수 있는 개방 도시(1,059개)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외의 도시나 지방을 가려면 외국인 여행증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비자를 신청할 때와 마찬가지로 각 도시의 공안국 외사과에 신청해야 합니다.

중국 가는 길

중국은 지리적 역사적으로 가까운 이웃나라여서 가는 길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의 존재가 철도를 이용한 중국여행을 가로막고 있을 뿐, 비행기는 북경 청도 상해 광주 심양을 직접 왕래하며 인천에서 배로 건너갈 수도 있고 홍콩을 경유해서 입국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공항이나 항구 또는 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 검역 통관 등의 간단한 수속을 받는 것은 여느 나라와 같습니다. 주의할 것은 입국할 때 신고한 물건을 중국 내에서 팔거나 선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신고한 물건 가운데 없어진 물건이, 출국 때 세관원에게 적발되면 관세를 물어야 합니다.

언어

한어가 공용어인데 분포범위가 넓고 방언의 종류도 다양하여 같은 한족 사이에서도 대화가 힘든 경우를 흔히 봅니다. 크게 나누면 화북 지방과 광동지방 방언이요, 세분하면 서남지방 푸젠 지방과 객가(客家) 방언을 합쳐 5계통이 되고 다시 각 지방에 따라 차이가 커집니다. 그러나 문장의 뜻은 같아 필담으로는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소수민족은 모두 독자적인 언어를 사용한다고 봐야 합니다. 한어는 영어와 어순이 같아 우리가 일본어를 쉽게 배우는 것과 같이 중국인들은 영어를 쉽게 배웁니다.

교육

중국의 기본방침은 지육 덕육 체육을 통해 사회주의 건설에 유용한 정신노동자와 육체노동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국민학교 5-6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2-3년, 대학과정 4년이 기본이고, 이밖에 중등기술학교, 중등사범학교, 농업중학교, 직업중학교와 근로학생 대상의 공동중학교가 있습니다. 1957년 자료에 의하면 근로자의 64%가 국졸이고 중학교 졸업자는 20%에도 못 미치며 문맹률이 15%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취학연령 아동의 98%가 국민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그 수준이 향상되었습니다.

종교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불교 도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등의 종교가 흥망을 거듭했으며 극심한 종교탄압의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49년 중국 성립 이후 개인적인 종교 신앙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었으나 포교활동 등 사회에 대한 종교 활동은 (특정 소수민족지구를 제외하고) 억제되어 왔습니다.

문화혁명 이후 개방화정책에 따라 전통적인 사회풍속이 서서히 복구되면서 지금은 승려와 성직자들이 사원과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파괴되었던 사찰과 교회도 하나씩 복구되어 신도들에게 개방되고 있습니다. 신앙의 자유는 있으나 전도 활동은 금지된 나라로 보시면 정확합니다.

음식

중국, 하면 요리를 떠올리며 마른 침을 삼키는 미식가들이 많을 것입니다. 중국인의 음식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우리 상상을 초월한다. 고양이 쥐 개는 물론 유충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이 요리의 대상입니다.

중국 음식의 특징은 불로장수 사상과 연결되어 발전해왔다는 데 있습니다. 불로장수의 비결로 우웨이빠전(五味八珍)이라는 것이 전해지는데 오미는 쓰고(苦) 떫고 (澁) 시고(酸) 짜고(鹽) 달고(甘)의 다섯 가지 맛이며 이 오미가 인간의 오장(五臟;肝心脾肺腎)을 보양한다고 여겨왔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유명한 요리들은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건강식으로서 더 훌륭합니다.

여행을 하면서 풍토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그 지방 토속음식을 먹으라는 격언이 있는데 중국여행 때 절실히 필요한 말입니다. 지방에 따라 토산물을 이용한 향토색 짙은 별미가 곧 건강식입니다.

크게 나누면 북경요리 상해요리 사천요리 광동요리 등 4대 요리입니다. 북경요리는 추운 기후 탓에 기름기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높습니다. 쌀보다 밀가루, 생선보다 육류 요리가 많은데 특히 유명한 것은 <구운 오리요리>이다.

상해요리는 민물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특징이 있고 광동요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중국요리점에서 만날 수 있는 <세계적인 중국 맛>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천요리는 앞에서 말했듯이 음식이라기보다 불로장수를 위한 처방입니다. 개 고양이 쥐는 물론 뱀 비둘기 상어지느러미 곰발바닥 같은 해괴한 재료를 가지고 일품의 요리를 만들어 냅니다.

통화

통화는 원(元)으로 1원이 140원이다. 외국인 전용 태환권은 진작에 없어졌습니다. 공항이나 호텔 백화점 등에 있는 환전소들은 모두 중국은행의 지점이기 때문에 은행환율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길거리 암환전상은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바꿔주는 척 하다가 들고튀는 수도 있으며 때론 강도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외국환의 중국내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인민폐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다만 홍콩 달러만은 광동성을 중심으로 남부지방에서 유통이 가능합니다.

숙박

사회주의 국가를 여행할 때 제일 걱정되는 것이 잠자리지만 중국의 숙박시설 사정은 안심해도 좋을 만큼 양호합니다. 여사(旅社) 초대소(招待所) 여관(旅館) 반점(飯店) 대하(大廈) 빈관(賓館) 등의 간판을 붙이고 있는 곳이 숙박시설입니다. 허가된 곳 이외에는 외국인이 묶을 수 없습니다.

북경 상해 광주 같은 유명 관광지나 경제특구 등에 있는 외국자본의 특급호텔 등은 비싸지만 그 밖의 다른 도시에서는 일류호텔이라 해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배낭 여행자를 위한 유스호스텔에 해당하는 도미토리도 있습니다.

여행계획

지도를 펼쳐보세요. 중국은 남북으로 5,500km 동서로 5,000km. 총면적 960만km로 우리나라의 약 100배가 되는 큰 나라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 7할이나 되지만 13억으로 추정되는 한족과 1억 내외로 추산되는 54개 소수민족이 광활한 국토의 구석구석에서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중국여행은 웬만큼 시간을 가지고 돌아본다 해도 볼 수 있는 것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중국은 가볍게(혹은 피곤하게) 여러 곳을 보기보다 한 지역을 여유 있게 관찰함으로서 한쪽 모습이나마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볼만한 곳

중국의 가볼만한 곳을 짧은 문장으로 안내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역사를 통해 귀에 익은 도시만 선정해서 나열해도 원고지 수십 매는 금세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특징을 찾아 정리해보면 우선 현재의 수도인 북경, 역대 9왕조가 도읍으로 정했던 낙양,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이 도읍으로 정한 이래 10왕조를 거치고 근세에는 중화민국 임시정부의 수도이기도 했던 남경, 진시황제 때의 도읍 서안(長安) 등을 통해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는 방법을 권할 수 있고, 다음은 중국의 오악(五岳)으로 일컬어지는 태산(泰山) 화산(華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호산(蒿山)과 오악의 아름다움을 다 합친 것 같은 황산(黃山), 그리고 마치 수묵화의 세계 속을 여행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계림(桂林) 곤명(昆明) 석림(石林) 삼협(三陜) 등을 통해 신비에 가까운 자연풍광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비단과 차의 통상로인 사차지로(絲茶之路:실크로드)는 서안(西安:옛長安)에서 시작되어 돈황(敦煌)을 거쳐 천산산맥 남쪽 위구르자치구인 투루판(吐魯番) 우루무치(鳥魯木齊)로 이어집니다.

또 불교의 사대성지(四大聖地)가 있는데 보현보살이 강림한 아미산(蛾眉山:四川省), 문수보살이 살았던 오대산(五臺山:山西省), 관음보살의 보타산(普陀山:浙江省) 지장보살이 수행한 구화산(九華山:安徽省)입니다. 구화산의 지장보살은 신라에서 건너간 우리나라 스님입니다.

북경이 역사적인 도시라면 상해(上海)는 인간적인 도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해에서 소주(蘇州) 그리고 절경의 서호(西湖)가 있는 항주로 이어지는 강남의 운하풍경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중국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불로장수의 명약과도 같은 요리를 먹으려면 사천(四川)에 머무르고, 도자기의 본산은 경덕진(景德鎭:江西省)이며 명차(名茶)의 본산은 복건성(福建省)입니다. 이외에도 중국 제2의 섬(대만 다음으로)으로 개발이 한창인 해남도(海南島)나, 티베트자치구, 내몽골자치구 등은 별도의 여행일정을 요구합니다.

동북지방은 역사적으로 우리와 너무 밀접한 관계에 있어 안내가 필요없을 것입니다. 옛 고구려 땅으로 지금은 조선족 자치구입니다. 대표적인 것은 우리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입니다. 그리고 압록강과 두만강이 있는데 신의주에서 압록강대교를 건너면 단동(丹東:遼寧省)으로 6.25때 중공의용군이 넘어온 곳이며, 무산에서 두만강철교를 건너면 자주 거론되는 도문입니다. 요녕성의 대련 심양, 길림성의 장춘 길림 연변, 흑룡강성의 하르빈, 또 목단강이나 연길 등은 우리 역사에서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지명들입니다.

동북지방이나 고원지대를 여행하는 데는 여름이 좋지만, 그 외의 중국은 봄과 가을이 좋습니다. 비교적 남쪽에 위치해 있지만 대륙성 기후이기 때문에 겨울은 춥고 여름은 무덥기 때문입니다.